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참여예산제를 연구하고 전국에 전파하고 있는 풀뿌리자치연구소 김현 연구원과 참여예산제의 쟁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질) 편성권을 갖고 있는 단체장과 집행부의 의지가 중요하다.
답) 이 제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조건이 필요한데, 그 중에 가장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가 단체장 및 집행부의 의지이다. 예컨대 브라질 포르뚜알레그리, 독일의 리히텐베르그, 스페인의 알바세테 등의 도시들은 주민들의 자치역량이 큰 힘을 발휘하기도 했지만, 단체장을 비롯한 집행부가 적극적인 의지가 없었다면 좋은 사례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히텐베르그나 알바세테의 경우 "예산편성권을 주민에게 주어야 한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한 집행부의 강한 추진력이 성공의 열쇠였다.
질) 집행부는 시간이나 노력, 절차를 이유로 기피 또는 피로현상들이 나오지 않는가?
답) 사실 집행부 입장에서는 매우 번거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동안의 예산편성은 행정체계 안에서 의견을 나누고 조율하면 그만이었지만, 이젠 주민들과 함께 협의하고 합의해야 하는 과정이 하나 더 추가된 것이다. 그러나 참여예산을 시행했던 지역의 사례를 보면, 참여예산이 재정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가져왔다는 부분에 대해서 관련 공무원들도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집행부가 이를 회피하기보다는 건전한 지방재정 운영을 위해서 주민들을 더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 할 것이다.
질) 전주시의회가 조례를 부결시킨 것처럼 의회의 반발이 거세다.
답) 참여예산에 대한 오해로부터 출발한다. 참여예산이 의회의 권한을 침해한다는 이유인데, 잘 아는 것처럼 예산편성권은 단체장에게 있는 것이고 그 권한에 대해 주민과 함께 협의하는 것이 참여예산이다. 집행부는 의지가 없는데, 오히려 지방의회가 주민참여를 더 확대해야 한다며 갈등을 빚는 곳도 있다. 어떤 지역이 됐든, 참여예산의 본래 취지나 목적에 대해 부정하는 의회는 거의 없는 것 같다. 시행하고 있는 지역의 의원들은 주민과 집행부의 매개자로서 참여예산이 윤활제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주민과의 소통의 장으로 생각하며 적극적으로 나서는 의원들도 많다. 의회의 역할에 대해 더 진진하게 고민해봤으면 한다.
질) 제도적 보완점이나 개선사항은?
일반적인 개선사항으로 실무적인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몇몇 지역에서 연구회 기능을 보강한 '추진단'을 상설기구로 제도화하려는 시도가 그 예이다. 떠힌 예산 관련한 정보공개는 체계적으로 구축할 필요가 있다. 지역회의, 예산시민위원회 등 각종 기구와 관련된 자료와 예산 관련한 자료 등을 어떻게 공개할 것인지 조례상에 명확히 제시하는게 필요하다. 무엇보다 '참여문화'를 형성하는데 기여해야 한다. 문화는 단시간에 형성될 수 없는 일이고, 사람들의 공동 경험들이 축적되고 지속될 때, 문화가 형성된다고 생각한다. 홍보와 교육프로그램을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필요할 것이고 지역회의나 예산시민위원회의 참여 인원을 제한하지 말고 가능하면 더 많이 열어 놓으면 좋을 것이다.
질) 가용예산이 적다는 이유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답) 가용예산이 적기 때문에 참여예산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논리는 전혀 맞지 않다. 참여예산을 처음 실시한 브라질의 뽀르뚜알레그리의 경우도, 처음 실시할 당시 가용예산이 전체 예산의 2%밖에 안 됐다. 예산이 부족했기 때문에 주민들이 원하는 사업을 우선적으로 해줄 필요가 있었다. 그 2%만이라도 주민들의 원하는 곳에 사용되어야 한다는 판단에서 참여예산이 시행된 것이다. 참여예산의 핵심은, 얼마나 많은 예산을 주민들이 편성하느냐가 아니라, 금액이 적더라도 주민들이 얼마나 많은 권한을 가지고 결정하느냐, 또 그런 경험을 많은 사람들이 할 수 있도록 하느냐, 그래서 많은 주민들의 뇌리 속에 '참여의 유전자'를 생성하게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참여예산을 경험한 주민들이 많아지고 그 제도의 효용성을 느낀다면 주민들 스스로 재정분권에 대한 목소리를 높일 수 있다고 보며, 지방정부와 주민이 윈-윈할 수 있을 것이다.
/ 염경형 NGO시민전문기자(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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