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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을 떠나야 바다로 간다

총무국장 겸 논설위원

까만 밤을 헤쳐 나온 냇물소리가 우렁차다. 봇물은 계단을 타고 짐승 이빨처럼 하얗게 콸콸 흘러내린다. 새벽 운동 길에 만나는 요즘 천변 광경이다. 그 강물은 얼마나 꺾이고 휘어지고, 때론 얼거나 밭으면서 여기까지 이어왔을까. 전북지역도 역사적 흐름을 생각하면 이런 물길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나누고 경계 짓는 정치구호에 떠밀려 이젠 국정의 주변으로 흘러온 것이다. 그러나 오늘은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는 날. 우리는 헌정사의 대전환기를 맞아 노력에 따라 벌판을 휘달릴 수 있게 됐다.

 

지역침체를 걱정하면 진부하다는 듯 아예 고개를 돌리는 풍조가 널리 퍼지고 있다. 저성장-인구감소-미래 불투명이란 연쇄반응의 착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일 정도다. 역대 정부의 차별정책으로 부식된 상황이 50년을 넘었기 때문이다. 아니, 오랫동안 특정 정당 유지의 도구로 이용되고도 찌그러지고 지친 면이 그 원인의 하나인지도 모른다. 이번 대선에서도 표를 몰아주고 뒤통수를 긁는 모습이 재연됐다. 그런데도 선거에 패한 민주통합당은 벌써 당권 다툼에 빠져 추하기 짝이 없다.

 

전북의 역경을 놓고 도민들의 시각은 정부 원망이 우세했다. 불균형 개발과 불공정 정책이 도약의 발목을 잡았다는 판단이다. 통계와 현상을 봐도 그렇다. 그래서 대통령의 약속은 중요하고, 지켜져야 한다. 더군다나 선거공약은 투표 향방을 가름하는 주요 기준이라서 책임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 그런 공약을 쉽게 폐기하거나 뒤집어선 안 된다. 공약 불이행은 대통령과 정부의 신뢰성을 위협하는 족쇄가 될 우려가 크다. 대통령이 가진 말의 무게가 그만큼 무겁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 정부가 엊그제 제시한 국정과제는 전북에 희비의 쌍곡선을 그렸다. 탄소와 식품, 종자 사업 등은 탄력이 예상되지만 핵심 공약(약속)이었던 새만금 국책사업을 지역사업으로 격하시켜 추진의지에 대한 의구심이 돌았다. 그러니 감동이 덜했다. '호남인의 눈물을 닦아 주겠다'는 대탕평 인사도 미흡했다. 언론의 하마평에 오르내렸던 유력 전북 인사들의 이름은 온데간데없다. 정치를 불신하는 원인의 하나가 정권과 정치인들의 약속 불이행이었다는 점에서 지역에 던져지는 그림자가 걱정이다.

 

성공적인 정부로 남으려면 후속인사와 사업구체화 과정에서 호남의 소외감을 풀어줘야 한다. 박 대통령은 지난 6일 "선거가 끝나면 으레 선거 때 했던 약속은 잊고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시작하자는 말이 나오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어렵고 힘들더라도 최선의 방법을 찾아내고 해결하는 것이 국민의 신뢰를 되찾는 길"이라고 밝혔다. 그에 따른 실천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아무리 통합을 부르짖고 제도를 바꿔도 국정과제가 특정 사안에 갇혀버리면 정권은 전리품으로 전락할 것이다.

 

지역 스스로도 달라져야 한다. 무엇을 소홀히 했나를 꼼꼼하게 되돌아봐야 한다. 특히 자신의 잘못은 제쳐둔 채 다른 탓을 마음에 두고서는 경쟁력 제고에 한계가 있다. 현안사업이 팍팍해지거나 좌절되면 왜 미리 대비를 하지 못했느냐고 힐난하고, 책임 회피용 대책을 급조해 놓기 일쑤였다. 불충분한 진단으로 화를 자초하는 일도 없어야 한다. 이번 조각(組閣)에서 보면 '전북 무장관' 여부를 놓고 논란이 무성했다. 하지만 지역 출신을 일탈시키면서 대정부 창구가 없다는 우려는 적절치 않다.

 

우왕좌왕하면 당하기 마련이다. 이제부터라도 소소한 문제에 매이지 말고 성큼성큼 큰 발걸음을 떼어야한다. 그러면 지역도 건강해질 것이다. '강물은 강을 떠나야 바다에 이른다'는 경구가 있다. 답답한 현실을 극복하려면 '부정적이고 폐쇄적'인 상황인식에 머물러서는 안 될 일이다. 집단적 노력으로 탈피해야 한다. 역사적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도록 진취적 기상으로 재무장해야 한다. 대지를 헤쳐 나가는 물길처럼 도민들의 강한 목적의식과 도전의식이 필요하다. 그러지 않고서 '바다'에 이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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