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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질 위기에 놓인 전주종합경기장

라혁일 체육인

 

전주 종합경기장은 '전북 체육의 요람'이다. 1963년 제44회 전국체육대회를 사상 처음으로 유치하면서 건설된 것이다.

 

당시는 모두 생활이 어려울 때라 건립 과정에서 사연도 많았다. 쌀이 귀하던 시절인지라 시민들의 문전옥답에 거대한 경기장을 건설한다는 발상 자체가 이해될 수 없었다. 주민들은 논이 없어진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가장 큰 장애요인은 막대한 예산을 조달하는 문제였다. 결국 공사가 중단될 위기에 놓이자 도민들이 자발적으로 성금을 모금했으며 기념 배지를 만들어 판매하면서 재원을 만들었다. 이런 우려곡절을 거쳐 지역 최초의 종합경기장이 세워진 것이다.

 

그만큼 전주 종합경기장은 도민과 전북체육인들에게는 삶의 애환이 깃든 곳이며, 전북 아마 스포츠의 산실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아울러 종합경기장은 한때 전북에 연고를 둔 프로축구와 프로야구 등 프로스포츠가 태동한 곳이기도 하다.

 

종합경기장은 1980년, 1991년 전국 체전 개최 시 재건축과 보수로 현대식으로 보수됐다.

 

요즘 이곳은 주말과 휴일마다 수백대의 차량이 주차장을 빼곡하게 채울 정도로 도심 속 만남의 장소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또 아침, 저녁에는 수백명의 전주시민들이 체육 공간으로 이용하면서 삶의 질을 높이는 생활체육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이런 오랜 추억을 간직하고, 전주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전주 종합경기장이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고 하니 안타까움이 크다. 전라북도와 전주시가 현재의 종합경기장 부지에 대규모 아파트 개발과 호텔, 컨벤션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종합경기장이 사라진다면 그곳을 자주 찾았던 우리의 윗세대와 그곳의 흙을 밟고 청춘을 불살랐던 도민들에게도 주는 아쉬움이 클 것이다.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사라지게 되는 서글픈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알 수 없다.

 

컨벤션센터 개발 계획의 추진 이유는 전북의 경우 이런 시설들이 전무해 국제회의와 국제 행사의 불모지로 전락해 자칫 관광산업 경쟁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천억원이 소요되는 컨벤션센터가 완공되더라도 대규모 행사가 일 년에 몇 번이나 열리길래 그런 큰 시설이 필요한 것인지, 또 꼭 필요하다면 전주 근교의 여유 있는 공간을 선택하는 방안은 없는지 묻고 싶다.

 

컨벤션센터와 공동주택개발 건립은 도민들과 체육인들과의 충분한 교감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아쉬움이 남는다.

 

컨벤션센터 건립을 추진한다면 먼저 체육인들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대체 경기장 조성 방식에 대한 설명이 사전에 이루어져야 하고, 더 나아가 체육인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전주시 등이 대체 경기장 조성 계획은 밝혔지만 한마디로 식상한 발표문 수준에 불과하다. 전북 체육의 백년대계가 아닌 미봉책으로 흐를 수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지금부터라도 대화를 시작해 보자. 전주 종합경기장을 꼭 허물어야 할 일이라면 대체 경기장은 어느 곳에 어느 정도 규모로 조성할 것인가 등에 대한 알찬 이야기를 시작해야 한다. 그래서 가장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누구를 위해서, 무엇을 위해 개발하겠다는 것인지도 알아야 한다. 전주 시민이 주인인 공간이기에 종합경기장을 공원과 문화와 체육을 연계한 공간으로 만들어 시민들에게 돌려주는 방안은 없는 지 묻고 싶다.

 

지금 이 순간 개발이라는 명분에 의해 전북 체육의 한 역사가 밀려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바로 이 과정에 체육인들의 목소리가 빠져 있기 때문이다.

 

종합경기장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컨벤션센터를 건립하는 것은 도민을 위한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이를 빌미로 체육인들을 외면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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