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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들보 썩는 줄 모르나

▲ 총무국장 겸 논설위원
호남 인구가 충청권에 밀렸다는 소식이 무척 충격적이다. 인구 변화는 단순히 지역 간 인구 규모의 차이라는 수준을 넘어 정치·경제·사회적 함의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로운 지역 대립이나 정당 구도를 극복하려는 자기반성과 혁신이 절박하고 중요해 보인다. 이때 굳건한 체제를 유지하던 지역이 시대적 흐름을 읽어내지 못하고 다른 곳에 밀려 한순간 변방으로 내몰린 역사적 경험을 떠올려 보는 게 좋을 것 같다. 과연 전북은 거센 변화의 바람을 막아낼 수 있을까. 이 바람의 끝이 걱정이다.

 

인구에 따른 선거구 재편론

 

통계청 등에 따르면 호남지역 인구는 이미 지난 5월말 충청권에 추월됐다. 충청지역이 525만136명으로 전북과 광주·전남을 408명 앞질렀다. 그 여파로 당장 유권자 분포 바다에도 높은 파도가 몰아치고 있다. 지난달 말 현재 호남권이 416만5475명으로 충청권의 416만6344명 보다 869명 급감하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세종시가 갈수록 자리 잡아 가는 가운데 이런 추세로 가면 차기 대선이 실시되는 2017년에는 31만명 가량의 격차가 벌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올 지경이다.

 

인구 역전 사태는 첫 조사를 실시한 1925년 이후 처음 있는 일. 당시 전북 인구는 영농법의 발달과 전쟁 감소 등의 영향을 받아 134만430명을 기록하고 그 이후 계속 팽창해, 1966년에는 262만3708명까지 오르면서 지역의 존재를 떨쳤다. 그렇지만 산업화 시대를 맞아 과거 정권들의 경부 축 중심 개발 정책에 눌려 지역경제가 가라앉고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역외로 새 삶을 찾아 나서는 이동인구가 줄을 이었다. 그 결과 2005년을 거치면서 190만 선이 무너지고 말았다.

 

이런 변화는 곧바로 전북의 정치지형에 영향을 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금 국회의원 의석수가 호남이 충청 보다 5석이 많지만, 충청권이 더 많은 의석을 요구하며 잇따라 군불을 때고 있다. 새누리당 정우택 최고위원이 1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표의 등가성이나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선거구 조정문제를 제기하고, 지난달 30일에는 충청지역 민주당 정치권이 자신의 선거구 증설을 주장했다. 인구 감소에 따른 선거구 재편론은 적당히 덮어둘 상황이 아닌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그러나 이상하다. 전북은 어떤 고질병에 걸렸기에 이슈가 생겨도 고물 화차가 고산준령 올라가듯 하는가 말이다. 정치권과 자치단체장, 시민단체 등이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 숨 막힐 듯한 침묵만 보인다. 무관심하다 못해 무심하다. 무기력한 정치권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고 어떻게 인구를 늘려나갈 수 있겠는가. 도대체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요즘 지역이 잘못돼 가고 있는 것 중 심각한 것은 가치의 혼돈이다. 의석수 조정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등 정파적 차원에서만 이번 사태를 해석할 뿐이다.

 

현 상황에서 인구 증가 대책에 대한 치열한 토론과 대응능력이 나오길 바란다. 인구수는 국회 의석수뿐 아니라 현실적으로 경제와 사회적인 주요 지표가 되고 있는 까닭이다. 전북대 서거석 총장은 "인구의 불균형이 심한 상황을 기초로 한 대학 평가 기준은 잘못됐다"면서 "인구가 상대적으로 적은 전북의 입장에서 평가순위에 손해가 많다"고 불만을 내놓았다. 국가가 지방자치단체에 예산을 지원하거나 중앙정부의 인재 등용도 대체로 인구수 기준으로 하면서 빈익빈 악순환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전북 인구 증가 대책 나와야

 

이번 인구 변화는 둑이 터지는 일의 시작인데도 지역경영을 책임져야 할 사람들은 자기들 계산에만 몰두하고 있다. '대들보 썩는 줄 모르고 기왓장 아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별일 아닌 듯이 어영부영 넘어가서는 안 된다. 문제를 당연시하는 타성을 바꾸지 않고는 우리 지역이 발전할 수 없다. 변화의 그림자를 간파하지 못하고 경각심과 대응력을 높이지 않으면 둑이 터지듯이 큰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큰 눈으로 정확하게 인식해야 지역이 '침체 피로증'에서 벗어날 수 있다. 도민들은 결의에 찬 장면이나 정책 충돌의 긴박감도 경험하길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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