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 장애학생 부모
지난 토요일 이른 아침. 도교육청 한 켠 천막에서 나와 주변정리를 하는 어느 분의 모습을 보고 말았습니다. 밤새 내내 세게 불어댄 바람소리, 도로의 자동차소리로 불편한 천막 안에서 밤잠을 설쳤을 그 분은 장애학생의 교육을 담당하고 계신 특수교사셨습니다.
왜 특수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선생님들이 차가운 천막 안에서 밤새 뒤척이며 잠을 못이루시는지 아십니까?
자폐성장애를 가진 아들을 학교에 보내기 위해 고민하고 싸웠던 시간들이 떠올랐습니다. 힘든 치료를 해가면서 초등입학을 유예하고 1년 후 입학상담 때 들은 말은 배려한 듯 '특수학교로 가면 어떻겠냐'는 권유였지만 담임선생님의 각별한 관심으로 1학년을 다녔습니다. 하지만 처음하는 학교생활과 병행한 치료에 아이와 나는 몸과 마음이 지쳤고, 물론 특수학급이 있었지만 연수만 받은 정년을 앞둔 선생님이 계신 상태여서 힘든 우리아들은 특수학급에 맡길 수도, 완전통합을 할 수도 없어 결국 어렵게 넘은 학교 문턱을 다시 내려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마음을 다잡고, 이를 악물고 죽을 힘을 다해 치료에 전념하고 다시 2년 후 복학을 할 때는 나름의 학교생활이라는 것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학교분위기, 학교규모, 특수학급선생님, 상황 등을 모두 살펴 생활본거지와 거리가 먼 타시군도 마다하지 않고 찾은 덕분에 행복하게 학교를 다녔습니다. 그것도 잠시, 원래 퇴직을 염두에 두셨던 특수학급의 담당선생님께서 고심 끝에 특수학급을 떠나시고 학부형들은 특수교육전공선생님 배치를 요구하였지만 장애학생 교육에 경험도 없고 특수교육자격이 없는 일반교사가 배치되었습니다.
특수반 아이들 각각의 특성에 대한 이해와 상황의 파악은 쉽지 않았고, 일반아이들의 교육방법으로 아이들을 대하다 보니 크고 작은 문제들이 생기면서 아이가 정서적으로 크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결국 폭풍 같은 몇 달의 시간을 견디다 못해 큰 상처를 받은 아이를 데리고 또다시 전학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학교에서 담임선생님과 특수교사 선생님은 가정의 엄마, 아빠와 같다는 생각입니다. 다른 누구도 대신할 수 없고 엄마가 아무리 큰 역할을 해도 아빠가 될 수 없고 아빠 역시 엄마의 흉내로 두 가지 역할을 계속할 수도, 그 빈자리를 채울 수 없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공교육을 받을 자격이 있는 우리아이들이 학교에서 정교육을 받으신 담임선생님을 만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관련학과에서 4년동안 장애와 관련된 교육을 받고 봉사와 실습을 통해 이해와 경험을 쌓은 특수교육전공자 선생님이 특수학교, 특수학급에서 장애학학생을 가르쳐야합니다.
이제 더 이상 지식없는 사랑하는 마음만 있고, 일정한 연수만 받으면 장애학생을 교육할 수 있다는 생각은 안 됩니다. 그 생각 때문에, "지금까지도 그래왔는데" 하는 안이하고 현실에 몽매한 정책 때문에 얼마나 많은 장애아이와 그 부모가 상처입고 또 교육을 포기하고 있는지 장애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가슴이 터집니다.
정말 궁금합니다. 좋은 성적이어야 들어갈 수 있는 대학의 특수교육학과, 만만찮은 등록금을 내가며 교육받은 그 많은 우리 도내의 졸업생들은 모두 어디 갔을까요?
우리 아이가 학교에서 가져온 전북교육 뉴스에 '장애인 자아실현 지원을 위해 특수교육운영계획'에 기대감을 갖게 되는데 그 실현은 누가 하나요? 교육청에서 하는 1년에 한, 두 번 있는 교육에 갈 때마다 담당 장학사님이 바뀌는 것은 왜 인가요? 우리아이들이 제대로 이해받고 정당한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올해 확 늘려주신 특수교육 관련예산을 아이들에게 돌려주실 특수교육담당선생님을 특수학급, 특수학교에 있는 우리 장애학생에게 보내주십시오.
장애아이들과 함께 하느라 몸과 마음이 지쳐있는 부모들을 대신해 몸으로 외치고 부딪치고 계신 선생님을 더 이상 차가운 바닥에 계시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