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20년…'친환경 개발, 해수유통·조력 발전을"
착공 20년, 바닷물이 막힌 지 5년, 갯벌과 바다에 기대어 살았던 새만금 사람들은 다 어떻게 되었을까? 2006년 4월, 방조제 최종 물막이 이후 새만금갯벌 살리기 운동은 약화되고 내부 개발 담론만 무성하면서 공론화 되지 못했던 지역 주민의 삶이 다시 관심을 끌었다.
지난 14일 전북환경연합이 개최한 〈지속가능한 새만금과 환경운동〉 토론회에서 함한희 교수(전북대), 구도완 소장(환경사회연구소)은 새만금갯벌 생태 환경의 변화가 지역주민들에게 미친 사회적, 경제적 영향과 대안을 발표했다. 또한 최연성 교수(군산대)가 조력발전 타당성을, 오창환 교수(전북대)가 생태환경의 변화와 환경단체의 의견을 정리했다. 지역어민과 현장 활동가 전문가들이 패널로 참석했다.
▲ 악순환의 고리, 새만금 수질과 생태환경의 변화
"지난 10년간 수질 개선비용으로 1조5천억원을 투자했음에도 수질이 개선되지 않고 있어요. 오히려 만경강은 용담호 방류량이 줄어들면서 더 나빠지는 추셉니다." 새만금 농지 조성시 목표 수질 달성에 필요한 만경강과 동진강 하류 총인의 목표치인 0.356mg/L, 0.097mg/L 보다 수질이 더 나쁘다는 것이 오창환 교수의 주장이다.
더 큰 문제는 방조제 끝물막이 공사 이전까지만 해도 1~2급수 이던 새만금 내측이 3~4 급수로 떨어진 것. 지난해 방수제 공사가 본격화 되면서 수위가 낮추느라 해수 유통량이 줄어들면서 염분 농도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해수를 차단하면 새만금 내측 수질은 4급수를 유지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오교수는 밝혔다. 새만금 시민생태조사단 오동필씨는 물막이 이후 여름이면 내측에 적조가 발생해 커피 물처럼 변한다고 덧붙였다.
최종 물막이 이후 환경생태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드러난 갯벌은 물론 장마철이면 물속에서도 어패류의 대량 폐사가 반복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대추귀고동, 바다민달팽이, 짱둥어는 거의 절멸하다시피 했다. '새와 새들의 터' 모니터링 자료에 의하면 갯벌이 사라지면서 새만금을 중간기착지로 삼는 도요물떼새의 70%이상 감소한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 2월,새만금에 서식하던 쇠돌고래 상괭이 240여마리가 떼죽음을 당했다. 산란 갯벌 파괴와 외측 환경 피해는 어획량의 급격한 감소로 이어졌다. 오교수는 해수부 자료를 인용해 "1990년 전북 어획량이 15만 톤이었는데 끝물막이 직전인 2005년에는 5만톤으로 1/3 수준으로 감소한 반면 연안개발이 더디었던 충남은 51,187톤에서 85,637톤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풍요로운 어족 자원이 사라진 빈 자리는 해파리가 채웠다.
▲ 친환경개발, 해수유통과 조력발전이 유리
새만금의 용도와 목표수질이 변경되는 것을 보면서 3년 전 서랍에 넣어 둔 새만금 조력발전 타당성검토서를 다시 꺼냈다는 최연성 교수(군산대). 새만금 수질 문제와 강화, 인천, 가로림만 조력발전 갈등 해결의 대안으로 새만금 조력발전을 제시했다.
최 교수는 "비응도와 야미도, 신시도와 북가력도 사이는 유속 및 수심이 다른 구간보다 깊어 수차망 배치가 적합하고, 기존 방조제가 있어 별도의 조력댐 공사가 필요 없기 때문에 조력발전 최적지" 라고 강조했다.
그는 해수유통은 시대 불변의 금기사항이 아니라며 농지가 축소된 만큼 담수호 축소가 필요하고 도시용지의 목표수질과 수질 유지비용을 고려할 때 조력발전의 기대효과가 크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새만금이 녹색도시가 가기 위해서 전체 전력량의 3/1은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해야 하는데 신재생에너지 비율 15%는 너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풍력발전 비중 9% 에는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바람의 경제성이 떨어지고 방조제 안전성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토론에 나선 이현민 소장은(부안시민발전소) 군산, 부안, 고창, 영광까지가 해상풍력이 가장 유리한 지역이라는 것은 이미 결론이 나있다며 풍력 발전의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것에는 이견을 보였다.
