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에는 좀 쉴 수 있지 않느냐고 물었다가 머쓱해졌다.
"방학 때가 더 힘들어요. 2달간 매일 물청소를 해요. 책상과 의자를 다 빼고 물청소를 하고 말린 후에 왁스를 칠하기를 매일 반복해야 해요. 거의 중노동 이죠"
청소만큼은 누구보다 자신 있다는 18년차 대학 청소노동자 정영숙씨(53)의 말이다.
그는 처음부터 비정규직 파견 노동자가 아니었다. 1994년 청소 일을 시작할 때만 해도 대학 소속 노동자였다. 상여금도 받고 회식도 하고 학생들도 살갑게 대해줘서 보람도 컸다.
그런데 대학이 청소업무를 위탁한 뒤 비정규직으로 전락하면서 최저임금도 못 받고 인간적인 대접도 못 받았다고 한다.
"8시간을 일해도 겨우 끝이 날 일을 6.5시간으로 줄이니 두 배로 힘이 들었어요. 점심도 제대로 못 먹거나 퇴근 버스 놓치는 날이 부지기수였어요"
일 못한다는 소리를 못 들어본 그도 대학 직원으로부터 지적을 당하는 일도 생겼다. 책임감만큼은 누구보다 높다고 생각했는데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고 한다.
도청 청소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어 권리를 찾는 모습이 부러웠다는 그는 지난해 6월 남자 경비원들이 중심이 된 노동조합 결성에 망설임 없이 가입했다. 그런데 남자들이 다 빠져나가고 회사 측이 주도한 노조에 가입하면서 여성청소노동자들만 남았다. 여성 특유의 배려와 생활력이 넘치기 때문에 파업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정씨는 노조에 가입하고 새로운 세상을 만났다고 힘주어 말한다.
노동조합에 가입해서 제 권리를 많이 찾았다. 잃어버린 1.5시간도 되찾아왔고 연차도 필요할 때 쓸 수 있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부조리와 불합리를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뿌듯하다고 한다.
학생회가 끝까지 곁을 지켜준 홍대 청소노동자들이 너무 부러워서 눈물을 흘렸다는 그는 "이모들이 왜 이렇게 거리로 나서고 삼보일배를 하는지 한번쯤은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고 말했다.
하루빨리 청소도구를 손에 쥐고 학교로 돌아가고 싶지만 아무것도 없이 빈손으로 갈 수 없다며 오늘도 낯선 서울 밤거리 농성장을 지키고 있다.
/이정현 NGO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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