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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핵발전소 안전지대인가? - 日 후쿠시마 거주 어린이 43.7% 갑상선 질환'시름'

원자력발전소 주변 주민 암 발생 정밀 역학조사 필요…핵 없는 세상 전북모임, 탈핵·에너지 전환 활동 '시동'

▲ 전남 영광 원자력발전소 전경.
일본의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는 그 동안 남의 일로만 여겨졌던 핵발전소(원자력발전)의 문제가 먼 나라 일이 아니라 바로 우리나라의 문제일 수 있음을 실감하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세계에서 원자력발전소가 제일 많은 나라인 미국과 러시아, 일본 등에서 사고가 차례로 터지면서 다음은 핵발전소 숫자가 세계에서 세번째로 많은 프랑스(58기)와 다섯번째로 많은 우리나라(23기)에서 핵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낳고 있다. 우리나라의 핵발전소 숫자는 일본(54기)에 비해 적지만 국토면적으로 환산하면 일본보다 밀도가 높다.

 

과연 핵발전소가 위치해 있지 않은 전라북도는 안전지대일까? 지난 8월 21일 고창군 상하면에서 발표된 '핵발전소 주변 지역주민 암 발생 역학조사결과 고창지역 설명회'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전라북도 지역이 핵발전소 폭발사고 시에는 말할 것도 없고 평시 운영시기에도 결코 안전하다고 볼 수 없는 조사결과가 발표됐다.

 

△20년동안 장기추적 대규모 프로젝트 진행

 

이날 발표된 자료는 정부가 서울대 원자력영향·역학연구소(안윤옥 책임교수)에 용역을 주어 전남 영광, 부산 고리, 경북 월성, 경북 울진 등 4개 핵발전소 주변지역(5㎞이내) 주민 1만1367명, 근거리지역(5~30㎞) 1만323명, 대조군(30㎞밖) 1만4486명을 대상으로 1992년부터 2011년 2월까지 20년 동안 장기 추적조사를 벌인 대규모 프로젝트의 결과이다. 이 역학조사는 1989년 영광핵발전소에서 근무하던 경비원 부인이 두 차례나 '뇌 없는 태아'를 유산한 사건을 계기로 시작되었다.

 

조사결과는 핵발전소 주변지역(5㎞이내)에 거주하는 주민에게서 대조군(30㎞밖)에 거주하는 주민보다 갑상선암(여성)의 경우 2.5배, 유방암(여성) 1.5배, 간암(남성) 1.4배, 위암 1.3배 등 높게 나타났다.

 

또한 여성갑상선암의 경우 근거리지역(5~30㎞)에 거주하는 주민이 대조군(30㎞밖)에 비해 역시 1.8배 높게 나타났다. 결과만 놓고 보면 매우 충격적인 사실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러한 조사결과에 대해 조사책임자인 안윤옥 교수는 지난 2011년 12월 12일 "다른 암들은 통계적으로 의미가 없었고, 여성 갑상선암은 통계적으로 의미가 있었지만, 핵발전소 방사선과 관련성이 없다. 왜냐하면 핵발전소 방사선이 영향을 미쳤다면, 방사선 관련 암이 주변지역에서 모두 높다든가 하는 경향성이 있어야 하지만, 다른 암들의 경우 갑상선암과 같은 경향성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핵발전소와 여성의 갑상선암은 관련이 없다"고 핵발전소와 관련성을 부인하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연구에 참여한 바 있는 주영수 교수 등은 안윤옥 교수의 결론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주영수 교수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기 때문에, 주변지역의 여성갑상선암 발생률은 대조군과 비교해 분명하게 높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또한 갑상선암의 경우 핵발전소에 가까이 살수록 더 많이 발생하는 경향성을 입증했다. 따라서 핵발전소와 갑상선암 발생의 관련성이 입증된 만큼, 다른 암과의 관련성에 대한 보다 정밀한 추가조사가 필요하다"고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이러한 상이한 결론에 대해 김익중 교수(동국대 의대)는 "역학조사의 책임자인 안윤옥 교수의 결론은 갑상선이 방사능에 특히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하는 것이다. 이번 조사의 결과는 갑상선 질환과 방사능의 관계가 매우 밀접하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입증한 것이다"라고 조사결과에 유의해야함을 강조했다.

 

김익중 교수는 덧붙여 "인체의 갑상선은 신체에너지와 대사를 조절하는 기관으로 요오드를 사용해 갑상선호르몬을 생성한다. 그러나 갑상선이 일반 요오드와 방사능 요오드를 구별하지 못하기 때문에 핵발전소 사고로 유출되는 방사능요오드가 몸에 흡수되면 재빨리 이를 축적한다. 결국 축적된 방사능요오드가 갑상선암을 일으키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갑상선 질환을 방사능 건강피해의 지표로 삼고 있는 것이다"라고 갑상선 질환과 방사능의 관계를 설명한다.

 

△일본 방사능 피해는 이제 시작단계

 

일본에서도 후쿠시마사고 이후에 방사능으로 인한 갑상선 질환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초미의 관심사다. 지난 9월 11일 후쿠시마현 공식발표에 따르면 후쿠시마 거주하는 어린이의 43.7%가 낭포(병으로 형성된 액체주머니) 등 갑상선 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특히, 6~10세의 여자 어린이의 54.1%와 11~15세 여자 어린이의 55.3%에서 갑상선 낭포가 높게 발견되어 남자 어린이에 비해 여자 어린이의 발병률이 높았다.

 

이러한 결과는 2000년 방사능에 오염되지 않은 일본의 나카사키 지역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실시한 갑상선검사 결과(낭포 0.8%)와 비교하면 엄청나게 높은 수치(55배)로 충격적 사실이다. 불행히도 일본의 방사능 피해는 이제 시작단계이다.

 

일본 뿐만이 아니라 체르노빌과 프랑스 등 세계 각국의 방사능오염으로 인한 갑상선질환의 피해사례는 많다. 이제 정부는 우리나라 핵발전소 주변 주민의 갑상선암 발병률이 높고, 특히 여성들에게서 더욱 높게 나타난다는 사실을 더 이상 은폐해서는 안된다.

 

전북도와 고창군청도 그저 중앙정부만 쳐다보고 있을 상황이 아니다. 고창군민과 전북도민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핵발전소 주변 지역주민 암 발생 역학조사' 결과에 대한 정밀검토와 진상조사 등 보다 적극적이고 전향적인 조치를 취해야할 상황이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이후 우리나라 국민들의 원전에 대한 반대여론이 높아지고 있고, 최근 전라북도 시민사회내에서도 탈핵을 위한 활동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고창지역대책위가 이미 출범을 했고, 한살림과 환경운동연합 등 생활협동조합과 환경운동단체를 중심으로 '핵 없는 세상을 위한 전북모임'이 꾸려지고 있다. 탈핵과 에너지전환을 위한 전북지역활동이 본격 시동을 걸고 있어 주목된다.

 

한승우 NGO시민기자

 

(전북녹색연합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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