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정부-전문가-사회단체 협력체계 구축 일상생활서 느낄 수 있는 性평등 정책 필요"
▲ 지난달 3일 전주시청에서 열린 제17회 전주시 여성주간 기념행사에서 참석자들이 '여성의 바람으로 여성의 희망으로'라고 적힌 부채를 들고 환하게 웃고있다. /전북일보 자료사진 | ||
성(性)주류화(gender-mainstreaming)란 말을 처음 듣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성주류화의 '주류'가 술의 종류를 말하는 것인지 묻는다. 주류의 사전적인 의미는 '학문, 사상, 문예 활동에서 중심이 되는 흐름이나 경향'을 말한다. 이처럼 성주류화는 그동안 중심이 되지 못해왔던 성평등의 관점을 모든 정책과정에 적용함으로써 정치적이고 공공적인 다양한 분야의 개개인의 삶에 스며들게 하는 것이다.
△일선 자치단체 내년부터 본격 시행
최근 정부주도로 성주류화(gender-mainstreaming) 정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 성주류화 정책은 1995년 베이징여성대회에서 여성정책의 새로운 전략적 패러다임으로 채택되었고, 현재 EU의 주요 성평등정책의 기조로 세계각국에서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한국의 경우 2000년대 초, 여성단체들이 성주류화의 주요 정책도구인 성인지 예산제도 도입을 요구하는 활동을 전개해 정책과 제도의 변화를 이끌어냈다. 이를 시작으로 성주류화를 위한 도구 중 하나인 성별영향평가의 법적근거는 2002년 여성발전기본법 개정으로 마련되었고, 2004년 시범적용을 거쳐 지난해 성별영향분석평가법이 제정되었다.
성인지예산의 경우 2006년 국가재정법이 국회를 통과하였고, 지난해 지방재정법의 재정을 계기로 일선 자치단체는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에 나선다.
이처럼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성주류화 정책은 법적근거의 강화라는 큰 성과를 거뒀지만, 실제 추진을 위한 체계나 인프라 구축 등 여러가지 난맥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 추진계획 없이 성인지 예·결산서를 정부와 국회내부에서만 공유하는 부차적인 작성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성별영향평가를 통한 정책개선의 성과가 뚜렷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더욱이 거버넌스모델(정부-전문가-NGO의 삼각연대)의 뚜렷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 성주류화가 정부주도형으로 진행되면서 당초의 취지를 제대로 반영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라북도 성주류화 정책 '빨간불'
한국의 여성정책은 국가적 차원으로 계획되어 지방자치단체의 여성정책에 영향을 미쳐왔다. 특히 중앙정부의 지원과 평가에 의존해오면서 자체적으로 정책 개발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고, 그대로 수용하여 집행할수록 많은 점수를 받게 되면서 전북의 여성정책 연구 역량은 갈수록 축소되어 버리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이를 반영한 듯 애석하게도 민선 5기 도정비전에는 성평등 의제가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여성은 10대 핵심공약에서 일자리센터를 통한 '기업맞춤형 여성 직업훈련 실시'라는 한 줄에 모두 담겨있을 뿐이다.
게다가 여성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복지여성보건국의 복지시책 전략과 중점과제에서 '2008년까지는 양성평등 사회실현'이 전략으로 제시되었으나, 2009년 이후에는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로 변경되었고, 2011년에는 '일자리창출, 저 출산·고령화 대비, 취약계층 보호'로 바꿔 성주류화의 방향마저 퇴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전략의 변화는 전북도가 여성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전북도는 여성정책에서 다양한 수상실적을 자랑해왔지만 성주류화 정책 실현을 위해 한걸음씩 나가는 중앙정부와 타 자치단체와는 다르게 뒷걸음질 치고 있는 듯하다.
△성주류화 정착을 위한 노력
성 주류화 제도의 정착을 위한 선행연구들에 따르면 성주류화 제도들이 갖고 있는 긍정적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의지와 관료사회의 관심이 부재할 경우 기존의 여성정책 마저 심각하게 위험을 받게 된다는 지적이 있다.
이를 반영하듯 박원순 서울시장은 임기시작부터 서울시정의 성주류화 전략 도입을 표명하고, 서울시민·NGO·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성평등위원회'를 출범시켰다. 특히 서울시정에 성주류화 개념을 도입하기 위해 '서울시, 성 주류화 으뜸도시로'를 주제로 직접 시장이 고위직 공무원들과 함께 참여해 청책(廳策)워크숍을 열었다.
이처럼 성주류화가 지역실정에 맞게 착근하기 위해서는 집행책임자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며, 지역의 성주류화 현황과 여건(법적기반·행정추진 및 환류점검 체계·성별분리통계·인적자원·예산)을 점검해 지역에 부합한 전략개발과 추진이 중요하다.
더구나 각종 연구들에서도 성주류화의 목표 달성여부를 좌우하는 요인이 NGO의 참여활성화와 거버넌스 구축임을 강조하듯, 지역여성단체들과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함께 모색해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무엇보다도 도민과 여성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성주류화 정책에 대해 쉽고 재미있는 홍보가 필요하며, 다양한 참여공간과 프로그램이 기획되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아무리 잘 만든 정책이라 할지라도 전문가와 공무원들 중심으로 탁상에서만 논의되는 것은 무용지물이다. 많은 지역민이 알고, 느끼고, 일상생활에서 변화를 체감해야 좋은 정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노현정 NGO시민
(전북여성단체연합 사무처장)
※ 이번 주부터 노현정 전북여성단체연합 사무처장이 제4기 NGO단으로 참여합니다. 노현정 사무처장은 앞으로 유영미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전북지회장을 대신해 NGO로 활동하며 현장의 목소리를 생동감 있게 전달할 예정입니다. 노현정 사무처장은 전북대와 성공회대 NGO시민사회복지대학원(NGO학)을 졸업했으며, 전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및 성인지예산 전국 네트워크 운영위원을 거쳤습니다. 또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의 성인지예산과정(32기)과 2012성별영향평가 컨설턴트 역량강화교육을 수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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