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서 오직 인간만이 유전적 적응도에 반하는 생각과 행동을 서슴없이 실천하는 존재라고 한다. 철학자 하이데거는 언어를 '존재의 집'이라는 개념으로 표현했다. 사람은 자기가 뱉은 말에 책임질 줄 알아야 배운 사람으로서, 나이 든 사람으로서, 또 여러 사람들의 선택으로 입신양명 하겠다는 사람으로서의 도리를 다하는 길이다.
오는 11일은 국민들을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앞장서서 일하겠다고 야심차게 나선 후보들 중에서 246명(비례대표 54명 포함 300명)의 선량(選良)을 전국 각지에서 뽑는 날이다.
선거전이 중반전에 접어든 지금, 후보들의 입에서 쏟아지는 '말'에 많은 유권자들이 제대로 귀 기울이려 하지 않는 것 같다. 이같은 현상은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서 삶이 팍팍해진 유권자들이 생업에 쫓겨서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입으로 떡을 하면 세상 사람들 모두가 먹고도 남는다'는 말이 있다. 전북지역 후보 46명의 입에서도 여과되지 않은 채 거침없는 선심성 공약, 상대후보 비방, 모르쇠식 잡아떼기, 음모와 거짓말 등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런 말들을 귀담아 듣고 판단해야 할 유권자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인도의 성자(聖者) 간디는 나라가 잘못될 때 나타나는 사회악 일곱 가지 중 첫째로 '원칙이 없는 정치'를 꼽았다. 이 말이 우리나라의 정치 현실을 예언한 것이 아니었으면 한다. 선거 때만 되면 불거져 나오는 정부 정책을 국민들은 쉽게 믿으려 들지 않는다. 많은 정책, 공약들이 현실과 거리가 많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시·도지사들이 '지방정부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한마디 상의도 없이 추진하는 정책에 대해서는 지방정부의 재정 형편상 따르지 않을 것이다'라고 한 인터뷰는 작금의 현실을 분명하게 말해주고 있다.
논어 안연편(顔淵篇)에서 계강자라는 노나라 재상이 공자에게 '정치란 무엇이냐'라고 물으니, "정치는 곧 올바름이다.(政者는 正也다)"라고 답 했다. 계속되는 문답을 보면 '지도자가 선을 행한다면 백성들 역시 선을 따를 것이며(자욕선이민선의- 子欲善而民善矣), '군자의 덕은 바람과 같고, 소인의 덕은 풀과 같으니, 바람이 풀 위를 지나가면 풀은 반드시 바람의 방향을 따라 눕게 되는 것이다(초상풍필언- 草上風必偃)'라고 설명을 했다. 즉, 정치인들이 모범을 보이면 백성들은 그들을 믿고 따를 것이라는 뜻이다.
정치인들은 '말장난'의 선수들이란 불신을 받지 않도록 진실된 모습을 유권자들에게 가감(加減)없이 보여주어야 한다. 위법이 되는 줄 알면서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이겨야한다고 생각하는 후보는 이제 수준이 높아진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지 못할 것이다.
선거운동이 한창이다. 정치권은 당선을 위해 말의 성찬(盛饌)을 늘어놓고 있다. 잘살게 해준다니 유권자 누군들 싫어할까? 가뜩이나 힘겨운 삶 아닌가. 하지만 무료 보험상품 같은 선심성 공약들이 모두 이행될 경우 훗날 우리 자녀들을 생각해 보자. 자칫 높은 이자(利子)로 탱탱하게 부어오른 청구서가 그들의 어깨를 짓누르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희고 검은 거짓말들이 뒤통수를 시도 때도 없이 갈겨대는 세상이다. 하지만 집단이나 상대에게 내상(內傷)을 입히는 거짓말, 무책임한 말은 바로 자신을 위해서라도 삼가해야 할 것이다.
자기가 뱉어낸 말을 뒷받침 하지 못하고 불리해지면 신에게 맹세하듯 양심을 파는 선량 후보가 아니기를 바란다. 소신있는 정책공약으로 당당하게 승부하는 후보이기를 바란다. 유권자들 또한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엄정하게 주권을 행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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