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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하면서 경쟁하자

정성록 남원서진여고 교사

 

"우수한 시험 성적을 내는 좋은 학교(good)는 많다. 하지만 훌륭한(great) 학교는 시험 성적 이상을 학교별로 갖고 있어야 합니다." 영국의 명문 사립학교인 이튼칼리지의 토니 리틀 교장이 서울 모 고등학교를 방문했을 때 했던 말이다. 이 학교는 영국의 450개 퍼블릭스쿨 중 가장 유명한 사립고등학교로 덕망있는 정치가 학자 등을 많이 배출한 학교로 알려 있다. 이 학교는 페어플레이 정신을 규율의 으뜸으로 여기면서 학생들에게 최대한의 자유와 동시에 책임감도 부여하면서 학생들은 지도교사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분위기를 형성한다고 한다. 교원평가도 교원들이 지닌 우수성을 발굴하여 더 많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 가장 핵심이 된다고 했다. 문화가 다른 나라의 상황이라고 해서 간과할 일은 아니다.

 

우리 교육 현실은 경쟁의 연속이다. 지나친 경쟁은 인성을 잃게 하고 신뢰를 버리게 되는 것이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이기는 경쟁을 주로 교육한다. 교육이 협동적 차원을 넘어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이 대세가 되었다. 모든 문제의 해결은 교과서 속에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요즘 서술형 문제를 유도하고 있는데 이 취지는 자신의 관점을 객관적 근거에 의해 내 생각을 적는 것이지만 실제는 교과서와 거의 일치하는 것을 정답으로 처리하고 있다. 외우기에 가깝다. 본질보다는 현상에 더 신경을 쓰는 것이다.

 

요즘 직원을 기쁘게 하는 신바람(fun)경영을 많이 하는 회사가 많다. 아침 출근 시간을 부서별로 다양한 이벤트로 상쾌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도록 하기도 하고 재미있는 아이디어로 발표를 한 팀 전원에게 외국여행의 혜택을 주기도 한다. 또한, 어떤 회사는 하루를 회사 밖에서 놀면서 업무와 무관한 시간을 얼마나 재밌게 보냈는지에 따라 상도 준다. 놀이문화를 통해 상하 위계 질서가 있는 기업 문화를 새롭게 변모시키고 있다. 이렇듯 신바람(fun) 경영은 직원들이 자발적 창의적으로 일할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업무 몰입도를 높여 생산성을 높이고 기업 충성도를 높이는 효과를 유발하는 것이다.

 

이제 학교도 이런 기업 문화를 본받아야 한다. 학교는 그저 공부하기 위해 의무적으로 다녀야 하는 장소가 아닌 많은 학생이 모여서 교육과 훈련을 하는 재밌는 공간으로 되어야 한다. 그러면 어떤 때는 소란스럽고 좀 무질서한 느낌이 들 때도 있고 엉뚱한 발상으로 주위 사람들이 당황할 때도 있는데 이런 상황은 거의 비교육적이라고 생각한다. 학교에서는 항시 조용하고 질문보다는 선생님 말씀 잘 듣는 것이 곧 미덕이라고 교육을 받아 왔기 때문이다. 질문 없는 고요함이 오히려 더 문제가 된다. 우리 지역에도 참 좋은 학교가 많다. 그래도 훌륭한 학교가 더 많이 생기길 원한다. 이런 훌륭한 학교가 되기 위해선 학교별·지역별 특성을 살려 협력하면서 경쟁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줘야 할 것이다. 그러면 자기주도적 학습도 자연스럽게 형성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학교가 재밌는 공간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학생들이 뭘 원하는지 잘 살펴 이에 걸맞은 환경을 구성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하며 교육과정은 구성원의 상호 협의를 통해 형성되어야 한다. 전북교육청에서 추구하는 '가고 싶은 학교 행복한 교육공동체'에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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