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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전주 용왕제 복원해야 한다 - 조상진

조상진(본지 논설위원)

"전주의 4월은 향기가 그윽하고/ 등불을 집집마다 밝힌 것이 한양과 다름없네/ 아름답게 장식한 사람들이 장래를 약속하고/ 물가에 병풍치고 용왕에게 굿을 하네.(전주 풍속에 4월 8일이면 물가에 천막을 치고 함께 먹고 마시고 놀면서 용왕에게 제사한다)"

 

조선 정조때 이조판서와 대사헌을 지낸 김종정(1722-1787)의 운계만고(雲溪漫稿)에 실린 '전주도중(全州道中)'이란 시다. 제목으로 미루어 250년전, 김종정이 전주를 지나며 지은 것으로 짐작된다. 당시 4월 초파일에 집집마다 등을 달고(觀燈·燃燈), 덕진연못에서 용왕제가 성대히 열리는 모습을 그렸다.

 

이보다 앞서 조선 초기 대문장가였던 서거정(1420-1488)의 사가집(四佳集)에는 전주지역 10곳을 노래한 시가 실려 있다.'패향10영(沛鄕十詠)'으로 이중 덕진연못 부분은 이렇다.

 

"덕으로 이름 지은 그 말이 헛되지 않았도다/ 백성에게 은혜입혀 세상 구제한 공이 있네/ 그 누가 알리오 깊은 못에 용이 누워서/ 때로 능히 십우(十雨)와 오풍(五風)을 행사하는지." 당시 덕진연못은 전주의 명소중 하나였고 용이 살고 있는 것으로 믿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이에 앞서 전주에서 관리를 지낸 고려의 대문호 이규보(1168-1241)는'전주에서 용왕에게 올리는 기우제문(全州祭龍王祈雨文)'을 지었다. 동국이상국집에 실린 이 글에는 "…한 지방의 가뭄은 고을을 지키는 자의 죄입니다. …어찌 나주(羅州)엔 비를 주고 우리 전주만 가물게 하는고. …자못 우리들이 정치를 잘못한 것이 그 원인이라, 하늘의 노여움을 용서받을 수 없거든 감히 용왕신에게 먼저 빌겠습니까?" 이 글은 800년 전에 전주에서 용왕제가 거행되었음을 보여준다.

 

옛 글을 장황히 인용한 것은 전주의 용왕제가 그만큼 오래되었고, 전주사람들과 함께했음을 말하고자 함이다.

 

이러한 전주 용왕제는 1980년 제의를 주관하던 3대 용화부인이 세상을 뜨면서 사라졌다. 이후 2005년 전북전통문화연구소를 중심으로 복원작업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이와 관련 20일 전북대에서'전주용왕제 복원 연구보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선 전국의 관련 학자들이 용왕제와 관련된 흥미로운 논문을 발표했다. 1000년 넘게 이어져온 전주 용왕제가 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지가 상당부분 밝혀졌다.

 

연구자들은 전주 용왕제가 기록이 분명히 남아있는 몇 안되는 문화유산이라는 점과 4월 초파일에 치러진 일종의 민속화된 독특한 불교행사(불교+무속)라는 점에 의견을 같이했다. 또 해안가에서 행해지는 공동체 신앙적 요소와 내륙의 개인치성 의례 성격을 모두 갖는다는 점도 밝혀냈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복원하고 계승 발전시켜 나갈 것인가 하는 점이다. 사실 전통의 복원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우기 무속적 요소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갖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전주의 전통문화를 되살리면서 정체성을 확립한다는 측면에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찾아보면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닐 것이다. 한 예로 4월 초파일이면 덕진연못에 다양한 등을 다는 축제마당으로 승화시키거나 5월 단오제와 연결시키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또 덕진연못은 대표적 비보풍수 지역으로, 스토리텔링의 보고다.

 

한옥마을과 더불어 덕진연못 일대를 전통문화를 견인하는 두개의 축으로 삼는 것도 의미가 클 것이다.

 

/조상진(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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