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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축제에 대한 단상

전국 유일의 환경축제 / 자연 생태계 보존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마련

▲ 홍낙표 무주군수
미국의 시인이자 해양생물 과학자인 레이첼 카슨은 20세기 환경학 최고의 고전으로 평가 받는 '침묵의 봄'을 통해 봄이 와도 들리지 않는 새소리를 지적했다. 이 책은 생명과 환경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환경 문제에 대한 파문을 일으켜 성찰의 계기를 마련하는 기폭제가 되었다. 지난해 봄 가뭄과, 폭염, 그리고 태풍 등 이상 기후가 유독 많았지만 올 봄에도 이상 기온으로 냉해와 저온 피해가 발생했다. 지구 온난화, 산림의 파괴, 사막화 등은 인류의 존속에 물음표를 찍게 만들고 있는데 환경 파괴의 문제는 인간의 무지와 탐욕, 그리고 과학 기술이 한데 어우러져 만든 합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과 다른 생명 및 자연이 본래 뗄 수 없는 '하나'임을 모르는 근원적 무지에서 인간만을 위해 다른 생명을 함부로 했고 그 과정에서 과학 기술은 대량 파괴의 수단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지구상의 식물 40%가 곤충들의 활동으로 수정을 하고 그 중 80%의 역할을 꿀벌이 맡고 있다고 한다. 2006년부터 북미 지역에서만 꿀벌이 1년 만에 무려 25~40%나 사라졌고, 군집 붕괴 현상이라 불리는 꿀벌의 실종은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20만군에 이르던 꿀벌이 근래 10%를 조금 웃도는 4만 5000군으로 줄어들었는데 이런 기 현상이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꿀벌의 실종은 농업과 식량 위기와도 직결된다. 이미 100년 전 아인슈타인은 "지구에서 벌이 사라진다면 인류는 4년을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무시무시한 경고를 보낸 바 있다. '꿀벌 없는 세상은 곧 결실 없는 가을'을 의미한다. 생각만 해도 전율을 느끼게 한다.

 

올 해로써 17회를 맞는 정부 지정 최우수 축제인 무주 반딧불 축제가 1일부터 9일까지 성대하게 막을 올린다.

 

반딧불 축제는 전국 유일의 환경 축제로, 심각하고도 미래가 불투명한 지구 환경에 대해 인간이 생태계의 한 구성원으로 또는 자연의 일부로서 환경 문제를 스스로 생각하며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아가야 할 것인지 이벤트를 통해서 시사점을 던져 준다.

 

반딧불 축제는 한편의 문화 '이벤트'다. 이벤트(Event)란 사건, 구경거리, 비일상적인 특별활동 즉 이슈(issue)가 발생하게 되면서 사람들이 몰리고 여기서 자아를 발견하게 되는데 이벤트의 역사는 단군 시대의 제천 의식에서부터 인류의 축제인 올림픽에 이르기 까지 인류의 역사와 그 뿌리를 같이 하고 있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물리적 욕구인 의식주 외에 축하하고 기념하고 행사를 함으로써 일상과는 훨씬 더 깊이 생각하고 느끼게 된다. 일찍이 '군주론'의 저자이자 냉소적이고 무자비한 권력형 인간을 주창했던 니콜로 마키아벨리는 "제후(諸侯)는 때를 잘 골라서 백성에게 바삐 일을 시키기도 하고 축제나 구경거리를 만들어 만사를 잊게도 해야 한다."고 축제 예찬론을 펴지 않았던가? 축제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이미지는 소비적, 낭비적인 것으로 인식하나 선진국에서는 지역 이미지를 강화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를 꾀하는 지역 개발 전략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더 나아가 지역을 살리는 하나의 '산업'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 열도는 총 이벤트 시대라 불릴 만큼 그 종류가 1만개가 넘는다. 축제 왕국 스코틀랜드의 에딘버러 시가 '유럽의 꽃'으로 탈바꿈하게 된 것도 2차 세계 대전 직후에 '축제로 지역 발전의 승부를 걸자'는 시민들의 자각 때문이었다.

 

사람의 여러 특징 중 호모사피엔스는 '지혜 있는 인간, 사고하는 인간'을 뜻하지만 호모루덴스는 '유희하는 인간' 즉 인간이 즐길 줄 아는 특성은 먹어야 사는 것만큼이나 중요하고 이런 특성 때문에 다른 동물들과 달리 문화를 소유하고 오늘과 같은 모습으로 진화가 가능했다는 것이다.

 

21세기는 제 2의 르네상스기라 불릴 만큼 인류 문화가 다시 한 번 활짝 꽃필 세기다. 그리고 이를 이끄는 실질적인 힘은 문화 경쟁력이 아닐 수 없다. 진정한 기쁨과 재미, 감동과 의미를 창출하여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표 축제'로 도약을 꿈꾸는 반딧불 축제에 대한 기대가 자못 크며 마음이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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