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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사막화방지 환경봉사단, 중국 내몽고에 가다

황사 발원지 메마른 땅에 뿌린 풀씨…초원을 그리며 희망을 심었다

사장작업을 마친 이튿날인 7월 8일의 모습, 봉사자들이 만든 울타리를 모래가 10cm이상 덮었다. 폭풍모래는 자원봉사자에게도 최대의 적이다. 이동훈([email protected])

전북환경운동연합 회원 30명으로 구성된 '사막화방지 환경봉사단'(단장 유남희)이 7월 3일부터 9일까지 중국 내몽고자치구 시린꺼러멍 초원을 다녀왔다. 알카리 호수가 급격하게 말라붙어 황사의 발원지가 된 차깐노르에서 거센 모래 폭풍과 비바람을 이겨내고 사막화 방지 활동을 펼쳤다.

 

▲ 만리장성, 초원과 중원을 가르다

 

북경에서 내몽고 시린꺼러멍 차깐노르까지는 직선거리로 660㎞. 꼬박 12시간을 달려야 한다. 초원으로 가는 첫 번째 관문은 만리장성, 군사적으로는 중원과 변방을 가르는 선이자 농경문화와 유목문화의 경계다. 천고마비의 계절이 돌아오면 목축민들은 무시무시한 몽골기병으로 변신해 호시탐탐 중원을 넘봤다. 진시황 이래 누대에 걸쳐 명나라까지 만리장성을 쌓은 이유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만리장성은 결정적인 순간 북방민족의 침입을 막아내지 못했다. 물리적인 장벽 못지않은 심리적인 장벽을 무너뜨린 것은 19588년 대약진 운동과 1966년 문화혁명이다. 많은 한족이 이주하면서 인구가 급증했고, 대규모 개간 사업으로 많은 초원은 농지로 변했다. 가축 사육두수의 증가, 수자원의 고갈로 인해 초원의 사막화가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 초원을 적시는 강의 시원, 쿤산다크 사지

 

하북성을 지나 시린꺼러 초원에 들어서니 동서로 300km 남북으로 50∼100km에 이른다는 쿤산다크 사지(沙地)가 펼쳐진다. 야트막한 모래언덕엔 사구식물이나 드문드문 나무가 자란다. 물웅덩이가 길게 이어진 곳엔 갈대와 줄 등 벼과 식물들이 보인다.

사막화 방지 활동 둘째날인 7월 7일 봉사자들이 현장에 가기 위해 가축트럭에 탑승한 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동훈([email protected])

 

"시린꺼러멍 초원은 화산암과 점토로 이루어져 있어 비가 내려도 땅 속으로 스며들지 못하고 80%가 증발합니다. 하지만 사지는 모래의 입자가 굵기 때문에 빗물이 땅속으로 스며듭니다. " 박상호 소장(44·에코피스아시아 중국사무소)의 설명이다. 차깐노르 호수로 흘러드는 까오거스타이 강도 쿤산다크사지에서 발원한다. 이 일대의 생물종다양성이 높은 것도 풍부한 물 때문이다.

 

그렇게 10시간을 달리고 지프로 갈아타 30분을 더 달린 후에야 우리는 작은 차깐노르와 호수 옆에 자리한 게르에 도착했다. 둥근 원모양의 무지개가 탁 트인 초원에 걸렸다. 3년 만에 다시 만난 이떨공 가차장(마을 책임자)과 반갑게 포옹을 하고 몽골 아가씨들이 환영의 표시로 건넨 하다를 목에 걸었다. 차깐노르를 잊지 않고 다시 찾아줘서 감사하다는 환영사에 전주 부채를 마을 선물로 건넸다. 노을이 지고 밤하늘에 총총히 박힌 수많은 별이 환해질수록 초원의 밤도 깊어갔다. 남녀 두동에 나눠 잠든 게르에 후두둑 빗방울이 떨어진다. 상서로운 조짐이다.

 

▲ 아, 차깐노르!

 

수면이 80㎢에 이르던 차깐노르 호수는 1990년대 들어 서서히 수심이 줄다가 2002년 바닥을 드러냈다. 강이 바다로 흘러가지 못하고 저지대인 종점호로 흘러드는 초원 특성상 호수에는 유역의 광물질이 쌓이게 된다. 모래가 쌓이게 되면 호수는 더 낮은 곳을 향해 이동한다. 이렇게 물이 마르거나 이동한 호수 바닥엔 알카리 성분이 올라와 흙 위를 하얗게 뒤 덮는다. " ph9~10 정도의 알카리 토양은 염도가 높은데다가 딱딱하게 굳어져 식물이 뿌리내리기 어려워요. 강한 바람 날린 알칼리 분진이 사막화 앞당기고 인근 주민은 물론 북경, 우리나라까지 날아와 피해를 줍니다." 에코피스아시아 이태일 사무처장의 말이다. 더 큰 문제는 700여개 가까운 중국의 알칼리 호수가 빠른 속도로 말라간다는 것이다. 오는 길에 들렀던 하기노르 역시 비가 와야 물이 좀 고일 정도다. 아시아의 사막화가 가장 큰 문제로 떠오르는 이유다.

