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주5일 수업제 시대가 열렸다. 주5일 근무제의 나라이니 주5일 수업제는 당연한 일이다. 교과부에 따르면 전국 1만 1493개 초·중·고 가운데 99.6%인 1만 1451개 교가 전면 주5일 수업을 실시한다. 41개 교는 월 2회, 1곳은 아예 주5일 수업을 실시하지 않는다.
환영하긴 하지만, 우선 그것부터가 뜬금없다. 이런저런 사안에 대해 엉뚱한 규제나 지침을 잘도 내리던 교과부가 주5일 수업만큼은 '학교 자율'이란 꼬리표를 달아 벌어진 기현상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주5일 수업제는 1998년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으로 법적 근거가 만들어진 뒤 2001~2003년 연구학교 운영, 2004년 월 1회, 2006년 월 2회 등을 거쳐 14년 만에 본격 시행하게 되었다.
일각에선 쉬는 토요일 대책을 걱정하는 소리도 들린다.
보도에 따르면 "2011년 현재 전국 초·중·고 학생 720만 명 가운데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층 자녀는 75만 명"(조선일보, 2012. 2. 20)이다.
요컨대 부모의 맞벌이 등으로 집에 혼자 있어야 하는 그들에 대한 '토요 돌봄프로그램', '토요일 방과후 수업' 따위 대책이 미흡하다는 것이다.
사교육비 증가를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지금처럼 끝없는 경쟁 구도의 입시지옥이라면 학생들이 토요일에 쉬거나 노는 대신 학원으로 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많은 지자체에서 밤 10시까지로 제한하고 있는 학원 수강이 토요일로 옮겨져 활성화되고, 그에 따라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이 증가한다는 얘기다.
문제는 그뿐이 아니다. 수업 일수를 기존 205일에서 190일 이상으로 조정할 수 있지만, 수업량은 그대로 두어서다. 도대체 주5일 수업제를 시행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결국 기존 토요일에 짜여 있던 재량활동 같은 시간을 평일로 옮겨야 하는 부담을 지운 것이라 할 수 있다. 말할 나위 없이 이는 생일날 잘 먹겠다고 며칠 굶는 것과 다름없는 '미친 짓'이다.
교원 휴가 조정도 예외가 아니다. 평일 수업 증가나 방학 일수 감소 등이야 그렇다쳐도 교원 휴가의 축소 내지 폐지는 명백히 교권침해라 할 수 있다. 노동시간 단축과 그로 인한 휴식 등 복지 차원에서 시행하는 주5일 근무제와 동떨어진 주5일 수업제이기 때문이다.
우선 결혼이나 사망휴가처럼 일수가 줄어드는 것이 그렇다. 회갑과 탈상 같이 아예 폐지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폐지되는 항목은 더 있다. 포상휴가, 퇴직준비휴가, 장기재직휴가 등이 그것이다.
이중 정년 및 명예퇴직자들에게 3개월 이내의 사회적응 기회를 갖게 하기 위한 퇴직준비휴가 폐지는 재고되어야 한다. 극단적인 예로 8월 말 퇴직자의 경우 겨우 12일 정도(6개월×2회 토요휴무) 쉬고, 3개월의 유급 휴가 권리를 박탈당하는 셈이다. 이보다 더 심각한 교권침해가 또 어디에 있는가!
적어도 선진 교육강국이라면 30∼40년 봉직하다 교단을 떠나는 교원들을 그렇듯 홀대해선 안된다.
퇴직준비휴가를 그대로 두어야 하는 이유이다. 빗발치는 반발기류 등 그런 여론을 의식했음인지 당국이 뒤늦게나마 퇴직준비휴가의 경우 존속키로 결정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많은 교원들이 찬성한 바 있지만, 무늬뿐이거나 주5일 근무제 구색 맞추기용 주5일 수업제는 의미가 없다. 아랫돌 뽑아 윗돌 괴는 식의 주5일 수업제는 복지는커녕 당국의 교육정책에 불신만 갖게 할 뿐이다. 교육복지를 확대하자는 주5일 수업제에 교권침해가 병행되는 것이라면 아예 하지 않는 게 낫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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