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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 송광사' 아픈 역사 끌어안고 고요하게 숨은 절

▲ 완주 송광사 사천왕문

어릴 때부터 석가탄신일이면 양귀자씨의 '숨은 꽃'을 보며 귀신사를 찾아왔다. 부처님 오신 날이 아니더라도 복잡할 때마다 그곳에서 마음을 진정시키곤 했다. 절에 오면 나는 향냄새와 고요한 분위기는 언제나 편안한 위로가 되주었다. 그런데 이 귀신사 말고도 우리 전북에 고요하게 숨어있는 절이 있다. 바로 완주 송광사다. 송광사는 완주군 소양면 대흥리 종남산 아래에 위치해있다. 도시근교에 금산사나 선운사, 내소사와 실상사에 가려 눈에 띄지 않는 곳이지만 이곳은 숨어있는 것이 안타까울 정도로 많은 역사가 담겨있다. 도보답사 선구자 신정일씨와 함께 송광사를 둘러봤다.

 

△ 성스러운 샘물로 시작된 신비로운 사찰 이야기

 

사찰마다 신비로운 이야기 한가지쯤은 가지고 있다. 송광사엔 어떤 이야기가 숨어있을까? 신정일 작가님께서는 성스러운 샘물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옛날 고려의 보조국사가 전주의 종남산을 지나다가 한 성스러운 샘물을 마시고는 기이하게 여기어 장차 절을 지었다. 그러나 종남산에 지으려 했던 여건이 되지 않아 그 장소에 돌만을 쌓아놓았다. 그 대신 승평부(지금의 순천시)의 조계산 골짜기로 옮겨가 송광사를 짓고 머물렀다. 그 후 제자들에게 이르기를 '종남산의 돌을 메워둔 곳은 후일 반드시 덕이 높은 스님이 도량을 열어 길이 번창하는 터전이 되리라'라고 전해졌다. 이에 천계(天啓) 임술년(1622) 산과 바위를 깎아 지금의 송광사의 가람을 이룩한 것이다."

 

예전에는 이처럼 샘물을 마시고 그 물이 좋다하면 절을 짓는 풍습이 있었다. 이야기를 듣고 송광사의 샘물을 마셔보니 가슴까지 전해지는 깨끗한 맛에 과연 절을 지을만 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 국내 유일한 건축양식과 역사의 단서가 숨어있는 송광사

 

매표소 앞 일주문은 육중한 기둥들과는 달리 가녀린 모습을 하고 있다. 신씨는 "지붕이 하늘에 떠있는 듯한 느낌"이라며 일주문의 풍채를 멋지게 표현해주셨다.

 

금강문을 넘어서니 사천왕문에 가까워졌다. 흙으로 빚어 만든 이 사천왕상은 4m가 넘는 거대한 건물(상)이지만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는 또 다른 이유는 광목천왕이 쓰고 있는 보관의 뒷면 끝자락에 '순치 기축 육년 칠월 일필'이라는 먹글씨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 글씨로 1649년에 이 사천왕상을 만들었음을 추정할 수 있다. 이 말은 곧 송광사가 사천왕상 때문에 조선시대에 만들어졌던 소조사천왕상의 기준을 얻게 된다는 의미다.

 

곧이어 송광사 중심에 도착했다. 그 중에서도 대웅전에 가장 먼저 시선이 머물렀다. 웅장하면서도 고운 면모가 뛰어나고 우리의 민속풍이 그대로 남아있는 대웅전 앞에선 나도 잠시 할 말을 잊은 채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대웅전에는 세분의 불상이 모셔져 있다. 가운데에 석가세존과 동쪽에 약사여래 서쪽에 아미타여래 삼존불로 모셔져 있다. 흙으로 만든 이 불상들은 석가세존이 5.5m이고 협시불은 5.2m의 거대한 불상들이다. 국내에서 가장 큰 소조불로 워낙 크기 때문에 법당 안이 오히려 협소할 정도다. 이 불상은 나라 안에 큰 일이 있을 때마다 땀을 흘린다고 알려져 있다. 또 하나 이 불상이 도난을 입는 와중에서 유물을 발견 했는데, 그때 세 불상에서 똑같은 내용의'불상조성기'가 발견되었다.

 

그 중에 이 불상을 만드는 공력으로 "주상 전하는 목숨이 만세토록 이어지고 왕비전하도 목숨을 그와 같이 누리시며 세자저하의 목숨을 천년토록 다함없고 속히 본국으로 돌아오시며 봉림대군께서는 복과 수명이 늘어나고 또한 환국하시기를 원하옵니다"라는 기록이 남아 있다. 당시 대다수의 절이 선비들의 놀이터로 여겨지던 시절, 병자호란으로 붙잡혀간 사도세자와 봉림대군의 귀환을 간절히 바라는 마음을 담아 제작한 불상임을 알 수 있다. 지금도 험난한 이 땅에 민중들의 맺힌 한과 기원을 들어주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 신나라 전북도 블로그 기자단

우리 시대의 힘든 역사를 담고 있는 불상을 보니 다시 한번 그 모습에 마음이 숙연해진다. 대웅전을 둘러보고 나니 남서쪽에 송광사 종루가 보인다. 그 종을 보던 신씨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장소로 종루를 소개했다.

 

"종루는 우리나라 전통건축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국내 유일한 십자각 건물이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선 앞에서 건축 형태를 바라봐야한다. 유래를 찾아볼 수가 없는 건물이라 보물로 지정되었는데, 통영 미래사에 이것을 본 뜬 건물이 지어져있다. 십자각이라는 이름은 건물의 평면구성이 十자 모양으로 되어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12개의 기둥을 사용하며 2층 누각 형태를 갖추고 있다. 십자각 내에는 1716년(숙종42)에 주조된 범종과 법고, 목어 등이 있다."

 

설명이 없었다면 잠깐 보고 그냥 지나쳤을 것이다. 숨은 이야기와 역사적 의미가 깊은 곳을 그동안 모르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에 조금 미안한 마음이 밀려왔다. 이번 기회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꼭 알려야겠다는 욕심도 생겼다.

 

※ 신나라씨는 원광대에 재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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