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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여행] (16)'자전거 천국' 군산 선유도

대중교통 없어 자전거 하이킹코스 제격…천혜의 자연경관 만끽

자전거 하이킹을 즐기려 선유도를 찾은 관광객들이 장자대교를 지나가고 있다. ([email protected])

군산시 옥도면 고군산군도(16개 유인도·47개 무인도) 가운데 가장 중심이면서 또한 가장 아름다운 섬인 선유도(仙遊島). 오죽했으면 신선들이 머물며 놀다간 섬이라는 이름이 붙여졌을까. 한폭의 수묵화로 다가온 도가풍의 은은한 이름 선·유·도. 이 곳은 이제 '자전거 천국'으로 불리운다. 신선들의 섬에 두고온 두바퀴의 달콤한 여유, 그 섬이 자꾸만 발길을 붙잡는다.

 

(위)장자대교 입구, (아래)선유도 선착장 입구 자전거 대여점. ([email protected])

지난 5일 이른 아침, 무거운 눈꺼풀을 가까스로 올리고 전주에서 군산 연안여객선터미널로 향했습니다. 그 풍경이 부드럽기 그지없는 선유도에서 하이킹을 즐기려는 욕심이 발동했나 봅니다.

 

든든한 동반자도 생겼습니다. 자전거에 입문한지 10일째된 회사 선배. 차량에 자전거를 싣는 폼이 꽤 능숙해졌습니다. 여객선 왕복 티켓은 연안여객선터미널(063-472-2727)에 문의해 예약했고, 오전 10시 군산을 출발한 그 배는 1시간30분 가량 잔잔한 서해바다를 헤쳐나갔습니다. 대체로 섬을 왕래하는 배들이 사람과 차량을 함께 실어나르는데, 선유도 여객선은 사람만 골라 태웁니다. 대신 자전거는 가능한데, 운임 비용은 3000원, 말만 잘하면 무료랍니다. 다른 자전거 여행가들도 이 비용은 지불하지 않았다고 귀뜸합니다.

 

선유도 선착장에 들어서자, 자전거 하이킹의 낭만이 잔뜩 묻어납니다. 버스나 택시 등 대중교통이 없고 기껏해야 골프장에서나 쓰이는 전동카, 오토바이, 민박집에서 운행하는 몇대의 차량들이 전부이니까요. 섬 구석구석을 둘러보기에는 역시 자전거가 제격이겠죠. 자전거 대여점이 선착장 입구 등지에 자리한 것도 이 때문. 오르막이 거의없는 평지에 가까워 힘들이지 않고 소중한 하이킹 추억을 만들 수 있습니다.

 

자전거 천국은 이래서만 붙여진 게 아닌 듯 싶습니다. 해안을 따라 10분쯤 달리자 명사십리로 유명한 선유도 해수욕장이 반기더군요. 바다를 온통 붉게 물들이는 낙조로 유명한 이 곳은 유리알처럼 투명하고 곱고 아름다운 백사장이 넓게 펼쳐져 있어요. 그 옆에 귀양온 선비가 임금을 그리워하다가 그만 굳어져 바위산이 됐다는 '망주봉(152m)'이 오랜 세월 자연과 무언의 정담을 나누고 있습니다.

 

여름철 큰 비가 내리면 봉우리에서 흘러내리는 7∼8개의 물줄기가 폭포처럼 쏟아져 장관을 이룬다는데, 이날 날씨가 너무 화창해 그 기회는 놓쳤습니다. 일직선에 가까운 1.2㎞의 해수욕장 도로에서 마음껏 페달을 밟으면 선유도의 멋진 풍광이 계속해 스쳐 지나갑니다.

 

선유도 해수욕장 인근에서 가족 하이킹팀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선유도는 이웃한 장자도, 무녀도, 대장도와 함께 다리로 연결돼 있습니다. 차량통행이 불가능한 작은 다리는 자전거를 최고의 교통수단으로 만드는데 한몫했죠.

 

자전거코스는 선착장을 중심으로 크게 3개로 나뉩니다.

 

A코스(약 3.7㎞)는 선착장∼평사낙안∼명사십리∼초분공원∼장자대교∼낙조대∼장자도포구∼대장교∼대장도(장자할매바위). 장자대교를 달리는 두바퀴는 하늘과 바다의 중간에 떠있는 듯한 아찔한 모습입니다. 시원한 바닷바람이 온몸을 떠밀어 어느새 코스의 마지막 지점인 장자할매바위에 이르게 됩니다. 과거보러 간 남편을 기다리다 등에 업은 아들과 함께 돌이 되어버렸다는 슬픈 전설의 장자할매바위, 그래서인지 자전거는 더이상 길을 묻지도 찾지도 못한 채 방향을 돌려야만 합니다.

 

B코스(약 4.7㎞)는 선착장∼평사낙안∼명사십리∼망주봉∼신기리(포구, 몽돌밭)∼전월리(갈대밭, 포구)∼남악리(몽돌해수욕장). 망주봉 앞 은빛 모래톱에 뿌리를 내린 수령 미상의 팽나무 한그루가 내려앉은 기러기 형상과 같다하여 불려진 평사낙안, 갈대밭길, 미로에 숨겨놓은 것 같은 아담한 몽돌해수욕장은 꼭 가야만 할 길처럼 여겨집니다. 인적은 드물지만, 청아한 파도 소리와 함께 자연이 살아 숨쉬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C코스(약 4.3㎞)는 선착장∼장승∼통계마을(옥돌해수욕장, 기암괴석)∼선유대교∼무녀도(모감주나무 군락지)∼무녀1구(포구, 갈대밭, 염전)∼무녀2구(포구, 대나무 숲, 우물). 여객선을 타고 들어올 때 보았던 선유대교를 지나면, 무당이 상을 차려놓고 춤을 추는 모양이라해서 붙여진 무녀도에 닿습니다. 물 빠진 갯벌 탓인지, 조용한 어촌마을의 풍경이 을씨년스럽고 밋밋해서인지, 무녀도에서 자전거의 무게가 더욱 느껴집니다.

 

자전거는 다시 여행의 출발점이자 마지막 지점인 선착장에 멈췄습니다. 1만원선의 갑오징어 회에 소주 한잔을 기울인 뒤 군산으로 향하는데, 멀어져가는 선유도는 또 육감적인 몸매와 함께 달콤한 여유로 유혹합니다.

 

어쩌나, 어쩌나! 안타까운 한숨이 짙게 베어져 나오지만, 나중을 또 기약해봅니다. 선유도야, 기다려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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