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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 여성노동 실태 - 고용 푸대접에 임신·출산·육아권리 침해 '만연'

퇴사 압력 빈번, 임금체불·성희롱·성차별 등 불이익 전체 여성노동자 73% 비정규직 … 사회적 관심 절실

▲ 전북여성노동자회가 운영하는 고용평등 이동상담실에서 여성노동 실태에 대해 홍보를 하고 있다.
"억울한 심정을 아무래도 여성단체가 잘 들어줄 것 같아서 여기 전화했어요" "담당근로감독관이 회사입장에서만 얘기를 하는 것 같아서 너무 속상했어요"

 

이렇게 전화선을 타고 들리는 아슬아슬한 여성들의 목소리로 전북여성노동자회가 운영하는 고용평등상담실(063-286-1633)의 하루는 시작된다. 경제위기로 인한 피해를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이 입었다는 것은 새로울 것 없는 얘기다.

 

특히 현 정부 들어 여성노동에 대한 고민은 찾아보기 힘들고 일자리 대책이라고 내놓은 것들이 성별 특성을 고려하고 있지 않고 있다. 그로인해 여성고용대책은 전무하다고 평가되는 상황이며 여성노동은 이름도 정의되지 않은 채 다양한 고용의 형태로 변질되어 가고 있다.

 

△여성이 겪는 기막힌 이야기들

 

가장 가까운 일례로 전주대 비전대 청소노동자들은 비정규직이라는 이름으로 짧게는 1년, 길게는 20여년을 근무해왔던 여성들로, 용역업체를 통해 선발되어 학교의 청소를 담당하는 분들이었다.

 

그러나 학교 청소외에도 용역업체가 운영하는 회사에서 청소는 기본이고, 물건을 진열하고 포장하는 등 부당노동과 차별의 문제들을 겪으면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노조에 가입하였지만 사측이 교섭을 거부하면서 이 문제가 가시화되었다.

 

하지만 문제해결의 당사자라 할 수 있는 대학교와 용역업체는 서로간의 긴밀한 관계를 부정하면서 책임소재를 떠넘기기에 바빴다. 청소노동자들이 대학교에서 일하고 있지만 이들이 소속되어 있는 곳이 용역업체이다보니 아무도 노동자들의 권리에 대해 어떠한 관심도 책임의식도 보이지 않았다.

 

이처럼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지 않고 외부업체를 통해 공급하는 형태의 간접고용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것은 용역이나, 파견, 사내하청, 도급 등 복잡한 고용형태를 만들어 가며 확산되고 있으며, 그 속에서 여성 노동자들의 고통은 심해지고 있다.

 

작년 고용평등상담실의 상담사례 분석결과에 따르면 유형별로는 고용관련 71%, 모성보호권 26.8%, 성희롱, 성차별 2.6% 순으로 나타났다. 고용관련 상담부문에서는 부당해고 및 부당행위 21%, 임금체불 8.1%, 직업병 및 실업급여 42%를 차지했고, 모성보호관련 상담부문은 출산휴가 19%, 육아휴직 7.8%, 직장 내 성희롱 2%, 성차별 0.6% 순으로 확인됐다.

 

특히 올해 7월까지 진행된 상담 현황에서도 전북지역 여성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과 관련한 산전·후 휴가 및 성희롱과 임금차별 등의 비중이 높게 나타나고 있었다. 고용평등상담실에 접수된 사례를 통해 전북지역 여성노동의 실태를 살펴보자.

 

△정규직도 모성권은 '그림의 떡'

 

"임신 중에도 야간업무를 하지 않으면 퇴사를 해야 한다고 하는데…"

 

작은 공장에서 일해 온 그녀는 주·야간 근무를 해왔다. 결혼한 지 수 개월 만에 임신을 하였지만 유산이 걱정 되어 상사에게 주간근무만 하고 싶다고 했더니 야간을 안 하면 퇴사를 해야 한다고 한다. "앞으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라도, 꼭 회사를 다니고 싶은데 회사를 다닐 수 있는 방법은 없을지"라는 고민이 깊어진다.

 

"저 아이 가졌어요"라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여성은 해고의 위험에 직면한다.

