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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전주 평화동 마을신문 첫 돌, 성과와 과제

소소한 일상·이웃의 따뜻한 이야기 담아…지속가능한 마을신문, 제정자립이 과제

지난달 19일 전주 평화동 마을신문 1주년 기념 강연회를 마친 후 신문제작에 참여한 주민들이 사진촬영을 했다. ([email protected])

이웃들의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신문. 동네의 역사를 발굴하고 기록하는 신문. 사라져 가는 지역 공동체의 복원을 꿈꾸는 신문이 있다. 전주 평화동 마을신문이다.

 

지난 8월 전주 평화동 마을신문이 창간 '첫 돌'을 맞았다. 행복하고 따뜻한 우리 이웃의 친근한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출발한지 어언 1년이 된 것이다. 몇 번 만들고 말겠지 하는 우려 섞인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적은 재원과 인적자원 등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21번의 신문을 발행했고, 발행부수도 3천부나 된다. 신문은 평화동 주요 관공서와 기관, 아파트 단지, 주택가, 학교, 단체 등에 배포되고 있다. 주민 참여를 위해 인터넷카페(cafe.daum.net/ph-news)도 개설했다.

 

평화동마을신문발행위원회(위원장 정원선)는 지난 8월 19일 평화2동 주민센터에서 마을신문 창간 1주년 기념식을 가졌다. 이날 기념식에서는 평화동 마을신문의 그간의 성과와 향후 나아갈 방향에 대한 토론이 이뤄졌다. 평화동 마을신문의 토대를 구축하고 실천해 나가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학산종합사회복지관 관계자를 만나 이날 토론회 내용과 더불어 그간의 성과와 의미 그리고 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 주민들이 만들어가는 신문

 

전주 평화동 마을신문은 월 2회 발행되어 지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월간으로 발행했으나 올해는 반월간으로 제작되고 있다. 현재 18호까지 발행되었다. 창간 준비호 까지 포함하면 모두 21번의 신문이 발행되었다.

 

평화동 마을신문은 기사 작성부터 편집·제작·배달에 이르기까지 평화동 주민들의 노력과 정성으로 만들어진다. 신문을 만드는 주민들은 모두 24명으로 발행위원 9명, 편집위원 5명 그리고 기자단 9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30대에서 50대의 회사원, 주부, 통장, 교사, 아파트관리소장 등 직업과 나이도 다양하다. 취재요령과 기사작성 등 전문성 강화교육을 받긴 했지만 전문 언론인이 아닌 평화동 주민들이다. 모두 생업에 종사하며, 살림에 쫓기는 등 바쁜 생활인들이지만 열정은 전문 기자들 못지 않다.

 

▲ 동네 이야기를 담아내는 신문

 

주민들이 주축해서 만드는 신문이다 보니 신문의 내용도 자연스럽게 마을소식이 주가 되고 있다. 마을 행사, 주민센터 소식, 문화산책, 민원기사 등 평화동 지역의 다양한 소식들이 신문에 담겨진다. 평화동 지역에 위치한 초등학교의 통행로 문제, 생태공원 이야기, 사진으로 보는 평화동, 아파트 주민 인터뷰, 동네 가게 사장님 이야기, 3대가 같이 사는 주민 이야기, 베트남 새댁 이야기, 쌍둥이네 가족 이야기, 길 모퉁이 노점 과일상 주인 이야기 등을 담아내고 있다.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 평범한 삶의 이야기이지만 정감 가는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이다. 지역의 큰 신문들이 담아내지 못하는 작지만 소중하고 살아있는 우리의 삶의 이야기들인 것이다.

 

▲ 평화동 마을신문의 역할과 성과 - 마을 공동체 회복

 

평화동 마을신문의 가장 큰 역할은 마을신문이 마을 공동체회복과 이를 통해 살맛나는 평화동 마을을 만들어 가는 통로가 되는 것이다. 전주시 남쪽에 위치한 평화동은 대표적인 인구밀집지역이다. 1990년대 들어서 대규모의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 외지유입인구가 증가하게 되었다. 소통이 단절되고 전통사회는 급격히 붕괴될 수밖에 없었다. 이웃 사이의 갈등과 단절이라는 사회문제가 발생하게 되었다. 학산종합사회복지관 김성철 복지사(평화동 마을신문 편집위원)은 "이러한 현실을 넘어서기 위해서 무언가를 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고, 그것이 소통과 관계의 길을 트는 신문의 발행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마을신문의 창간 배경을 밝히고 있다.

 

신문이 좋은 마을 만들기 위한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신문의 내용도 비판적 기사보다는 가급적 행복하고 따뜻하고 친근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날 주제강연을 한 이광희(청주시 산남동 두꺼비마을 신문 초대편집장, 충북도의회의원)도 "마을신문이 마을공동체를 만들어 나가는데 적당하며, 때론 비판적인 기능도 필요하지만 마을신문은 밝은 이미지 성격의 전달방식이 적당하다고 밝히고" 있다.

 

평화동 마을신문의 지난 1년간의 활동을 통해 작은 변화도 이루어지고 있다. 주민들의 의식이 조금씩 변화되어져 가고 있다고 한다. 김성철 복지사는 "평화동 마을신문의 홍보나 영향력이 아직 미흡하기는 하지만, 지역 내에서 지역주민들이 주축이 되어 좋은 마을을 만들기 위한 여러 모임들이 많들어지고 있고, 실천들도 이루어지고 있다. 전적으로는 아니지만 마을신문이 일정부문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고 밝히고 있다.

 

▲ 과제와 계획

 

평화동 마을신문의 앞으로의 과제로 지속가능한 마을신문을 만들기 위한 재정자립이 이루어 져야 할 것이다. 현재 마을신문의 재정은 사회복지공동모금의 보조금과 복지관 자체 재원, 유료독자(1만원/년)로 구성되어 있다. 신문제작과 배포에 주민들이 자원봉사로 참여하고 있지만 용지나 인쇄비, 발송비등의 경비는 보조금을 통해 해결하고 있다. 그러나 지속가능한 신문이 되기 위해선 재정자립이 필요하다.

 

주민참여 확대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윤준호 복지사(학산종합사회 복지관, 평화동 마을신문담당)는 "지역의 세세한 일까지 담아내기엔 현재의 인적 구조로는 한계가 있다. 이를 위해 주민기자들의 영역을 좀 더 세분화하고 주민취재원을 조직화하는 등 마을의 모든 주민들이 더 많이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마을신문의 필요성에 대해 기자들과 주민들이 인식할 수 있는 방안과 마을신문 자체에 대한 홍보가 더욱 필요하다는 것이다.

 

신문의 발행주기와 면수도 변화를 줄 예정이다. 반월간, 4면으로 발행하는 구조에서 월간으로 발행하고 면수를 8면으로 증면할 계획이다. 지난 1년을 평가하면서 마을 신문이 속보성을 우선하기 보다는 내용성 측면에 더 우선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평화동 마을의 세세한 일을 다양성 있게 그리고 심층성 있게 다루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송정숙(마을주민, 평화주공 4단지)씨의 "마을신문이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주민들의 이야기를 더 자세히 담아낼 수 있었으면 한다"는 바람처럼 말이다.

 

평화동 마을 신문은 작다. 하지만 작은 것이 아름답다. 평화동 마을신문이 주민들의 생활속의 경험들을 나누는 공간 그리고 평화동 공동체가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든든한 커뮤니티 공간이 되길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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