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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총 회장이 돋보이는 이유

▲ 장 세 진

군산여상 교사·문학평론가

총선은 끝났지만, 되돌아볼 것이 있다. 각 당의 공천 과정에서 한국교총 안양옥 회장은 새누리당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공천이 당선인 강남벨트 중 한 곳인 서울 서초갑(실제로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되었다.) 지역구 출마 제의가 그것이다.

 

안 회장은 그러나 "임기를 마치겠다는 18만 교총 회원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며 새누리당의 공천 제의를 거절했다. 언론에 밝힌 이유말고 또 다른 속내가 있는지 알 길은 없으나 일단 높이 평가할만한 결단임이 분명해 보인다. 사실 당연한 결정이지만, 안 회장의 불출마가 돋보이는 것은 그렇지 않은 이들이 도처에 있어와서다.

 

한국교총의 경우 이 모 전 회장은 임기 중 홀연 국회의원으로 진출했다.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동작을을 당시 정동영 후보와 맞장뜰 정몽준 의원에게 내주는 '수모'까지 겪으며 건진 국회의원직이었다. 그런 당에 대한 충성 덕분인지 이번에도 경남의 어느 지역구 공천을 받았고, 당선되었다.

 

임기가 끝난 후이긴 하지만, 정 모 전 전교조 위원장은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4번에 이름을 올렸다. 선거법위반 시비가 일고 있지만, 제19대 국회의원에 당선되었다. 그런 행보는 그들의 의도 여부와 상관없이 교원단체장을 정치판 진출을 위한 정거장쯤으로 생각한다는 혐의를 받기에 충분하다.

 

7년 전 내가 전교조를 탈퇴한 것도 그런 이유였다. 참교육 실현이라는 기치와 상관없이 자꾸 정치적이 되어가는 교원단체 지도부를 위해 회원으로서 들러리 설 하등의 이유가 없었다.

 

한국교총 역시 마찬가지다. 전 회장의 임기 중 국회의원 진출을 보고 시도한 탈퇴가 좌초된 것은 고교 선배이기도 한 분회장 만류 때문이었다. 만약 안 회장이 새누리당의 러브콜을 받아들였다면 이번엔 주저없이 한국교총도 탈퇴해버렸을 것이다.

 

안 회장은 "교육자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연히 옳은 말이지만, 약속 지키는 일은 교육자에게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염치를 알고 도리가 무엇인지 실천해나가는 일은 짐승아닌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소중한 일이다. 인간다운 가치이다. 하물며 국민의 심판을 받겠다는 선출직 공직자임에야 더 말해 무엇하랴.

 

그런데 이번 19대 총선에서도 그런 약속을 헌신짝 버리듯 팽개친 후보들이 있다. 대표적인 예로 지자체장과 도의회 의원들을 들 수 있다. 그들은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뽑혔으니 임기가 2년 이상 남았는데도 온갖 아전인수적 명분을 내세워 중도하차했다.

 

더욱 가관은 유권자와의 약속을 어긴 이들이 주요 정당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이 되었다는 점이다. 신의없는 후보들의 국회의원 당선이라는 '개판'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신의 없는 사람을 뽑아달라고 내세운 정당이나, 그들에게 표를 주는 유권자들의 '개념없기'가 막상막하 아닌가! 그들 중 더러는 공천을 위한 당내 경선에서 탈락했다. 주제파악을 못했든 어쨌든 자신을 뽑아준 유권자들을 배신한 대가를 치른 셈이다. 양쪽으로부터 버림받은 그들은 다음 선거에서 또 무슨 '대의'를 내세우며 유권자 앞에 나타날지, 벌써부터 궁금할 지경이다.

 

하긴 과반 의석 확보로 총선 승리라는 평가를 받는 박근혜 새누리당비대위원장도 신의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총선 승리 후 일성으로 국민과의 약속 실천을 강조했지만, 전북도민에게 약속한 '지방정치인 비례대표 공천'을 없던 일로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정치를 해선 안된다. 삼척동자도 다 아는 순리를 중도하차하는 선출직 공직자만 모른다면 너무 슬픈 일이지 않은가? 그들의 무지몽매가 정치불신을 더욱 키우고, 끝내 무관심으로 이어져 국민이 정치를 내팽개치면? 생각만 해도 오싹 소름끼칠 일이다. 임기 수행중인 한국교총 회장의 총선 불출마가 돋보이는건 그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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