▲ 지역주민 삶의 변화
새만금 사업은 맨손어업의 몰락과 어선어업의 위기를 불러왔다. 계화도를 중심으로 여성어민들의 삶과 공동체의 변화를 기록해온 함한희 교수는 새만금 사업의 가장 큰 피해는 사회경제적 약자인 맨손 어민, 특히 여성 어민에게 집중되었다고 강조한다. 맨손 어업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여성 어민들은 배를 구입해 다른 어종을 채취 하거나 채취 범위를 바꿔가며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오늘이 네 물이네요. 두 번 바다에 나갈 수 있는 날인데... 갈 데가 없어요 시간당 5천원을 받고 바지락 선별을 나가거나 고창이나 부안갯벌로 '일당 일'을 나가요" 갯벌을 삶의 터전 삼아 쉼 없이 조개를 캐서 세 자녀를 대학에 보냈던 이순덕(계화도주민·63)씨의 말이다.
새만금 반대운동에서 당당하고 다부지게 앞장섰던 그 역시 익숙한 그레질 대신 진통제를 먹어가며 갈쿠리 질을 한다고 한다. 이러다보니 하루 일을 하고나면 몸이 아파서 쉬게 된다고 말끝을 흐렸다. 이렇다보니 새만금 내측 주민들은 농사나 인근 공사판 날일, 배달업, 식당 등 영세 자영업자가 되거나 일거리를 찾아 마을을 떠난다고 한다. 하지만 어떤 것이든 생합 등을 잡던 것에 비하면 벌이가 시원치 않고, 또 불안정하다고 말한다.
함 교수는 2000년 전체 인구 중 어업인구가 75%를 차지하는 계화도의 경우 10년 동안 세대수는 거의 그대로인데 인구수는 558명이 줄었다고 밝혔다. 이는 집은 그대로 두고 가족이 일거리를 찾아 흩어졌거나 젊은 가장이 밖에 나가 일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구도완 소장은 어민들의 정신적 고통, 우울감 등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새만금사업 반대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맨손 어업을 주로 하는 여성 어민들의 정신 건강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 계화도에서는 한 여성 어민이 자살하는 일도 일어났다. 생계의 어려움, 자연과의 교감 단절 등이 정신 건강을 해치는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정신 건강뿐만 아니라 육체적 건강도 악화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어업 활동의 변화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수문 개폐에 의해 바닷물이 드나들면서 3대에 걸쳐 몸에 체화된 갯벌과 바다에 대한 지식도 무용지물이 되었다. 과거처럼 그레 같은 도구를 이용해 바지락이나 백합을 잡는 것이 아니라 '차차차','방배' 등과 같은 불법어구를 장착한 배들이 주로 바지락을 잡고 있다. 내일에 대한 희망이 없기 때문에 치패까지 싹쓸이 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 잡히던 새조개, 모시조개도 사라지고 지금은 바지락만 잡힌다고 한다.
▲ 지속가능한 새만금을 위하여
참석자들은 갯벌과 사람과의 공존, 내부 개발의 용이함 등 무게를 두는 지점은 달랐으나 해수유통의 필요성에는 한목소리를 냈다. 오교수는 " 친환경적인 새만금 내부개발과 매립토 확보, 목표수질 달성 측면에서 해수유통 하는 것이 유리하다" 며 해수유통을 통해 수질개선에 대한 부담을 덜고 그 예산을 군산 경제자유구역 산업단지, 부안 관광단지, 새만금 신항만에 집중 투자해서 빠른 시일 내에 완공을 하는 것이 지역발전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구 소장은 지속가능한 새만금으로 가기 위해서는 새만금 사업과 관련한 공론의 장 형성을 우선으로 꼽았다. 여전히 삼성의 그린에너지 산업 투자 등 개발 사업으로 인한 경제적 효과만 주된 의제로 소통이 되고 있다며 어민 생존권과 생태계 변화가 지역에서 공론화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매월 정기적으로 새만금의 변화와 생태를 기록하는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처럼 새만금 반대운동을 통해 성장한 생태민주적 시민들의 네트워크 구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전문가들의 정기적인 생태, 사회문화 조사를 체계화 학고 새만금 사업의 이후 개발계획 수립 등 정책 수립 과정에 시민 참여 구조를 만들 것을 주문했다.
새만금 생태계는 위기에 처해 있지만 자연의 놀라운 순환능력 덕분에 생태계의 절멸은 아직 오지 않았다. 새만금에는 여전히 상괭이가 살고 있고 어민들의 삶은 지속되고 있다. 토론자들은 새만금과 주민들이 공존하기 위해서는 지금 이시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다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며 긴 토론회를 마쳤다.
/ 이정현 NGO시민기자단(전북환경연합정책기획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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