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9월19일 군산 대명동에서 성판매 여성 5명이 무허가 건물 2층에서 감금된 채 화재로 질식해 사망한 참사가 발생하였다. 경찰과 검찰은 단순 화재사건으로 취급하며 은폐하려 했으나 이 사건을 통해 성판매 여성에 대한 인권 침해 및 그들의 실제 처참한 삶, 성매매 조직과 경찰의 유착 비리가 극명하게 알려지게 되었다. 또 희생자 유족이 국가와 군산시, 포주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4년의 법적공방 끝에 대법원에서 최초로 성매매 방지 및 피해자 보호에 대한 국가 책임을 인정함으로 끝이 났다. 대법원이 이제껏 외면하여 온 성매매피해여성들의 손을 들어 준 것이었다.
민들레 순례단은 올해로 6번째 전국의 여성활동가들과 시민들이 모여 그 순례길을 걷고 있다. 송경숙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장은 "우리가 기억하고, 외치지 않으면 그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대명동·개복동 화재참사, 그러나 이것이 과거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금 현재까지도 착취와 폭력의 현실을 이어지고 있다"며 군산화재참사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20대의 젊고 아름다운 청춘은 인신매매로 팔려와 포주의 감금으로 벽만 있는 작은 골방에서 그렇게 스러져가버리고 말았다. "누가 이 안타깝고 슬픈 청춘을 기억하고 추모하고 있을까? 그래. 우리가 시작하자. 그 죽음으로 성매매 여성의 처참한 삶을 말한 꽃다운 여성들을 우리가 기억하자." 민들레 순례단은 그 마음을 모아 이렇게 시작되었다.
순례단은 개복동과 대명동 화재 참사 현장을 지나며, 그녀들을 기억하고, 함께 슬퍼하며 추모의 길을 걸었다. 현재 개복동과 대명동 화재 참사 현장은 한때 수십여 곳 이상 성판매업소가 성업하던 곳이었으나 지금은 건물들이 헐리거나 리모델링되어 다른 상점이 들어서고 있다. 그 건물 그 장소에서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그녀들의 흔적을 점점 지우려는 듯 말이다. 그저 화재 사건으로 기억되는 그녀들의 죽음은 이렇게 잊혀져 가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도 대명동 건물의 좁고 어두컴컴한 골목길에는 청소년출입금지 표지판과 쇠창살문으로 막아둔 유리방이 남아 있으며, 온통 검은색 시트지로 가린 단란주점과 알 수 없는 유흥업소가 함께 들어서 있었다. 그 좁은 길을 지나며 민들레 순례단은 끝나지 않은 투쟁을 상기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민들레 순례단은 임피승화원에 모셔진 화재참사의 희생자를 추모하는 국화꽃을 올리고 함께 울었다.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성착취와 인권유린의 현장에서 죽음으로서만 '나는 갇혀있었다. 저 밖으로 나가고 싶다.'고 말하는 그녀들을 더 이상 만나고 싶지 않다.
죽어야만 자유로울 수 있는 그녀들을 기억하기 위해.
그리고 우리 곁에서 살아서 자유로울 그녀들을 위해
민들레 순례단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다.
민들레순례단에 함께하며.
/ 김영란(전북여성단체연합 활동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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