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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전주 동문상점가 경관거리조성사업 - 상인들 "보도블록 깔고 조형물 세운다고 상권 좋아지나"

주민들 "의견수렴 형식적… 일방통행 멋대로 결정" / 市 "여러 업체 참여로 불편했지만 경제 활성화 기대"

   
▲ 전주 동문거리 지중화 공사 현장
 
   
▲ 도로 위에 보도블록을 깔고 조형물을 설치해 마무리한 모습.

벌써 1년이 넘게 각종 공사로 몸살을 앓던 전주시 동문사거리 일대가 일방통행로로 지정된 동문길의 차량통행이 재개되면서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다. 풍남동·경원동 지역에 걸쳐있는 동문상가 지역은 한때 남부시장과 중앙시장, 모래내시장 등과 더불어 전주지역을 대표하는 시장의 하나로 꼽혔으며, 특히 동문사거리 지역은 중고서적을 취급하는 헌책방이 집중적으로 모여있어서 헌책방 거리로 불리기도 했었다. 전통시장의 경쟁력 약화와 신시가지의 개발 등에 따른 뚜렷한 쇄락기를 거치면서 동문사거리 인근은 전주 지역의 문화·예술인들이 즐겨찾는 거리로 재구성되기도 했다.

 

△한옥마을 연계된 동문사거리 상권 활성화

 

이 지역의 각종 개발 공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된 것은 지난해 6월께 시작된 '중앙하수관거 설치 사업'이었다.

 

연달아 '맑은물 공급사업'이며 '한전주·통신주 지중화사업', 그리고 '동문상점가 경관거리 조성사업' 등이 함께 시행되면서 길을 막고 도로를 뜯었다 다시 깔기를 수 차례, 마침내 이 길을 주로 이용해서 통행하는 거주 주민들은 물론이고 영업에 직접적인 손해를 입게된 상인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형식적인 주민 설명회나 비현실적인 손해보상 등을 거론하며 사업 추진 과정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언론보도가 줄을 이었다.

 

'동문상점가 경관거리 조성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전주시청 지역경제과 윤재신 과장은 "이 사업은 2009년 전주시가 중기청의 공모사업에 당선되면서 추진된 총예산 81억5000만원 규모의 4개년도 사업으로 당초 사업완료 시점은 내년 2월"이라면서 "이 사업에 참여하는 업체가 한두 개가 아니어서 여러 업체의 시기를 맞추느라 일부 지연되었지만 오는 10월, 늦어도 11월 초까지는 사업의 마무리 단계인 간판정비 사업까지 완료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중화 공사만 하더라도 9개 회사가 동시에 들어오는 것이었다"는 윤 과장은 "일부 불편이 발생했지만 한옥마을과 연계된 관광객 유입을 통해 이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며 주민들의 이해를 당부했다.

 

물론 지역 주민들과 상인들은 그동안 소음과 먼지, 통행제한으로 인한 불편함 등을 겪으면서 있었던 사업추진주체인 시에 대한 불만과 갈등을 덮어두고 기왕에 진행되어 온 사업이 순탄하게 마무리되고 지역 상권이 활성화되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내심 바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진행되는 이 사업이 시에서 말하는 효과를 실질적으로 가져올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지역 주민·상인 의견수렴과정 부실 논란

 

동문길에서 C업소를 운영하는 업주 A씨는 "웨딩거리, 노송복개천 등 예산을 들여서 거리를 꾸미긴 했는데 좋아진 게 무언가"라면서 "시의원들이나 시장 업적이지 우리같은 세입자에게 돌아올 혜택은 없을 것"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했다.

 

A씨는 "올해 초 설명회 한다고 안내문을 돌리긴 하던데, 동문상인회 회원이나 건물주들 모시고 했겠지, 나는 장사하는 시간이라 나가지도 못했다"며 불만을 표했다. "나중에 피해보상을 받겠다며 시의 관계자를 만나는 자리에 다들 함께 가자고 해서 가보긴 했지만 보상이 나올 거라 기대하진 않았다"는 A씨는 "공사기간 중에 완전철시를 하라는 현실성 없는 조건을 거는데, 누가 그렇게 할 수 있겠느냐. 그야말로 면피용 제안 아니겠느냐"고 주장했다.

 

통행이 재개된 도로에 대해서도 A씨는 "예뻐졌다는데, 난 모르겠다. 인도가 생기니까 도리어 공인된 주차장처럼 주차를 해대서 불편해졌다고 생각한다"며 시의 사업에 대한 불신을 그대로 드러냈다.

 

P업소의 정지훈씨(29)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주차금지 입간판을 내놓으면 16만원짜리 티켓을 물린다고 해서 치워놨더니 차들이 가게를 다 막아놓고 있다"는 정씨는 "구청에 민원이나 넣어야 올까 주차단속도 전혀 하지 않으니 매번 말하기도 그렇고 답답하다"고 말했다.

 

D업소의 B씨는 "주민의견 수렴을 위한 절차는 형식적으로나마 거치는 모양인데 실제로 조사한 의견을 어떻게 반영했는지 모르겠더라"면서 "일방통행 결정도 상인들 대부분이 반대했다. 예를 들어 웨딩거리처럼 큰 길에서 들어오는 길이라도 양방통행을 하던지 해야하는데 전혀 의견 수렴이 안됐다. 경찰 쪽에서도 그게 문제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는데도 그냥 일방적으로 결정해서 밀어부쳐 버렸다"고 고개를 저었다.

 

"진행상황을 조율하는 일은 고사하고 공사 마지막 구간 시작할 때도 3~4일 전에야 도로통제 한다고 통보하는 식이었고 무엇을 언제까지 하는지 물어봐도 제대로 된 답변을 들은 적이 없다"고 전하는 B씨는 "공사 전에 시의 관계자가 나왔는데 '이미 의견수렴이 된 줄 알았다'는 말을 하는 것을 보고 소통이 전혀 안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 지역 활성화를 위해서 일정부분 감수해야 한다지만 업종 별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보도블록 깔고 조형물 1~2개 세우는 것이 무슨 좋은 일이 될지 모르겠다"고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우리 가게는 3월부터 손님이 하나도 못들어왔다"고 말하면서도 "감수해야할 부분이라고 생각은 한다"고 말하는 O업소의 기용석씨(59)는 새로 조성하는 도로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다.

 

"시작부터 하자를 보수할 작정을 하고 공사를 하는 것 아닌가 할 정도"라며 도로 포장 상태의 지적한 기씨는 다른 업소나 마찬가지로 "일방통행을 하니 주차를 더 하게 돼서 인도가 아니라 주차장이 된 꼴"이라는 말을 빠뜨리지 않았다.

 

△발상전환 통해 적극적인 의견수렴 나서야

 

물론 '동문상점가 경관거리 조성사업'이 도로포장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제대로 된 의견수렴 없이 시가 정한 일방적인 사업계획을 밀어붙이는 태도는 민관협력, 상생자치의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구태의연한 관료주의라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의 김남규 처장은 "주민들이 설명회나 공청회 참가에 소극적이어서 의견수렴이 어렵다는 핑계는 극복해야 한다. 일정 기간 동안 퇴근시간 이후에 주민과 상인들이 오가며 편하게 들를 수 있는 곳을 정해 천막이라도 치고 공청회나 설명회를 지속적으로 진행하는 등 발상의 전환을 통해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수렴하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필요하다. 지방정부가 이러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관에서 진행하는 사업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은 결코 극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우성 NGO시민기자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투명사회국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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