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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대학 졸업생이 울고 있다 - 최동성

최동성(본지 기획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태극전사들의 밴쿠버 활약이 놀랍다. 스물한, 두 살 우리 젊은이들의 포효는 '넘을 수 없는 벽'을 넘어섰다. 이제 더 이상 극복하지 못할 겨울스포츠 장벽이 없는 모양새다. 장한 모습들은 세종시 문제와 지방선거로 파묻힌 시민들의 정서에 모처럼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그러나 이런 환호와 기대와는 달리 사회의 그늘에 가려진채 주변을 안타깝게 만들고 있는 같은 또래들이 있다. 미취업 대학 졸업생들. 대학 졸업시즌이 한창이지만 이들은 축복은커녕 숨죽이며 울고 있다. 한껏 희망에 부풀어 사회에 진출해야 할 이들에겐 학교 밖이 사지(死地)와 다름없기 때문이다. 눈앞의 불확실한 세계로 빨려 들어가는 이들로선 졸업식이 우울할 뿐이다.

 

통계청이 며칠 전 내놓은 고용동향을 보면 청년 실업률이 9.3%로 1년 전보다 1.1% 포인트 올라 2004년2월(9.5%)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대학문을 나서는 젊은이는 해마다 50만명을 웃돌고 있다. 그러니 요즘 대학가는 불안과 한숨으로 덮인 안개 속이다. 수십 군데 기업에 입사원서를 보내도 막상 취업은 하늘의 별따기처럼 '좁은 문'이다.

 

급기야 졸업학점을 모두 채웠지만 재학생 신분을 유지하기 위한 졸업 유예제가 유령처럼 확산되고 있다. 졸업을 유보나 연기해야만 졸업예정자라는 신분으로 취업에 더 유리하기 때문이란다. 이 제도가 없는 학생들은 일부러 졸업필수 과목에서 낙제학점을 받기도 한다. 오죽하면 졸업을 하지 않으려는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는 걸까.

 

청년실업의 원인은 여러 분석에서 제시됐다. 세계화의 영향 및 과잉 고학력화와 구인·구직자 간 인력수급의 불일치로서의 '잡 미스매치'등에 이르기까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결합돼 있다. 2차원적 산술 이상의 3차원적 벡터의 과정이다.

 

문제는 대안이다. 정부는 나름대로 청년실업 해결을 위해 예스(YES: Youth Employment Service) 프로그램이나 행정인턴제 등을 해봤다. 그런데 이런 프로그램들의 효과는 신통치 않아 보인다. 임시직 고용 등으로는 젊은이들이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는데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다. 그간 청년실업은 식상하리만큼 강조돼 왔지만 지금까지 제시된 실업대책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데는 미흡하기만 하다.

 

해법이라면 정부가 교육·복지·사회복지 분야 등을 사회보장 확충과 좋은 일자리 창출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서비스업 활성화 차원으로선 난제풀이가 힘들다. 비정규직 기피문제도 비정규직 보호법을 제대로 시행해 실질적인 차별시정이 이뤄져야 할 필요가 있다. 눈높이를 낮춰 중소기업을 선택하라는 정부의 메시지도 있었으나, 향후 인생궤적이 달라지는데 쉽게 먹혀들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중소기업의 열악한 임금체계와 근로조건을 개선하는데 먼저 힘써야 할 것이다.

 

대졸 실업문제의 심각성은 단지 당사자나 그 가족들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데 있다. 혼인율이나 출산율의 감소, 부모 부양 회피에다 범죄, 알코올 의존 등 사회문제로 확대된다. 일자리 창출이 올해 국가적 아젠다의 핵심이라고 한다면, 우리의 중대한 과제는 이런 사회구조적 현실을 고려한 실용적 처방을 내놓는 데 있다. 졸업생들의 눈물을 닦아내지 않고서는 사회와 국가의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다.

 

/최동성(본지 기획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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