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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의 파도를 보며

▲ 총무국장 겸 논설위원
최근 우리 사회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다원사회로의 진전이다. 다원사회에서는 거의 모든 사안마다 견해와 해법이 충돌한다. 그 결과 각종 갈등이 증가하고 사회균열은 강화된다. 가족이 한 자리에 모여도 부모와 자녀가 생각이 다르고, 형제들 간에도 미묘한 긴장이 흐르는 게 우리 사회의 자화상일 터다. 이 때문에 어느 조직이든 갈등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변화와 혁신은 추진력을 얻을 수도, 파멸로 결론 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요동치는 이런저런 물결을 막아낼 방파제가 없어 안타깝다.

 

당장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의 전북 이전문제를 보라. 대선 기간에 새누리당이나 민주당 모두 기금운용본부의 전북이전을 공약으로 제시했지만 박근혜정부 들어 별다른 진척이 없자 지역여론이 들끓고 있다. 기금운용본부의 이전만 그런 게 아니다. 전주와 완주의 통합을 둘러싸고 완주지역을 중심으로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다. 급기야 26일 완주지역 주민투표로 통합운명을 가름하게 됐다. 전북일보 여론조사를 보면 찬성의견이 증가하는 추세여서 투표결과가 세인의 관심거리이다.

 

35사단과 항공대의 이전도 갈등의 실체가 적나라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전북도가 지난달 사업부지에 포함된 임실군 소유의 군유지에 대해 강제수용 방침을 결정하면서 인화성이 강한 이슈로 떠올랐다. 게다가 서남권 광역 화장장 건립사업은 정읍시의회의 제동과 사업지구 인접지역 주민들의 반발로 추진이 막혀 있다. 군산지역의 새만금 송전선로 사업 또한 철탑 경유 예정지역 주민들의 노선변경 주장으로 상황이 심하게 꼬였다. 이외에도 지속되는 갈등으로 곳곳이 몸살을 앓고 있다.

 

그러나 갈등을 조정하는 기구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전북에는 갈등조정협의회가 있지만 민간기구로서 강제력이 없고, 위원들의 전문성 부족과 갈등 조정 노하우가 떨어져 개점휴업 상태라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그나마 적극적으로 홍보를 않은 탓에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기구가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갈등이 심화되거나 곧장 법원으로 달려가는 사례도 많다. 문제는 갈등이슈가 숱하게 잠복해 있다는 사실이다. 덮는다고 덮일 게 따로 있다. 언젠가 더 크게 불거질 게 뻔하다.

 

엊그제 경남도의 진주의료원 폐업 결정을 두고,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미리미리 성의를 갖고 대화를 나누고 신경을 썼더라면 이렇게까지 갈등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 아니냐는 얘기를 문제가 빚어질 때마다 듣게 된다"고 질타하기에 이르렀다. 갈등 소지가 있는 사안은 미리미리 챙겨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더 이상 정책 추진에서 갈등이 있어선 안 된다. 정책은 원래 역동적으로 이뤄지고 목적 지향적이기 때문에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지역발전의 동력이 떨어지고 행정력 소비가 너무 크다.

 

갈등을 예방하거나 풀어가려면 정책 PR(Public Relations)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다. 당국과 주민간의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상호 호혜적인 관계를 선제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어느 일방이 아닌 균형적 PR활동이 필요하다. 현실협상의 대가였던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은 좋은 협상법으로 "상대방이 내 요구를 들어줌으로써 자기에게도 이익이 되는 방법을 찾고, 상대방이 체면을 세우면서 후퇴할 수 있도록 하라"고 설파했다(제임스 C. 흄즈의 '닉슨의 치국책 10계명').

 

그래도 정책을 추진할 때마다 온통 찢어져 싸우는 갈등구조가 재연되는 게 걱정스럽다. 그간 여러 차례 강조했지만 설득과 홍보, 소통노력이 여전히 부족한 것이 아쉽다. 지도자가 아무리 훌륭한 정책이라고 확신하는 경우에도 주민의 동의를 얻어내지 못하면 그 정책과 사업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기 어렵다. 주민들도 습관적 투쟁이라면 훌훌 털어버리고 동반자 정신이 살아나야 갈등의 파도를 넘을 수 있다. 갑을관계가 아닌, 상충하는 목적과 이해를 서로 이득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적극적 활동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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