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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성의 침묵

총무국장 겸 논설위원

전주·완주 통합을 두고 논란이 고조되고 있다. 완주군의회가 반대의 중심에 있고, 전주시는 이에 비판 일색이다. 찬반 대립이 과열되면서 그 불안정성을 걱정하는 시각이 많다. 이쪽저쪽의 주장만 춤을 추는 갈등싸움으로 변질되는 양상이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을 지켜보는 시민들의 심정은 착잡하다. 논란이 커지자 김제·완주지역 출신인 국회 최규성 의원(민주당)이 주목받고 있다. 갈등을 최소화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그가 포복자세로 바꿔 '침묵모드'로 들어가 문제가 되고 있다.

 

통합은 두 지역만의 일이 아니다. 전북에 깔린 그늘을 걷어내고 새로운 성장잠재력을 북돋을 수 있는 청사진이라고 생각한다. 새만금개발사업과 함께 전북발전을 이끌어갈 새로운 동력으로 분석된다. 장기적으로 전북은 새만금권과 전주권으로 동시 성장할 진화단계의 필요도 있다. 한국자치행정학회 전준구 회장은 12일 '완주·전주 통합의 과제와 상생사업 이행방안' 토론회에서 "단순히 지리적, 물리적인 통합을 넘어 상호간 신뢰를 기반으로 해야 할 것"이라며 실천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현실은 불신과 반목의 갈등구도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완주지역에 통합 반대를 주장하는 플래카드가 내걸리고, 완주군의회는 농업발전기금 조례안 보류에 이어 추가경정예산안 심의에서 상생발전을 위한 농업발전기금 450억원 전액을 삭감해 통합으로 가는 길에 찬물을 끼얹었다. 전주시가 약속하고 추진하고 있는 21개 상생사업들이 무색할 지경이다. 기자 생활 28년 가운데 3년 넘게 완주에서 주재했고, 5년가량 전주시를 출입했던 나로서도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통합을 이루는 핵심 요인은 소통이다. 4년 전 통합 무산도 소통부족이 원인이었다. 진정 소통을 원한다면 그 정치경제적 기반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전북대 강준만 교수는 "소통의 귀결로 여겨지는 타협과 화합은 우선적으로 정치경제적 이해관계가 조정될 때 가능하다"고 보았다. 그걸 외면하고 명분만으로 일을 풀려고 하는 것은 어리석을 뿐 아니라 위험하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통합추진은 농업·농촌 투자재원 확보와 탄소벨트 구축 등 비교적 경제적 사업에 치중돼 있다.

 

그러면 정치적 추진기반은 어떨까. 도지사와 시장 군수가 통합에 합의한 상태에서 최 의원이 변수다. 대부분의 시각은 그가 기초의원의 공천권을 행사하기 때문에 통합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 군의원들이 반대특위를 구성하고 관련 기금을 잘랐는가하면, 민주당 당원들이 플래카드까지 거리에 매달았는데도 "통합문제는 각자 알아서 할 일"이라며 개입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일련의 민주당 반대활동을 자신과 직접 상관없는 개인판단으로 해명하고 있는 것이다.

 

최 의원은 "통합은 전적으로 완주군민 의사에 따르겠다"며 그 이상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의회의 의견청취나 주민투표의 결과에 따라 국회의원 선거구가 조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도 의혹을 외면하는 모습이 선뜻 믿어지지 않는다. 설득력이 떨어지고 신뢰감을 위협받는 대목이다. 자신의 선거구 획정과 맞물린 위기국면에서 손 놓고 가만히 있다고 말한다면 도대체 누가 납득한단 말인가. 이미 도덕성 문제라는 시뻘건 격류가 흐르고 있다. 통합을 지지하는 완주 민간단체는 '정치적 꼼수'로 의심하고 있다.

 

최 의원은 지금이라도 분명히 선택의 입장을 밝혀야 한다. 국회 국토해양위 법안심사소위장과 열린우리당 전북도당위원장, 민주평화국민연대 공동대표 등을 지낸 3선의 중견 정치인으로서 결단을 바란다. 본인의 인식이 무엇인지 표명함으로써 그간 제기됐던 의혹을 씻어내는 계기가 필요하다. 낡아빠진 행정구역의 틀을 뜯어고치는 작업이 정치인들 밥그릇 다툼으로 휘둘려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국민이 정치인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인이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는 명제만 보더라도 더 이상의 '침묵'은 접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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