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혈이 있다?"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대부분 어지럼증을 빈혈이라고 표현한다. 물론 빈혈에 의해 어지럼증이 나타날 수 있지만 이는 부정확한 표현이다. 어지럼증은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데 빈혈은 어지럼증을 일으키는 낮은 빈도의 원인 중 하나에 불과하다.
어지럼증은 두통, 피로 등과 함께 내과계 외래 환자들이 가장 많이 호소하는 증세 중 하나이다.
평형감각에 이상을 느끼는 경우를 한데 묶어 어지럼증이라고 한다.
우리 몸은 평형에 관련된 여러 정보를 받아들여 이에 대해 적절히 반응함으로써 평형을 유지한다.
자신과 외부로부터의 자극을 뇌로 전달해 평형유지에 관여하는 감각정보에는 눈(시각자극을 전달하는 시각계), 귀(귀 안에서 평형기능을 담당하는 전정신경계), 근육, 관절(근육과 사지관절의 정보를 전달하여 몸의 움직임이나 자세를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체성감각계) 등으로부터 뇌로 보내지는데 인체는 이를 받아들여서 대부분 무의식적으로 적절한 움직임을 하여 평형을 잡는다. 눈을 통해 어떤 물체의 거리를 인식하게 되고, 귀의 전정기관을 통해 몸의 움직임 속도와 위치를 감지한다. 근육과 관절도 몸의 움직임과 자세에 대한 정보를 뇌로 전달한다. 이들 감각신경계나 중추신경계의 통합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어지럼증과 함께 자세불안을 초래한다. 어지럼증은 피곤하거나 몸의 상태가 좋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 몸의 감각들을 통합하는 기능이 일시적으로 저하되어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드물게는 자율신경계의 장애에 의해 머리로 가는 혈류가 순간적으로 감소하거나 심리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할 수도 있다. 특히 노인에서는 감각기능도 떨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합하는 대뇌기능도 저하되어 있으므로 이러한 종류의 어지러움을 느끼는 경우가 흔하다. 대개는 일시적인 현상이나, 이러한 증상이 자꾸 반복될 때에는 전반적인 신체 상태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정상인에서 감각 정보가 부적절하게 들어올 때 여러 감각 사이의 부조화에 의해 어지럼증이 발생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놀이기구를 탈 때처럼 과도한 전정계의 자극이 주어져 발생하는 어지럼증, 높은 곳에 올라가서 눈과 고정된 배경과의 거리가 멀어서 발생하는 어지럼증, 새로 맞춘 안경의 의해 발생하는 어지럼증, 뱃멀미, 차멀미 등이 있다.
어지럼증은 대개 양성적 경과를 보이지만 심각한 신경계 질환이 내재된 경우도 있다. 어지럼증의 임상적 의의는 그 원인질환에 따라 다르다. 어떤 경우에는 단순히 감기와 같이 내이에 바이러스 감염이 있어서 나타나지만, 심각한 뇌혈관 질환의 전조증으로 어지럼증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원인질환을 판별해내고 원인병소를 찾는 것이 어지럼증 환자의 치료에 무엇보다 중요하다. 신경계 질환으로서 평형과 관련된 신경계를 침범하는 어떤 질환이든지 어지럼증을 유발할 수 있다. 대표적인 질환으로는 뇌경색, 뇌종양, 뇌염, 뇌외상, 경련성 질환, 탈수초성 질환, 변성 질환 등이 있다. 일반인이 보아서는 단순한 말초성 어지럼증과 구분하기 어렵고 특히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 뇌졸중 위험인자가 있는 환자에서 수 분간 지속되는 어지럼증과 비틀거림이 발생 시 시간을 다투는 위험한 상황일 수 있으므로 신경과 전문의의 진찰을 통해 뇌졸중 여부에 대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임미혜(전주 드림솔병원 신경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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