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4-12-13 05:08 (Fri)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기획 chevron_right NGO 시민기자가 뛴다
일반기사

가정폭력 실태 - 부인폭행은 '부부싸움' 아닌 처벌받을 범죄

경찰 신고 때'집안 일'치부…피해 여성 고통'악순환'…소중한 목숨 잃는 등사회문제 심각, 관련법 개정해야

▲ 전북여성단체연합 회원이'기억의 화요일'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우리는 언론보도를 통해 여성들이 죽음을 당하거나 폭력의 피해를 입는 소식을 종종 듣는다. 대검찰청의 작년 범죄분석에 따르면 2010년을 기준으로 1년 동안 살해당한 전체 여성수가 무려 456명에 이른다. 여기에 남편이나 애인이 가해자일 경우에는 대부분이 폭행 또는 상해 치사로 기소되는 것을 감안한다면 가시화되지 않은 피해여성은 훨씬 많다고 할 수 있다. 이외에도 강간살인 등은 살인이 아닌 성폭행으로 분류되면서 실제 포함되지 않은 여성의 수는 더 많이 늘어난다.

 

정말 여성이라면 누구도 예외일 수 없는 위험 속에서 우리는 살아내고 있는 것이다. 전혀 알지도 못하는 타인에 의한 무차별적인 폭력으로 생명을 잃는 여성 외에도, 많은 여성들이 친밀한 관계에서 생명권을 무참히 침해당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 9월 한국여성의 전화가 주최한 '여성인권영화제' 피움 토크 무대에선 18년간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죽은 딸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한 어머니의 피맺힌 절규가 있었다.

 

74세의 노모는 "딸이 '너무 맞아서 오래 못 살 것 같아'라고 하는데도 애들 크면 괜찮아진다며 그냥 참고 살라고 했다"는 자신을 탓하며, 결국 자신이 딸을 맞아 죽게 했다며 통곡했고 관객 모두 함께 눈물을 흘렸다.

 

실제 여성부가 2004년부터 3년마다 실시하고 있는 전국가족실태조사에 따르면 2010년 한해 동안 우리나라 65세 미만 부부의 신체적·정신적·경제적 폭력, 성학대 등을 포함한 부부폭력 발생률은 53.8%로 나타났다. 또한 최근 3년간(2009-2011) 한국여성의 전화가 언론보도자료를 분석한 결과에서 남편과 애인에 의해 살해된 여성이 최소 209명이나 되었다. 이렇게 기록조차도 되지 않는 이 여성들의 죽음이 단순히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혹은 둘 만의 사소하고도 개인적인 문제였다라고 폭력을 허(許)할 수 있단 말인가?

 

△신고는 피해자의 '절규'

 

가정폭력이 발생했을 때 피해자의 신고행위는 목숨을 건 행위이다. 그러나 오히려 가정폭력 피해여성들은 신고했다는 이유만으로 가혹한 폭력적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고 한다. 2010년 가정폭력실태조사통계에서 경찰신고 후 경찰의 조치 내용을 살펴보면 출동하지 않거나 잘 해결하라고 돌아간 경우가 68.2%라고 한다. 특히 가정폭력 가해자와 피해자에게 일차적으로 대면하는 경찰이 "집안일입니다"라거나 "가정사네요"라는 식으로 가정폭력을 가정이라는 울타리에서 해결해야 된다는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경찰의 남성중심적이고 안이한 태도는 여성이 가정폭력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더욱 어렵게 한다. 한동안 언론을 들썩였던 오원춘 사건에서도 당시 경찰은 112구조를 요청하는 피해자의 목소리를 들으며 "부부싸움인 것 같다"며 먼저 구조요청 전화를 끊었고 결국 한 여성은 소중한 목숨을 잃고 말았다. 한 통계에 따르면 가정폭력의 구조요청 시 경찰의 소극적 태도로 인해 가해자의 폭력행동의 변화가 없거나 높아졌다는 응답이 60.3%나 된다.

 

경찰의 방관적 태도는 가정폭력 피해 여성이 결국 폭력남편을 살해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예컨대, 한국여성의 전화가 상담한 사례에 따르면 가정폭력피해 여성의 자녀는 어린 시절 구구단 보다 경찰번호를 먼저 외워 112에 신고 했다.

 

하지만 경찰은 '가정사'라는 가해남성의 설명만 듣고 그냥 돌아갔으며 경찰을 붙잡는 아이의 호소에도 공권력의 적절한 개입은 없었다. 경찰의 무성의와 무대응은 결국 가정폭력피해여성이 폭력남성을 살해하는 상황까지 몰고 갔다.

 

가정폭력 피해자 여성은 최초로 만나는 경찰의 무성의한 모습을 통해 '절망감'을 느끼고 다시는 신고하지 않게 된다고 한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야 하는 책임을 갖고 있다. 그 일차적 집행기관이 경찰이다. 국민의 한사람인 여성이 생명의 위협을 느낄 때 경찰은 언제, 어디서든 그 여성의 안전을 보장해줘야 하는 책임이 있다. 그래서 많은 국민들이 사용하는 스마트폰에도 자동으로 긴급전화번호 112가 연결되어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기억의 화요일, 우리가 거리로 나오는 이유

 

작년 전북여성단체연합이 주최한 여성주간 행사에서 부안경찰서 주산파출소의 김 경위는 파출소로 도망쳐 나온 가정폭력피해여성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준 공로로 여성인권디딤돌상을 수상했다. 특히 김 경위는 피해자에게 욕설을 퍼붓는 남편의 언어적 폭력도 가정폭력이므로 신고할 것을 당부하며 상담소와 법적 처벌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었다. 피해여성에 따르면 처음으로 경찰이 자기편이 된 것 같이 느껴 폭력의 무서움과 괴로움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얻었다고 한다. 정말이지 당연한 경찰의 적극적 대처가 우리사회에서는 아직까지 특별한 것으로 회자되고 있다.

 

이 특별함이 모든 가정폭력 피해자가 당연한 권리로 보장 받기를 기원하며 여성폭력근절 공동행동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노현정 NGO시민기자

 

(전북여성단체연합 사무처장)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기획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