 

▲ 마른 호수에 나무 울타리를 치는 사람들

 

아침 7시. 초원을 지키는 몽골 전사가 된 기분으로 모자와 손수건, 선글라스로 중무장을 하고 가축 트럭에 올랐다. 가는 길에 3년 전 전북환경연합팀이 사장작업을 한 곳을 들렀다. 첫 작업이다 보니 바람 길을 잘못 골라서 모래와 풀씨가 안착하진 못했다. 그래도 드문드문 염생식물 감봉(나문재)이 자리를 잡았다. 다시 참가한 4명의 회원들은 소회가 남달라 보인다. " 여기는 바람이 너무 세기 때문에 호수 바닥의 모래나 파종을 한 풀씨들이 날아갑니다. 나무 울타리를 치게 되면 뒤편에 모래가 쌓이고 그 위에 풀씨들이 뿌리를 내릴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이떨공(33·가차장)씨가 전하는 사장 작업의 의미다.

 

봉사단은 자연스레 죽은 나뭇가지를 50㎝ 정도로 자르는 팀, 울타리를 치는 팀, 발로 꾹꾹 밟아 고정시키는 팀으로 역할이 나눠졌다. 건축사인 박인영씨는 가로로 엮는 신공법을 선보였고, 이영상씨는 모래가 쌓이는 방향으로 트랙터 쟁기 방향을 바꿔볼 것을 제안했다.

 

박소장은 "나무심기는 강수량이 200㎜에 불과하고 바람이 세서 성공하기 어렵다며, 초원의 생태와 기후적 특성을 반영한 풀씨심기가 최적의 대안일 뿐 아니라 초지가 복원되면 목축민에게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주민이 운동의 주체가 될 수 있다." 며 힘을 북돋웠다.

 

▲ 모래 폭풍을 이겨낸 자원봉사의 힘

 

3년전 사장작업이 불볕더위와의 싸움이었다면 이번엔 모래폭풍과의 싸움이었다. 풍향계는 초속 12m를 찍었다. 순간 바람의 세기는 이보다 더 거셌다. 맨살을 드러낸 종아리와 얼굴이 따가울 정도였다. 박소장이 현장 철수를 권할 정도였다. 하지만 초원의 아름다움 너머, 사막화의 아픔을 눈으로 본 봉사단원은 예정대로 작업할 것을 고집했다. 그렇게 노력한 결과 하루 만에 나무 울타리 밖과 안의 높이가 10㎝ 가량 차이가 나는 것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신이 난 참가자들은 전날 보다 더 짜임새 있고 조직적으로 일을 했다.

 

사간 만들어진 나무 울타리는 1.8㎞. 다들 솜씨 자랑에, 예술작품 보다 멋지다는 말들의 성찬이 이어졌다.

 

" 집에서 텃밭을 가꾸는데 하루하루가 풀과의 전쟁인데요. 사장작업을 하다 보니 풀이 정말 달라져 보이네요. 세상에 필요하지 않은 것은 없다는 것을 절감했어요." 박희자(전미동지역아동센터장)씨의 소감이다.

 

현대자동차의 지원으로 에코피스 아시아의 초지 복원 사업도 성과를 거뒀다. 올해까지 감봉(나문재) 씨앗을 뿌린 면적이 2970만㎡에 이르고, 이중 1980만㎡에 감봉이 뿌리를 내렸다. 다년생 염생식물인 감모초도 자리를 잡았다. 내년까지 4950만㎡에 풀씨를 뿌릴 계획이다. 하얀 차깐노르가 푸른 물결대신, 푸른 초원이 되길 기대하는 마지막 밤, 우리는 목축민들과 함께 술잔을 기울였다. 우리는 후원행사를 통해 모은 기금을 장학금으로 전달했고, 몽골인들은 모래로 그린 낙타 그림을 선물했다. 푸른 초원에서 우리는 모두 하나였다.

 

/ 이정현NGO시민기자단(전북환경운동연합 정책기획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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