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주지 기능 상실…지역 살리는 선순환경제 절실…빈 집·폐가 많고 빈곤계층·장애인·고령인구 밀집
△구도심 공동화해법 머리 맞대야
주중에도 늘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전주시내 중심가.
업소에서 내어놓은 스피커에서 울려나오는 쿵쾅거리는 음악소리와 곳곳에서 나부끼는 홍보용 깃발, 그리고 화려한 불빛을 내뿜는 간판들을 목격한 사람들은 벌써 몇 년째 지적되어온 전주 구도심 공동화 문제가 심각하다는 사실에 선뜻 동의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 지역에 거주한지 14년이 됐다는 이하길씨는 "화려한 옷가게들이 많지만 사실 그 뒷길로 조금만 들어가면 매우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살고 있는 빈곤층이 많다"고 얘기한다.
이씨는 "아침이면 폐지를 주워가려고 시내에 나오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다들 이 동네 주민들"이라고 말한다.
이씨는 그 자신이 이곳에서만 벌써 14년째 스포츠의류매장을 운영해오면서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그래서 그가 겪고 지켜본 이웃 주민들의 어려움과 고통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주민이자 상인이다.
또 이씨의 자녀는 구도심에 위치한 전주초등에 다닌다. 중학생인 큰 아이도 같은 학교를 입학해서 졸업까지 했다.
예전에는 4000명이 넘는 아이들이 재학하던 큰 규모의 이 학교가 지금은 전체 학생 231명에 불과한 미니학교로 전락했다.
전주초등의 교무담당 이계자 교사는 "한 학급이 최소한 16명은 되어야 하기 때문에 지금 한 학년에 한 반, 두 반 정도밖에 구성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중앙동 주민센터의 전종표 계장은 "구도심권이 시내에서 장사를 하는 사람들도 다들 외곽에 거주하기 때문에 유동인구는 많다"면서도 "거주지로서의 기능은 상실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전 계장은 "이 지역이 재개발 지역으로 묶여있다 보니 낮은 임대료가 유지되고 이 때문에 저소득층이 많이 유입되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다가동과 태평동 일대에는 빈 집이나 폐가가 많고 임대도 월 10만원 미만에서부터 심지어 무료로 내어주는 집도 많다.
중앙동 주민센터에 따르면 11월 현재 1만878명의 주민 중 1/4이 60세 이상으로, 상당히 높은 고령인구 비율을 나타내고 있고 이 가운데 독거노인은 530명에 달한다.
저소득층 비율도 높아서 기초수급자 620명, 차상위 등 기타 저소득층 555명, 그리고 장애인은 804명에 이른다.
전형적인 도시내 슬럼가 형성의 조짐이 보이는 것이다.
△전주 등 도시 쇠퇴 징후 시작
1970~1980년대까지 시내 중심가의 역할을 하던 현 중앙동 지역이 주거지역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것은 전주에서만 일어난 특수한 현상이 아니다.
지난해 국토연구원에서 내놓은 '도시쇠퇴현황'에 따르면 전국 144개 시·구 가운데 도시 쇠퇴 징후가 나타난 지역은 2/3에 해당하는 96곳에 달한다. 국토연구원은 이 가운데 재정자립도가 낮아 자치단체가 자체적으로 도시재생사업을 하기 어렵다고 평가된 지역은 67곳이며, 이를 다시 쇠퇴가 진행 중인 44곳과 쇠퇴 징후가 시작된 23곳으로 나누었다. 전북지역에서는 익산·김제·남원이 쇠퇴가 진행중인 도시로, 전주·군산·정읍이 쇠퇴 징후가 시작된 곳으로 평가됐다.
전북중소상인살리기 네트워크에 참여하며 상인들과 오랫동안 함께 일해온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의 이창엽국장은 "대형 마트나 백화점, 대규모 쇼핑타운과 같은 위협에 맞서기 위해서는 당장의 이해가 걸린 당사자들의 힘만이 아니라 그들의 사업체가 활성화되고 이를 통해 지역 경제의 선순환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에 동의하고 함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시민들과의 연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우성 NGO시민기자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투명사회국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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