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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익산시 '여성이 행복한 도시' 실현 - 여성친화적 도시환경 구축… 아직 '체감도' 낮다

여성들의 다양한 요구 반영한 정책·제도 마련 절실 / 남성 역차별·피해의식 상존… 인식 전환 노력 필요

▲ 익산시 여성친화도시 지정 3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여성들이 장미꽃송이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전북일보 자료사진

'여성이 행복해진다면…'

 

처음 연애하는 기분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마음으로 챙길 것이고, 사랑하는 자녀를 밝고 꾸밈이 없는, 원대한 꿈이 있는 아이로 발전시킬 것이며, 사업장 분위기는 일하는 즐거움으로 성과를 향상시킬 것이고, 남은 여가생활을 감성적으로 즐길 것 같다. 익산시를 중심으로 여성친화도시가 정착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이 무엇인지 가늠해본다.

 

△여성친화도시 개념의 발전

 

현재 우리가 사는 도시나 이용하는 시설물들은 남성중심이라고 많이 말한다. 사실 따지고 보면 남성중심적 이라기보다는 급속한 도시화에서 비롯됐다. 무분별한 도시화와 도시팽창이 이뤄지면서 주택이나 회사·빌딩·상점 등이 우선적으로 만들어 지고, 이후에 공중화장실이나 이러한 기타 부대시설이 만들어졌다. 이러한 과정에서 여성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이에 따라 여성이 남성에 비해 살기 불편한 현대의 도시주거환경을 개선해나가자는 생각에서 '여성친화도시'라는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야간에 좀더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가로등을 많이 설치하고, 공공이용시설에 모유수유실이나 여성을 위한 주차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여성친화도시로 나아가기 위한 구체적인 의견이다.

 

여성친화도시는 지난 1970년대 북미 여성운동가들에 의해 처음 생겨난 개념이다. 당시 이들은 안전성, 접근성, 편리성, 쾌적성을 갖춘 도시를 요구했고, 특히 1981년 캐나다 등에서 시작된 밤길안전에 대한 캠페인은 1990년대 들어서 가시화되기도 했다. 이처럼 여성친화도시의 개념은 생활속 여성의 안전에 대한 요구로부터 출발했다.

 

1992년 유엔환경개발회의(UNCED) 리우환경선언에서 지속가능개발 의제가 대두되면서 장애인과 아동을 포함한 여성의 주거권 확보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1994년 도시여성을 위한 유럽선언을 통해 본격적으로 여성을 고려한 도시에 대한 모색이 본격화됐다.

 

여성의 도시권이 국제사회의 의제로 상정되면서 성, 평등한 인간, 정주이념으로까지 발전한 셈이다.

 

△익산시는 여성친화도시인가

 

전북은 물론 전국에서도 여성친화도시의 선진지로 꼽히는 곳이 익산시다.

 

지난 2009년 3월 제1호 여성친화도시로 지정된 익산시는 여성부와의 여성친화도시 조성 협약서에서 '여성친화도시는 지역정책과 발전과정에 남녀가 동등하게 참여하고 그 혜택이 양성에게 고루 돌아가도록 하여 일상생활에서 성별 차이가 없도록 하는 지역'으로 규정했다.

 

익산시는 또 여성의 사회참여를 촉진하는 여성친화적인 환경을 구축하고 여성이 안전하고 행복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여성친화도시조성협의체를 운영중이다.

 

여성친화도시조성협의체는 공공디자인, 일, 돌봄·교육, 여가문화, 안전·건강 등의 5개 분과를 두고 있으며, 여성친화도시 조성사업의 정책은 물론 아이디어 발굴 및 제안, 모니터링 결과 평가 등 여성친화도시 익산을 만드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이처럼 익산시는 그동안 도시, 교육, 문화, 환경 등 생활전반에 걸쳐 여성의 세심하고 감성적인 것들을 더해 여성친화도시의 청사진을 그린 데 이어, '여성이 행복하면 가정이 행복하고 가정이 행복하면 우리 모두가 행복하다'라는 사고를 가지고 여성친화도시 조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익산시의 이러한 여성친화적 정책은 비록 선진국에 비해 늦은 출발임에도 불구하고 짧은 기간에 많은 성과를 이뤘다고 볼 수 있다.

 

△익산시의 과제는

 

하지만 익산시가 진정한 여성친화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갈길이 아직 멀다는 평가가 적지않다.

 

무엇보다 여성친화적 도시의 추진과 관련해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반면 그에 비해 성과는 미진하다는 지적이 두드러진다.

 

실제로 익산시의 경우 여성친화적 도시정책이 본래의 취지대로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고, 이로 인해 익산지역 여성들의 여성친화적 정책에 대한 체감도는 낮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다양한 여성집단들의 정책적 수요가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여성친화적 도시정책은 단순히 시대적·사회적 변화에 보조를 맞추기 보다는, 다양한 여성들의 의식이나 요구를 바탕으로 마련·시행돼야 한다.

 

이에 반해 익산시의 여성친화적 도시정책은 추진과정에서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치지 않아 실제적인 여성들의 수요가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여성들의 요구를 반영한 여성친화적 정책이 서둘러 도입·시행되고, 남성들의 인식전환이 필수불가결하다는 지적이 두드러진다.

 

이는 여성을 주된 대상으로 하는 여성친화적 정책이 여성에게만 지지를 받는 대신 남성들에게는 역차별 등의 피해의식이 커진다면 또다른 논란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성친화적 정책은 단순히 여성만을 위한 정책이 아니다. '여성이 행복하면 가정이 행복하고 가정이 행복하면 우리 모두가 행복하다'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성평등적 관점에서 남녀 모두에게 안전하고 편리한 도시를 만들어 가는데 기여하는 정책이다.

 

결국 여성친화적 정책의 시행으로 인해 남성이 피해나 손해를 보지 않으며 오히려 사회 전반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을 할 수 있도록 남성들의 인식 전환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유영미 NGO 시민기자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전북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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