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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나와 오갈 데 없는 소녀들 '性 우범지대'로 추락

가출 여자청소년 성매매 근절 대책 - 보호 대상 아닌 사회 낙오자 취급…피해 입고도 대다수 신고 못해

▲ 지난 9월 18일 전주 걷고싶은거리에서 열린 성매매방지법 시행 8주년 기념 및 성산업 착취구조 해체를 위한 시민 한마당행사에서 여학생들이 가면을 쓰고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전북일보 자료사진
"OO에 사는 16세 △△은 아버지의 폭력과 욕설에 집을 나왔다. 가진 돈을 다 쓰고 돈도 없고 잘 곳도 없어 PC방에서 채팅을 하는 데 말을 걸어오는 사람이 있었다. 부산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는 사장님이었고 △△의 딱한 사정을 알고 새벽 3시에 00을 데리러 왔다"

 

△가출 여자청소년 성매매 유입 심각

 

지난 10월 4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 강은희 국회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도내 가출 청소년이 지난 2007년 450명에서 지난해에는 712명으로 4년새 58.8%로 증가했다. 특히 남자청소년에 비해 여자청소년의 가출 빈도가 무려 40% 가까이 높게 나타났다. 이렇게 늘어나고 있는 청소년의 가출원인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매우 상이하겠지만 단순히 집을 나가는 것이 아니라 집밖으로 내쫓는 요인과 사회에서 끌어당기는 유인요인이 청소년기 발달과정에서 겪는 다양한 사회환경적 요인들과 상호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할 수 있다.

 

지난 2007년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의 부설 현장상담센터는 상담사례 중 10대 여자청소년들의 성매매 피해 상담이 늘어나자, 도내 가출 여자청소년들의 사회적 지원체계에 대해 매우 열악한 현실을 꾸준히 지적해왔다. 최근에는 여자청소년 대상 성매매의 경우 연령대가 낮아지고 주로 인터넷 성매매가 차지하고 있어 성매매 피해상담을 지원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뒤따르고 있다고 한다.

 

특히 서울시 다시함께상담센터가 피해자의 연령대를 분석한 결과에도 보여지듯, 성매매 유입의 여자 청소년들의 저연령화는 13세~19세 이하가 1위로 나타나 문제의 심각성을 엿볼 수 있다.

 

무엇보다 이들은 빈곤, 무관심과 방임, 아버지나 오빠에 의한 폭력과 욕설, 지인 및 타인에 대한 성폭력, 성매매 강요 등 이미 '보호'받은 경험이 전무한 경우가 많다. 특히 10대 여자청소년의 가출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성적위험에 노출되고 끊임없이 여러가지 어려움과 위험상황을 동반한다.

 

더욱이 가출상황에서 겪을 수 밖에 없는 경제적 어려움은 성매매 유입의 가능성을 높여 안전하지 않은 거리에서 여성이기에 겪어야 하는 폭력을 경험하게 한다.

 

또한 이미 집을 나간 순간부터 문제아로 인식되기 때문에 보호의 대상이 아닌 사회낙오자로 취급 받게 되고 10대 여자청소년들의 노동환경 역시 열악하기 그지 없다.

 

이처럼 문제는 지속되고 있지만 수박 겉핥기 식의 처방과 그에 따른 찰나의 관심은 여전히 넘어야 할 장애가 많음을 보여준다.

 

△일시보호후 귀가조치는 역효과

 

가정이 폭력적이거나 억압적인 경우 집을 나오는 것이 10대 여자청소년들에게 살기 위한 일이라고 했을 때 그들에게 당장 먹을 것과 잘 곳이 필요하지만 그들에게 이것들을 주겠다고 나선 사람들은 위 사례처럼 성구매자, 업주들일 경우가 많다. 여성에 대한 폭력이 용인되는 사회 속에서 집을 나오는 선택을 하게 된 여자청소년들에게 그 피해가 고스란히 미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가 발표한 2008년 전북지역 성매매 피해 여자청소년 현황에서 10여명의 여자청소년들은 가출한 상태에서 성매매 피해를 입고도 신고하지 못한 경우가 대다수였다. 이는 이들이 보호자인 부모의 이혼으로 인한 경제적 빈곤과 심리적 불안을 겪거나, 가정폭력의 상황에서 거리로 나올 수 밖에 없었고, 본인에게 닥친 위기상황에 보호를 요청할 수 있는 그 무엇도 갖고 있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집을 나온 여자청소년들에 대해 일시보호후 가정으로 돌려보내지거나, 위기상황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선도적 지원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대책 없이 가정으로 돌려보내는 방식은 오히려 지원에 대한 불신을 갖게 하고 성폭력이나 성매매 유입을 부추기고 있다. 이에 지난 9월 서울시는 성매매방지법 8주년을 맞아 가출 여자청소년들이 성매매로 넘어가지 않도록 가출 여자청소년 전용의 일시보호쉼터인 드롭인센터와 건강지원센터 신설 등을 주요 골자로 하는 특별 대책을 마련하기도 했다.

 

현재 성매매피해 여자청소년 지원시설이 없는 전북지역은 눈여겨 볼만 한 지자체의 사례이다. 전국적으로 가출청소년의 수는 20여만 명으로 가출 청소년 중 4명중 1명은 생계형 성매매로 유입되고 있으며 전북지역도 성매매 피해 여자청소년의 숫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아직은 자신의 몸과 마음을 보호할 수 있는 판단능력과 경제적 자립의 준비가 덜 된 여자청소년들에게 성매매는 많은 2차 피해와 심각한 육체적·정신적 피해를 입게 한다.

 

무엇보다 성매매가 만연된 사회 안에서 성구매자를 범죄자화 할 수 없다고 보는 시각과 10대 아이들의 성매매의 경우 모든 문제의 원인을 미성숙한 여자청소년에게 있다고 보는 관점에서 벗어나야 한다.

 

여자청소년 성매매의 구조적인 원인을 분석하고 이에 따른 성인지적 접근이 병행될 때 여자청소년 성매매 문제의 실질적은 대안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노현정 NGO시민기자

 

(전북여성단체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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