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닿는 곳마다 찬란한 백제의 숨결
이번주 짧고 굵은 장마에 어느 때보다 피곤한 한주를 벼텨야했다. 주말 힐링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유다. 휴식과 여행에 목말라 있는 분들을 위해 길여행 소식을 준비했다. 서동설화부터 찬란한 백제의 전성기를 걷는 '익산 무왕길'이다.
△두 발로 마주하는 찬란했던 백제의 역사
2010년 11월 13일, 익산 함라산 둘레길에 이어 백제 시대 무왕의 자취를 느껴볼 수 있는 무왕길이 생겼다. 무왕길에서는 왕궁터와 생가 등 그의 역사적 발자취를 따라 걸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익산토성과 미륵사지, 서동생가터 등 모든 유적지를 하나의 길로 연결해 역사유적탐방코스로도 제격이다.
무왕길은 도보로 걸을 수 있는 2가지 코스와 자전거코스 총 3가지 코스다. 1코스는 익산쌍릉~익산토성~미륵사지~구룡마을 대나무숲~서동 공원~고도리 석불입상~왕궁리 유적전시관을 지나 다시 익산쌍릉으로 돌아오는 코스이며, 왕궁리유적전시관~제적 사지~서동 생가터~익산쌍릉으로 이어지는 2코스, 익산쌍릉~익산토성~서동생가터~ 고도리 석불 입상~왕궁리유적전시관을 지나 다시 익산쌍릉으로 돌아오는 무왕길 자전거코스로 구성돼 있다.
그 중 미륵사지와 대나무 숲을 볼 수 있는 1코스를 선택했다.
△역사 속 물음표로 남아있는 '익산 쌍릉'
무왕길의 시작점인 쌍릉은 익산시 석왕동에 위치해 있다. 쌍릉은 남과 북으로 2기의 무덤이 자리잡고 있는데 북쪽에 있는 묘는 대왕묘, 남쪽의 것을 소왕묘라고 하는데 북쪽의 묘가 남쪽의 묘보다 크기가 더 크기 때문에 그렇게 불리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 쌍릉의 주인은 누구일까? 아직 명확하지는 않지만 두 가지 설이 존재한다. 첫째는 마한의 무강왕과 그 왕비의 능이라고 불리는 설, 두 번째는 백제 무왕과 선화공주의 능이라는 설이 전해진다. 하지만 아직도 역사 속에 물음표로 남아있다.
△서동 설화의 흔적이 살아있는 곳, '익산토성'
익산토성은 사적 제92호로 백제 무왕 시절 처음으로 쌓여진 것으로 알려져있다. 면적 20만2215㎡, 둘레 690m. 동서로 뻗은 100m 내외의 산등성이에 쌓은 포곡식 산성으로 남문지·수구지·건물지 등의 시설이 있다. 익산토성이라는 이름 외에 이곳은 오금산성(五金山城) 또는 보덕성(報德城)이라고도 불린다.
익산토성이 무왕의 주요 유적지가 된 이유는 이곳에서 발견된 유물들 때문이다. 대부분이 토기 조각, 기와 조각류였는데 백제 말기부터 고려 시대까지 당대 시대상을 엿볼 수 있는 것들이다. 주로 생활 용기나 제기, 기와도 명문과 그림 등이 새겨진 것으로 보아 이곳이 군사적 목적이 아닌 토속신앙과 밀접한 관계가 있고, 서동 설화와도 깊은 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연못 속 용이 백제의 왕이 되다, '서동생가터 마룡지'
이정표를 따라 서동생가터에 도착하면 '마룡지'라는 연못이 나온다. 삼국유사 무왕조에 의하면 무왕의 이름은 장이었고, 그의 어머니는 과부로 연못가에 집을 짓고 살았는데, 연못 속의 용과 관계해 장을 낳았다고 기록돼 있다. 이 연못이 삼국유사에 나오는 마룡지로, 마룡지의 동쪽 편에서 백제 시대의 기와가 다량으로 발견돼 이곳이 서동생가가 있던 곳이라 알려져 있다. 어린 무왕이 저 연못을 뛰놀며 자랐겠구나. 이곳에서 탄생 이야기를 접하고 나니 새삼 그 모습들이 떠올랐다.
△'고도리 석조 여래입상'
익산 고도리 석조 여래입상은 고려 시대 불상으로 높이 424cm, 보물 제46호로 지정돼 있다. 이 불상에는 독특한 전설이 내려오고 있는데, 성격과 배치방법이 특이해 음력 12월 해일 자시에 두 상이 만나 일 년 동안의 회포를 풀고 새벽 닭 우는 소리를 듣고 제자리로 돌아가는 남녀 상이라는 풍수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정말 새벽에 이야기를 나누는 건 아닐까 궁금해졌다.
△유적이 들려주는 백제역사이야기, '왕궁리 유적전시관'
왕궁리 유적전시관은 백제 무왕의 천도설과 안승의 보덕국설, 후백제 견훤의 도읍설이 전해지는 유적과 유물을 전시해 놓은 곳이다. 이곳에는 왕궁리 5층 석탑이 자리하고 있다.
주요 전시물로는 다양한 형태의 금과 유리제품, 이것을 생산하던 각종 도가니와 인장, 명문와, 수막새, 전달린 토기, 완, 합 등잔, 대형토기 등 왕궁리 유적 출토유물들이 약 1400여 점 소장돼 있다. 이곳에서는 백제 왕궁에서 사찰로 변화한 한 과정과 모습들을 유적과 각종 역사적 자료들로 만나볼 수 있다.
백제의 숨결을 직접 발걸음을 옮기며 느낄 수 있었던 무왕로 둘레길. 서동의 생가터부터 유적전시실까지 백제의 탄생과 전성기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직접 걸으며 이정표와 정비가 미흡한 길 조성 등 조금씩
아쉬운 부분들도 있었다. 부족한 부분을 조금 더 정비한다면 학생들에게는 좋은 역사 체험장소로 그리고 전국의 도보 여행객들에게도 좋은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는 명품 길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영균씨는 인하대학교 중국언어문화학과에 재학 중이며, 현재 도민블로그 단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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