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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의 도시, 전주를 선언하다

▲ 송하진 전주시장

양극화와 '1대 99' 사회 등 자본주의로 인한 균열이 세계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는 지금, 많은 이들이 인문학만이 위기에 처한 인류를 구원할 수 있을 것으로 진단한다.

 

그런데 왜 인문학일까? 학자들은 이에 대해 인문학적 가치가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사회적 성과나 업적은 무의미한 것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즉 아무리 열심히 돈을 벌고 경제적 부를 성취했을지라도 삶의 의미를 발견하지 못한다면 행복을 느낄 수 없는 것이 인간인데, 인문학은 삶에 대한 성찰을 가능하게 하며 이를 통해 인간이 인생에 대한 깊은 의미와 가치를 부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것이다.

 

또한, 모든 것이 하루아침에 변화하는 현대사회에 적응하고 대처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변하지 않는 진리나 상식 등 근본적인 지식을 갖추는 것이 중요한데 고전의 바다라 할 만한 인문학이야말로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는 기초체력을 키워주는 가장 좋은 영양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인문학은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의 구현도 가능케 하는 원동력이 되는데, 이는 삶의 진리를 향한 열망, 인간에 대한 존중과 인생에 대한 애정이 전제되는 인문학적 소양이 갖춰진 개인들이 많을 때에야 그 뿌리가 더욱 단단해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문학은 과연 어디에 있는 것일까? 사실 둘러보면 우리 문화가 모두 인문학의 보고(寶庫)다. 누구나 알고 있는 단군의 건국이념, '홍익인간'만 하더라도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하라는 공생의 진리가 담겨 있고, 도덕 시간에 열심히 외웠던 '삼강오륜'은 인간관계의 기본적 윤리로 사람의 가치를 소중히 하는 인간존중의 정신을 담고 있다.

 

조선시대 초등교과서의 역할을 담당했다는 '명심보감'만 살펴봐도 삶의 지침으로 삼을 만한 금과옥조의 글귀가 가득 차 있다.

 

이처럼 일상 속에 숨어있는 인문학을 시민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고 가장 한국적인 인문학의 체계를 정립해 품격 있는 도시 문화에 반영하는 일…. 누가 봐도 '가장 한국적인 도시, 전주'에 어울리는 역할이 아닌가 싶다.

 

게다가 매년 400만의 관광객에게 전주의 맛과 멋은 소개하고 있다지만 전주만의 정신이라 할 만한 것은 제대로 알리지 못했던 아쉬움을 달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도 될 것이다.

 

이에 따라 전주시는 인문학 도시로의 변신을 선언하고 지난 28일,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과 함께 전주의 특성에 맞는 인문학 프로그램 개발과 전국 최고 수준의 인문학 강좌를 지속적으로 개최하는 '인문학 도시, 전주' 협약을 맺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한국학 연구기관인 민족문화연구원과 전라도 선비문화의 중심지였던 전주 사이에 맺어진 협약인 만큼 관계자들과 지역 학자들의 관심도 크다고 들었다.

 

더불어 전주에는 전주한옥마을과 고전번역원, 전통문화연수원, 아태무형문화유산의 전당 등 한국적인 사상과 품격을 느끼고 배울 수 있는 기본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는 만큼 이를 제대로 활용하여 오감(五感) 모두가 '인문학'의 정취에 푹 빠질 수 있는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한다면 전주관광마케팅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문화콘텐츠로써의 역할도 해낼 것으로 보여 기대가 크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인문학도시, 전주'의 가장 큰 목표는 선조들의 사상과 지혜를 통해 인간 존중, 사회와 역사에 대한 책임,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의식 등 공정한 사회와 참 행복에 대한 해답을 시민의 힘으로 찾아내도록 도와주는 데에 있다.

 

더 나아가 이러한 교양을 바탕으로 건강한 사회 구조를 미래세대에게 물려줄 수 있도록 공동체 전반의 품격을 높여가는 일 역시, '인문학 도시, 전주'가 앞으로 차근차근 해나가야 할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그래서, 전통과 미래가 건강하게 공존하고 모두가 비비며 잘 살아갈 수 있는 한바탕 전주를 시민과 후손들에게 선사하는 일이야 말로 자본주의의 위기 앞에 위태롭게 서 있는 우리를 지켜줄 암중유촉(暗中有燭)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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