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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씻고 지역발전에 힘 기울이자

세번째 시도된 전주·완주 통합이 무산된 것은 아쉬운 일이다. 하지만 전주·완주의 통합 무산은 원죄가 있다. 지난 1995년 1월1일자로 군산, 익산, 정읍, 김제, 남원이 통합시로 출범할 당시 전주와 완주가 통합시 대열에 합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후 전주·완주통합 작업은 완주 주민들의 반대 정서를 제대로 분석하지 못해 번번이 실패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역 내 갈등만 키우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이번 주민투표에서 유효투표의 55%가 반대한 것은 완주가 전주에 흡수 통합될 경우 완주 주민들이 역차별 당할 것이란 우려가 작용했다. 물론 단순한 기우다. 하지만 다른 요인들과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반대 주민을 결집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또 민간을 내세워 관과 정치인이 주도한 통합 작업에 주민들이 동의하지 않았다. 김완주 도지사와 송하진 전주시장, 임정엽 완주군수가 수차례 회동끝에 지난해 4월 통합 추진을 결의했지만, 완주 주민들은 이들이 정치적 이익을 위해 통합을 이용한다고 보았다. 통합이 성사될 경우 송하진 시장은 도지사에 출마하고, 임정엽 군수는 통합전주시장에 출마할 소문이 부정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얘기다. 실제로 송하진 시장은 통합시장 불출마를 선언하며 도지사 출마를 시사했다. 완주 주민들에게 내놓은 21개 상생발전사업은 마치 사탕발림으로 받아들여지며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민주당 최규성 의원의 불안한 정치적 입지도 반대세력을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 최 의원은 통합될 경우 지역구(김제·완주)가 깨지는 큰 피해를 입는다. 최 의원을 지지하는 정치세력이 통합 반대의 핵심이었을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완주군은 넓은 들과 산, 강을 고루 갖췄다. 각종 농산물이 풍부하고 관광휴양 여건도 충분하다. 완주공단이 가동중이고, 호남고속도로·익산장수고속도로·전주광양고속도로가 지나면서 사통팔달 물류 여건까지 갖추고 있다. 성장 동력이 충분한 지역이다.

 

하지만 전주와 완주는 행정 경계만 있을 뿐 사실 한 덩어리다. 통합 효과가 크기 때문에 통합 추진이 지속돼 왔다. 하지만 순수해야 할 통합작업에 매번 정치적 이해가 개입하면서 무산된 것은 양지역의 미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통합이 무산됐지만 양지역은 상생발전할 수 있는 길을 지속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또 완주군민들은 그동안 통합과정에서 분출됐던 갈등을 씻고 지역발전에 온 힘을 모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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