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 계층 이야기서 지역 현안까지 다양한 메시지 '눈길'…열린공간 통해 지역 변화에 동참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아니 텔레비전 방송 프로그램을 내가 만들 수 있다면...
텔레비전을 보다가 한번쯤은 이런 생각이 들 때 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불가능한 일이라 생각하고 이내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흔히 방송은 전문 방송인들만 만드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가능하다. 전문 기자나 PD가 아니어도, 조금 서툴러도 된다. 나의 이야기, 우리의 이야기, 지역의 이야기를 진솔되게 다루고자 하는 열정과 관심만 있으면 된다. 퍼블릭액세스(Public Access) 프로그램, 일명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이라는 열린 공간을 이용하면 된다.
퍼블릭액세스 프로그램은 일반시민들이 직접 기획하고, 직접 제작한 프로그램으로 시민의 방송 접근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한 프로그램을 말한다. 60년대 캐나다에서부터 시작돼 이미 세계 주요 국가에서는 보편적인 시민권리로 자리잡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방송법에 시청자 참여프로그램으로 규정하고 있다. 전국으로 방영되고 있는 프로그램으로는 한국방송공사 KBS의 〈열린채널〉이 있다.
우리지역에서도 지상파 방송사와 케이블 방송사에서 퍼블릭액세스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전주 MBC의 〈열려라 TV〉, JTV 전주방송의 '함께하는 세상'이 있다. 케이블 방송에는 티브로드 전주방송의 '열린 TV 시청자 세상', 금강방송의 '열린 채널 시청자 세상'을 편성하고 있다.
전주 MBC의 '열려라 TV'는 그 역사가 다른 방송사의 시청자프로그램에 비해 오래되었다. 2002년부터 'VJ 리포터'와 '시민채널'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되었다가 2004년 중단 되었다. 그 후 지난 2006년 봄 개편부터 '열려라 TV'라는 이름으로 편성되어 지금까지 방송되고 있다.
텔레비전뿐만 아니라 라디오 방송에도 시민들이 직접 만든 프로그램들이 방송되고 있다. 아직 텔레비전 액세스 프로그램처럼 활성화 되진 않았지만. 전주 MBC의 '손우기가 묻는다' 프로그램에서 매주 토요일 오전에 7~8분 정도 시민들의 만든 프로그램이 방송되고 있다.
이들 프로그램에서는 기존 방송에서 볼 수 없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방송되고 있다. 일상의 사소한 이야기부터 여성, 노인, 청소년, 환경, 노등 등 기존 방송에서 소외되어 있는 계층과 지역의 현안을 다룬 다양한 영상들이 방영되고 있다. 특히 지역의 문제를 시민들의 시선과 목소리로 담아낸 영상들은 기존 방송에서는 볼 수 없는 다소 거칠지만 진솔한 이야기들이다.
퍼블릭액세스 프로그램은 방송의 공공성과 지역 정체성을 살릴 수 있고 시민의 힘으로 지역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프로그램이다. 김은규 교수(우석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열려라 TV 운영위원장)는 "시민의 방송참여는 지역민들로 하여금 지역에 대한 관심도를 유지할 수 있는 계기가 되며 지역사회의 공공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요소가 된다. 또한 지역방송에 대한 애정과 필요를 높여 낼 수 있다"며 지역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더 많이 필요하다고 권했다.
또 전주 MBC 송호성 부국장(열려라 TV의 연출)은 "퍼블릭 액세스 프로그램은 기존 방송사에서 보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방송하는 것에 의미가 있다. 아직은 다소 미흡하나 열려있는 공간을 통해 지역의 다양한 메시지가 보여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시민들이 퍼블릭액세스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도 이루어지고 있다. 지역 미디어센터에서는 퍼블릭 액세스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제작 교육과 장비지원을 하고 있다. 전주시민미디어 센터 최서영(제작지원 담당)씨는 "미디어센터는 시민들이 퍼블릭액세스를 할 수 있도록 교육과 컨설팅을 하고 있으며, 퍼블릭 액세스 제작에 한해 캠코더나 편집장비를 무료로 지원하고 있다. 또한 제작 기술이 미흡하신 분들에게는 기술지원 등의 멘토제도도 운영하고 있다"고 전하며 지역미디어센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를 권고했다. 전북에는 전주 시민미디어센터 영시미(소장 장낙인), 익산 공공영상미디어센터 재미(소장 이현세), 전주 MBC 시청자 미디어센터(센터장 이상훈)가 있다.
미디어 센터를 중심으로 다양한 계층과 연령대의 제작자들이 모임을 결성하여 정기적으로 퍼블릭액세스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기도 하다. 전주시민미디어센터의 장애인 영상제작단 '장애IN 소리', '라디오 시민 제작단', 익산 재미의 시민영상제작단 '바투', 어르신들로 구성된 '재미동', 전주 MBC 시청자 미디어센터는 대학생 중심의 '미담제작단'들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방송에 있어 비 전문가들이지만 점차 실력도 인정받고 있다. '장애IN 소리'의 경우 작년에 2010 인권영화제와 퍼블릭액세스 영상제 등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지원도 이루어지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심사를 통해 방송발전기금에서 퍼블릭액세스 프로그램 제작비를 지원하고 있다. 심사를 통과한 방송사는 분당 3만원에서 6만원의 제작비를 지원받아 시청자에게 지원하고 있다.
퍼블릭액세스 프로그램 제작활동은 표현의 자유를 확대하고 소통의 구조를 확장하는 동시에 기존 주류 매체의 변화를 촉진할 수 있는 수단이다. 조금만 관심을 기울인다면 누구나 쉽게 지역의 변화에 동참할 수 있다. 관심 있는 시민들은 퍼블릭액세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방송사나 지역 미디어센터에 문의 하면 된다.
/ 최성은 NGO기자(전주시민미디어센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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