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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여론조사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 이경재

이경재(본지 논설위원)

여론의 통계적 조사법의 창시자인 조지 갤럽(1901년~1984년)은 "선거가 끝난 직후 여론조사가들은 벌거숭이로 남게 된다."고 했다. 갤럽여론조사소를 창립한 뒤 1936년 미국 대선에서 루스벨트의 당선을 예측, 발표한 것이 적중함으로써 일약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그런 그도 여론조사 결과를 두고선 항상 불안했던 모양이다.

 

선거 여론조사의 백미는 역시 결과를 정확히 예측하는 일이다. 아무리 과학적인 조사 기술이 동원됐더라도 예상과 실제 투표결과가 다르게 나왔다면 변명의 여지 없이 여론조사가 잘못된 것이다.

 

6.2 지방선거가 어느 새 막바지에 이르렀다. 지난 몇개월 동안 후보들은 여론조사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그때마다 희비가 엇갈렸다. 그런데 같은 시기에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도 언론사에 따라 다른 경우가 있다. 이는 후보를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유권자를 혼란에 빠뜨린다.

 

여론조사가 정확하지 않은 건 여러 원인이 있다. 표본의 대표성이나 자료 수집방법, 설문 및 응답항목이 잘못됐을 수도 있고 조사원의 실수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 비용을 댄 주문자 생산 방식의 의도된 조작에 의한 것도 있다.

 

이런 요인이 아니라면 부정확성 문제는 무응답률이 너무 높다는 데에 있다. 이번 지방선거와 관련한 여론조사에서 무응답 비율은 거의 40∼50% 대에 이르렀다. 가장 최근에 실시한 교육감 선거 여론조사는 무응답 비율이 51%나 된다.

 

아무리 표본의 대표성이 적정하고 조사가 성실히 진행됐다 하더라도 40∼50%의 무응답률이 나오는 상황에서 선거결과를 정확히 예측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같은 시점에 실시한 여론조사들이 제각기 다른 결과를 나타내는 것도 바로 무응답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무응답 비율이 왜 높게 나오는가. 시간·비용 때문에 여론조사가 대부분 면접조사가 아닌 기계음에 의한 전화조사로 이뤄지고 있고, 누구를 찍어야 할 지 채 결정하기도 전에 조사가 실시되거나, 설문이 응답자의 솔직한 의견을 끌어내지 못하는 등의 기술적인 요인을 들 수 있다.

 

하지만 이건 교과서적인 얘기다. 바람 빠진 풍선처럼 이번 선거가 긴장감이 없고 이슈도 없는 맹물선거로 치러지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민주당의 경선파행과 줄세우기, 국회의원의 독선 등 주민정서와 배치된 후진적 행태들은 정치 혐오감을 불러오기 마련이다. 유권자들은 '그렇고 그런 ×들' '잘해 먹어라'며 등을 돌리고 만다.

 

단체장 선거는 맥빠진 지 오래다. 하지만 교육감 선거는 단정짓기에 이르다. 무응답 비율이 51%에 이른 상황에서 후보들의 순위는 백지 한장 차이다. 교육감 선거는 정당선거도 아니면서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다. 누가 나왔는지, 후보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유권자가 수두룩하다.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깜깜이 선거' '로또 선거'라는 말이 빈말이 아니다.

 

교육감은 하는 일이나 영향력 면에서 결코 단체장에 뒤지지 않는다. 선거일이 꼭 일주일 남았다. 누굴 뽑아도 그렇고 그럴 것이라는 선거 니힐리즘이야 말로 유권자가 가장 경계해야 할 현상이다.

 

여론조사는 후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유권자의 선택을 도와주지만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무응답 비율이 51%에 이른다면 더욱 그렇다. 1위의 오근량 후보는 자만해선 큰 코 다칠 수 있다. 뒤를 잇는 후보들은 미리 낙담한다면 좋은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어쩌면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이경재(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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