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유류 42종 등 총 4792종 전국 국립공원 중 최다 / 불법 사냥도구 근절·로드킬 감소 대책 마련해야
이병주의 소설 '지리산'에는 일제 징병을 피해 지리산에 들어간 젊은이들이 만든 보광당의 두령 하준규가 칠선계곡과 벽송사 일대에서 호랑이를 사냥했다는 대목이 있다. 소설의 무대인 함양군 백무동 지역 주민들은 어린시절에 듣고, 또 보았다는 호랑이를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한반도에서 호랑이는 사라졌다. 사향노루도 지리산 만복대 일대를 중심으로 살았다고 하지만, 찾을 수 없다. 얼마 전 KBS가 지난해 7월 백두대간에서 촬영했다며 사향노루 동영상을 방송했지만, 그 후 흔적이 없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자료에 따르면 지리산 서식 동물은 포유류 42종, 조류 135종, 양서류 13종, 파충류 14종, 어류 52종, 곤충 4,536종 등 모두 4,792종에 이른다. 식물 1,522종과 기타 고등균류 등 561종까지 합하면 6,977종에 달한다. 전국 국립공원 중 으뜸이다. 설악산도 4,612종에 불과하다. 이는 483㎢에 달하는 면적이 흙으로 덮여 있어 영양이 풍부한데다, 해발 1915m까지 각 고도별로 서식환경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반달가슴곰 27마리 서식
지리산에 서식하는 포유류는 반달가슴곰과 담비, 삵, 너구리, 족제비, 오소리, 수달, 멧돼지, 노루, 고라니, 하늘다람쥐, 다람쥐, 청설모, 고슴도치, 두더지, 땃쥐, 관박쥐, 흰넓적다리붉은쥐, 등줄쥐, 멧토끼 등이다.
이 중 반달가슴곰은 멸종 단계에 이르렀고, 결국 정부가 복원 작업을 하고 있다. 1900년대 초까지만 해도 한반도에서 연간 400여마리가 포획될 만큼 반달가슴곰은 지리산에 많이 살았다. 하지만 1983년 5월 설악산에서 포수의 총에 맞아 1마리가 잡힌 후 사라졌다. 다행히 1997년 개체가 확인됐고, 2002년에는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반달가슴곰팀이 설치되면서 복원 작업이 시작됐다. 당시 2마리를 지리산에 방사, 야생곰 복원 가능성을 확인한 정부는 2004년에 러시아와 북한 등에서 수입한 곰 등 6마리를 추가 방사했다. 그 결과 2009년 2월에 반달가슴곰이 야생 출산에 성공했고, 2010년 2월에는 쌍둥이를 출산하기도 했다. 최근 몇 년 사이 2∼4마리를 꾸준히 출산, 지리산의 야생 반달가슴곰은 이제 27마리에 달하고 있다. 다만 수컷 출산이 많아 '종복원기술원'의 고민이 크다.
△최상위 포식자 담비
호랑이가 사라진 지리산에서 먹이사슬 최상위층에 올라선 담비도 주목할 동물이다.
담비는 2003년만 해도 3마리가 확인됐을 뿐이었다. 이 후 지난 2009년부터 4년간 지리산 등에서 담비 추적 조사활동을 벌여온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은 지난 1월 담비가 최상위 포식자이자 넓은 행동권(22.3∼59.1㎢)을 가진 우산종(Umbrella species)으로서 건재하다는 조사 연구 결과를 밝혔다. 연구팀이 담비의 사냥 장면을 포착하지는 못했지만, 담비의 배설물 414점을 분석한 결과, 담비는 청설모와 다람쥐, 멧토끼, 두더지, 말벌 등 동물성 먹이( 50.6%)를 다양하게 섭취했다. 담비는 3∼5마리 단위로 무리지어 사냥을 하며, 연간 멧돼지 9마리, 청설모 75마리 정도를 사냥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농작물 피해를 주는 멧돼지와 고라니, 견과류에 피해를 주는 청설모, 양봉과 토종벌에 피해를 주는 말벌 등을 담비가 사냥하니, 주민들로서는 이로운 동물이다.
△곤충류 4,536종 서식
까막딱따구리, 원앙새 등 무려 135종의 조류가 지리산에 서식하고 있다. 맹금류인 참매와 황조롱이, 올빼미, 솔부엉이, 소쩍새, 솔개, 독수리 등이 숲 생태계를 한층 건강하게 만들고 있다. 수달도 지리산의 소중한 동물 자원이다. 1997년 1월 잠복 끝에 섬진강에서 수달을 카메라에 담는 데 처음 성공한 우두성씨(구례문화원장)는 "120일간 한자리에서 잠복해 있다가 수달을 포착할 수 있었다"며 "수달은 겁이 많아 처음에는 사람을 경계하지만 나중에 친해지면 크게 경계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수달은 섬진강 뿐 아니라 남원 운봉에서 함양으로 이어지는 람천 등 지리산을 휘감아도는 강에서 많이 발견되고 있다. 또 지리산의 여러 하천에서는 갈겨니와 꺽지, 돌고기, 각시붕어, 기름종개, 돌마자, 진몰개 등 52종의 물고기가 서식하고 있다. 도롱뇽과 물두꺼비, 청개구리 등 13종의 양서류와 아무르장지뱀, 유혈목이, 능구렁이, 누룩뱀, 쇠살모사, 까치살모사 등 14종의 뱀이 살고 있다.
또 지리산에는 검은물잠자리, 비단벌레, 호랑하늘소 등 무려 4,536종의 곤충류가 살고 있다. 이는 전국의 국립공원 중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생태계의 보고 지리산의 건강함이다.
△보호 대책 절실
그동안 사람들은 사냥총은 물론, 올무와 청애 등 불법엽구를 설치해 야생동물을 마구 사냥했고, 결국 호랑이와 사향노루 등이 사라지고 말았다.
불법 엽구 뿐만 아니라 '로드킬'로 인한 피해도 심각한 수준이다. 국립공원 지리산 북부사무소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12년까지 공원 내 도로를 모니터링한 결과, 멸종위기 야생동물인 삵을 비롯해 모두 388개체가 로드킬을 당했다. 게다가 로드킬 개체수는 2010년 56개체, 2011년 64개체, 2012년 77개체 등 계속 증가하고 있다. 지리산 멸종위기종이 25종에 달하고, 모두 17개의 국립공원특별보호구역(166.30㎢)과 생태경관보전지역(20.20㎢)이 지정돼 있지만 동물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다.
지리산에 호랑이와 사향노루가 돌아오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서식 여건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이를 위한 제반 조사 연구가 필수적이다.
서정호 교수(순천대 교수·지리산권문화연구단)는 "지리산을 유네스코 세계복합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서는 부족한 점이 있다. 동식물에 대한 좀더 체계적이고 깊이 있는 조사 연구가 시급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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