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시민강좌·풀뿌리시민강좌·시민언론학교 잇따라…저명인사 초청, 생태·문화·인문학 등 다양한 주제 특강
결실의 계절 가을을 맞아 지역시민사회단체가 개최하는 각종 시민강좌가 봇물을 이루면서 올해 전주의 가을은 더욱 풍성하게 여물어갈 것으로 보인다. 오는 11일에 시작하는 전북환경운동연합의 '초록시민강좌'를 시작으로, 18일에는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의 '풀뿌리시민강좌'가, 다음달 6일부터는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의 '시민언론학교'가 줄줄이 열리는 것. 서울·경기 등 수도권 지역이나 대도시가 아니면 힘든 전국적인 지명도의 유명 인물들이 전주를 찾으면서 이를 맞이하는 지역 주민들의 기대감도 한층 부풀어 오르고 있다.
최근 열리는 시민강좌나 대중강연회는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마련된 만큼 각 단체의 주된 활동영역이나 주제에 머물지 않고 최근의 사회적 이슈나 관심사를 다루는 강좌가 많아서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는 특색이 있다. 물론 비슷한 시기에 앞서거니 뒤서거니 진행되는 터라 평소부터 관심이 많았거나 특정 주제를 기다려온 사람들에게는 날짜가 겹치는 강좌를 두고 선택을 해야 하는 행복한 고민에 빠질 수도 있다. 올 가을을 풍성하게 해줄 각 시민강좌의 자세한 내용을 미리 살펴보고 저무는 2012년을 알차게 마무리해보자.
△전북환경운동연합 초록시민강좌
전북환경운동연합의 초록시민강좌는 2005년 개설돼 올해로 8번째를 맞이한 대표적인 지역 시민강좌다. 매년 가을에 시작해서 겨울에 끝나며 매주 한 번씩 총 10회의 강연을 중심으로 생태기행이나 영화감상을 곁들인다.
초록시민강좌의 참가자는 고등학생들도 많다. 초록시민강좌를 준비하는 전북환경운동연합의 이정현 사무처장은 "할아버지와 손자세대가 함께 강의를 듣는 등 고른 연령대가 참여하는 것"을 초록시민강좌의 특색으로 꼽는다.
시민사회 활동가들은 물론 대안적인 삶을 실천하거나 관심을 갖는 사람들에게 호소력 있는 강좌를 준비하는 것에 무게중심을 두고 생태·문화·인문학 등 다양한 주제를 망라하는 한편, 생태기행과 영화보기 등을 준비해 참가자들의 관심을 끌어낸다.
올해는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에 맞선 309일에 걸친 고공크레인 농성과 이를 지지하며 현장을 방문한 희망버스 행렬로 유명세를 떨친 김진숙씨(10월 11일)를 비롯해 시사평론가 김종배씨(10월 26일), 정치인 유시민씨(11월 8일), 영화평론가 유지나 씨(12월 14일) 등 화려한 강사진이 준비됐다.
인후동의 전주시 평생학습센터에서 진행되며 아이들을 위한 놀이방이 준비되어 영화상영과 동화 읽어주기 등을 제공한다.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풀뿌리시민강좌
오는 18일부터 열리는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의 풀뿌리시민강좌는 좀 더 편안하고 소박한 배움을 지향한다. 기존의 시민경제아카데미와 참여자치아카데미를 운영하며 쌓아온 노하우를 살리고 보다 폭넓은 주제와 관심사를 다룰 수 있도록 명칭을 '풀뿌리시민강좌'로 바꾼 것.
특히 '풀뿌리시민강좌'는 전주지역 5개 문화의 집과 공동으로 주최하면서 보다 많은 주민들의 참여를 기대하게 됐다. 1980년대초 최고의 고교야구 스타로 이름을 날렸던 박노준씨(10월 25일)를 비롯해 이흥재 도립미술관 관장이 직접 안내하는 도립미술관 세계미술거장전 단체관람(11월 10일) 등에 많은 청중이 몰릴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민간의료보험의 문제점과 의료복지문제를 다루는 김종명씨(10월 18일)와 서울 마포구 성미산마을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는 위성남씨(11월 1일), 친숙한 트로트 가요를 통해 우리들의 문화적 감수성과 사회 흐름의 맥락을 가늠해 볼 이영미씨(11월 15일)의 강좌가 눈여겨볼 만하다. 학생, 문화의 집 회원, 도서관 회원은 50% 특별할인가가 적용되며 개별강좌 접수가 가능하다.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 시민언론학교
전북지역 시민사회단체의 시민강좌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 꼽히는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의 '시민언론학교'는 1994년에 시작됐으며 올해로 벌써 19번째다. 장수강좌다 보니 배출된 졸업생만도 1800명에 이르며 매년 정원마감으로 수강을 받지 못해 다음 해를 기약하는 사람이 속출한다.
11월 한달간 열리는 '시민언론학교'는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진행되는데 소셜테이너로 주목을 받고 있는 방송인 김미화씨의 2강은 11월 10일 오전 10시로 시간을 조정했다.
이 밖에도 다큐멘터리 '두개의 문'의 홍지유 감독(11월 22일)과 전 KBS 사장 정연주씨(11월 29일) 등이 강연한다.
△복잡해진 세상, 삶에 대한 통찰력 필요
이렇게 다양한 대중 강연이 시민들로부터 공감을 얻어낼 수 있는 것은 어떤 이유일까? 전북환경운동연합의 이정현 사무처장은 "세상에 대한 뜨거움은 점점 더 식어가고 그 만큼 정치, 사회, 환경과 생태에 대한 무관심은 커지고 있다"면서 "복잡해진 세상에서 삶에 대한 통찰력을 갖기란 쉽지 않다. 신문,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얻고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겠지만 좀 더 근본적인 문제에 접근할 수 있는 논리적 사고와 판단력, 감수성을 얻기 위한 철학적 사고와 다양한 현실 속에서의 구체적인 적용을 위한 공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성찰적이고 창조적이며 비판적인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일상에서 작은 실천이 이어질 때 민주주의는 더 단단해지고 인간적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교양과 정보제공 일색의 대중강연이 아니라 서울·경기 지역, 혹은 지방 대도시에서나 만나볼 수 있었던 저명인사들의 강연이나 특색 있는 주제의 강좌를 직접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에 문화적인 소외감을 많이 겪는 지역 시민들로부터 호응을 얻을 수 있다.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의 김남규 처장은 "답답한 사회 현상에 대해 속시원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면서"이러한 시민강좌들이 시민과의 공감과 소통을 통한 외연확대라는 필요성을 중심에 놓기 보다는 시민들의 눈높이에서 그들의 요구와 수준에 맞는 문화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추진하는 방향으로 변화발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우성 NGO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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