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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 교도소 세트장에 가보니…들어서는 순간 '아! 벌써 자유가 그립다'

▲ 교도소 세트장 내부.

교도소 하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를까? 범죄자, 두꺼운 철문과 쇠창살, 도저히 뛰어 넘을 수 없는 회색빛 담 등 여러 가지 모습들이 복합적으로 머릿속에 떠오른다. 그러나 이곳의 실제 모습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범죄와 관련 없는 일반인들에게는 금단의 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익산에는 합법적으로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교도소가 하나 있다. 바로 익산 교도소 세트장이다.

 

 

△ 영화가 탄생하는 마술상자, 익산 교도소 세트장

 

교도소 세트장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05년 영화'홀리데이'를 촬영하면서부터다. 오래 전에 개봉한 영화이기는 하지만 아마 냉혹한 교도소장 최민수와 선량한(?) 죄수 이성재가 떠오르는 분들도 많을 듯하다. 이 영화의 모티브는 탈옥이다. 당연히 영화의 주된 촬영 장소는 교도소였다. 이를 위해 익산시와 영화제작사가 손을 잡고 세운 곳이 바로 익산 교도소 세트장이다. 국내에서 유일한 교도소 세트장이다 보니 영화나 드라마에서 교도소 장면은 모두 이곳에서 촬영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룩한 계보', '타짜', '오래된 정원', '사랑을 놓치다', '해바라기', '식객', '아이리스', '더킹 투하츠' 등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다. 그러니 이곳을 '영화가 탄생하는 마술상자'라 부르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이곳은 드라마나 영화촬영 용도 외에도 일반인들에게도 공개되고 있는 익산시의 관광명소 중 하나다. 교도소 하면 대부분 범죄자들이 가는 곳이라 생각하겠지만 익산 교도소 세트장은 이동의 제약이 따르는 범죄자들에게는 허락되지 않고 선량한 시민들에게만 허락된 이색(?) 공간이다.

 

△ 폐교를 리모델링해 '교도소 촬영지'로 활용

 

재미있는 사실은 교도소 세트장이 본래부터 교도소가 아니라 초등학교였다는 점이다. 폐교된 성당초등학교 남성분교를 교도소 세트장으로 리모델링한 것. 건물과 운동장에서는 옛날 학교 시절의 체취가 곳곳에 남아있다. 폐교를 촬영세트장으로 제공하는 대신 이곳 너른 잔디밭은 각종 모임이나 축구시합 등의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교도소는 들어서는 순간부터 을씨년스럽다. 탈옥이란 아예 꿈꿀 수 없을 정도로 두터운 회색빛 담장, 높다란 망루, 다시는 열리지 않을 듯한 두터운 철문. 철문을 들어서는 순간 다시 밖으로 나갈 수나 있을까 싶다.

 

교도소 내부는 면회장, 취조실, 수감시설 등으로 구성돼 있다. 수감시설은 2층으로 가운데 통로를 중심으로 양쪽으로 수감실이 이어져 있다. 영화 속 한 장면이 바로 이곳에서 연출된 게 아닐까 떠올려본다. 거의 대부분이 잠겨있지만 1층 독방과 2층의 일부 수감실은 둘러볼 수 있다. 내부를 볼 수 있는 곳을 미리 확인해 꼭 둘러보길 권한다.

 

1층 독방은 최근 종영된 드라마 '더 킹 투하츠'에서 중국공안에게 잡혀간 김항아(하지원)가 수용된 바로 그 독방이다. 드라마 속 긴박한 숨바꼭질 장면과 총격전이 떠오르면서 마치 드라마 속 한 장면에 들어온 기분이다.

 

빛이라고는 오로지 작은 창문을 통해 스며드니 어디를 둘러봐도 색감은 암울하기만 하다. 걸음마다 철문과 쇠창살이 이어져있다. 여기에 '도덕성 함양으로 건전한 삶을 살자!', '반성하는 삶의 자세', '이동중 잡담 금지', '통행질서확립' 등등 곳곳에 걸린 교정 표어와 경고 문구 등을 읽노라면 교도소 안에 들어왔음을 실감케 한다.

 

몇몇 방에서는 유명한 드라마나 영화에서 등장했던 주인공의 글씨와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다. 방안으로 들어서면 그때의 극 중 주인공의 절박한 심정이 그대로 되살아난다. 이곳에 머무르다 보면 절로 이런 말을 되뇌게 된다. "'차카게' 살자!"

 

△ 익산 교도소 세트장은 선량한 시민들만 들어갈 수 있는 특별한 교도소

 

드라마 세트장이 관광명소로 인기를 모으면서 전국에는 무수히 많이 드라마 세트장들이 들어서고 있다. 그 중에서도 익산교도소세트장은 사라질 운명의 폐교에 '교도소'라는 독특한 아이디어를 도입해 틈새시장을 공략한 경우다. 결과는 대성공.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익산시의 새로운 관광명소로 거듭나게 되었다. 드라마나 영화 촬영 용도로 사용할 때는 사용료를 받지만 일반 시민에게는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하니 더욱 마음에 든다. 일반인들에게는 금단의 땅, 그러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교도소. 여기에 유명한 영화나 드라마의 추억까지 겸할 수 있는 익산 교도소 세트장. 이색 체험 여행으로 이만한 곳도 없을 듯하다. 이번 주말에는 으스스하고 을씨년스런 교도소 여행, 떠나보자.

 

▲ 신영철 전북도 블로그 기자단

 

 

△ 신영철씨는 현재 여행작가로 활동중인 네이버 파워블로거. 3년 연속 네이버 파워블로그로 선정됐으며 각종 신문, 잡지, 웹진 등에 기고를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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