 

비정규직이 아닌 그녀에게도 모성권은 아직도 그림의 떡이다. 출산과 육아, 이에 따른 휴직이 여성의 당연한 권리임에도 오늘날 젊은 부부가 아이를 낳을 것이냐는 문제를 좌우하는 결정권은 고용주나 기업이 갖고 있다는 말이 농담으로만 들리진 않는다.

 

이 외에도 산전·후 휴가나 육아휴직을 쓰려면 사직서를 제출하라는 등의 퇴사 압력은 여전히 존재했고, 실업급여를 줄 테니 그만두라는 종용도 있었다.

 

저출산의 문제가 사회문제로 공감되고 있지만 기업의 관행과 법 제도에 대한 낮은 이해도로 인해 여성노동자들의 임신·출산에 따른 해고 및 불이익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었다.

 

△직장내 성희롱 여전

 

업무결재를 받으러 사장실에 들어가면 서류를 주고받을 때 슬그머니 잡는가하면 일하고 있으면 살며시 다가와서 등을 쓰다듬는다. 너무나 놀라 화를 내면 예뻐서 그러는데 화낸다고 오히려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고 한다. 딱히 성희롱이라고 하기도 그러고 그냥 넘기잖니 불쾌하다.

 

"정규직 직원으로부터 성희롱을 당하였는데…"

 

서른다섯 살 K는 식당에서 일하는 파견노동자이다. 제조업회사의 직원들이 매일 이용하는 구내식당에서 일하고 있다. 그런데 어느 날 정규직 남직원이 식당까지 와서 허벅지를 만지는 등의 성희롱을 지속적으로 하였다. K는 그 순간순간이 너무도 고통스러웠지만 용역업체에게 이런 사실을 말했다가 잘리까봐 말을 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매년 사업주나 상사의 성희롱 상담의 비율은 일정한 부분을 꼭 차지한다. 위 사례처럼 업무적으로 소수이거나 둘만이 접촉하는 경우가 많아서 부당한 성적요구나 사적인 친밀감을 성적언행으로 표시하는 경우가 잦다.

 

이를 거부하면 해고 및 인사상의 불이익 같은 오히려 여성에게 보복이 들어오기 마련이다. 이에 성희롱 예방교육이 의무 규정되었지만 많은 성희롱 발생 사업장의 79%(2009년)가 성희롱 예방교육을 하지 않고 있다.

 

△여성 노동의 가치 인식 아직은 요원

 

여성들의 권리의식은 해를 거듭 할수록 높아지고 있다. 상담을 통한 사례들 중 모성권에 관련한 부분에 대한 문의상담이 매우 많았고 산전·후휴가 기간 동안 급여 보장이나, 상여금 지급에 대한 문의도 많았다. 이는 여성노동자들의 권리의식이 상당히 높아지고 있음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반면 고용주와 사업장의 현실은 법규 이행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며 당연히 가능해야 하는 육아휴직과 이후 복귀 등의 자연스러움이 여성노동의 현실엔 그저 높은 벽으로 자리하고 있다. 전체 여성노동자의 73%가 비정규직이고 이 중 다수는 겨우 최저임금을 받거나 그 이하 임금으로 생활하고 있다.

 

특히 상당수 여성들은 100인 미만 중소업체, 비정규직, 저임금, 비공식노동, 영세자영업 등의 나쁜 일자리에 편중되어 있다. 고용과 해고, 경력단절에 이은 비정규 혹은 저임금 노동시장으로의 진입과 퇴출의 반복이 마치 여성노동의 붙박이 형태가 될 판이다.

 

정말 여성노동의 가치를 알기는커녕 이대로 여성들은 불안정한 고용과 저임금이 드리워진 현실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은 아닐까. 무엇보다 여성이 가정과 일터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임신·출산·양육을 수행하면서 노동시장 진입과 이탈은 언제 하는지, 일터에서 여성들은 남성들과 얼마나 다른 일을 하는지 등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변화가 시급하다.

 

'단지 그대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2등, 3등 시민으로 대우받는 사회가 아닌 누구나 온전한 시민으로서 존중받으며 일할 수 있는 사회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노현정 NGO시민기자

 

(전북여성단체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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