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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시대 조선은행인 군산 근대건축관 우리 민족 수탈의 아픔 고스란히

▲ 2층에는 조선은행이 시기별로 어떠한 과정을 거쳐 근대건축관으로 재탄생하게 돼 있는지 상세하게 설명돼 있다.

오곡이 풍성해지고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찌는 계절 가을. 무더운 여름이 지나가고 아침저녁으로 쌀쌀하고 낮은 포근한 가을이 다가왔다. 여름이 언제 지나가나 했는데 벌써 가을이라니 시간이 바람처럼 스쳐 지나가는 것 같다. 날씨 좋은 날 먼 곳도 좋고 가까운 곳도 좋고 이번 주말 한번씩 떠나 보는 것은 어떨까? 오늘 주말 일탈을 꿈꾸는 사람들을 위해 가까운 곳에 새롭게 문을 연 여행지 하나를 소개할까한다. 군산의 근대거리에 새로운 명물로 자리할 '군산 근대건축관'이다.

 

△군산의 역사와 수탈의 아픔을 돌아보다

 

근대건축관은 일제시대 조선은행 군산지점을 개선하고 새로 개관하면서 이름을 근대건축관으로 바꿨다. 외부는 예전의 조선은행의 모습을 갖추고 내부는 관람할 수 있도록 알차게 꾸며 놓았다.

 

근대건축관 외부는 예전 모습 그대로 복원해 놓았다. 대리석으로 된 입구는 좁고 옆의 기둥이 상당히 커서 아무나 들어가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일제 강점기 때 우리나라 사람들은 드나들기 어려웠을 것 같다.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감을 갖고 안으로 향했다. 어려운 입구를 박차고 들어가보면 바로 옆에 어디에 무엇이 전시되어 있는지 안내지도가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근대건축관 내부는 천장은 높고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넓었다. 내부는 1층과 2층으로 나눠져 있었다. 1층에는 조선은행과 군산의 이야기에 관한 유물과 인터뷰 자료가 전시됐고, 2층에는 조선은행이 근대건축관으로 재탄생하기까지의 과정과 일본인이 우리나라 사람에게 어떠한 일을 했는지 알 수 있는 자료가 전시돼 있다.

 

△디지털로 읽고, 보존 전시물로 보는 군산의 일제 역사

 

1층에 들어서면 바닥에 큰 화면이 있다. 아이들이 장난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호기심에 터치 스크린에 발을 올려 보았다. 신문모양이 있는 화면에 발을 올리면 신문이 확대되면서 그 당시에 어떠한 일들이 있었는지 읽을 수 있었다. 손가락이 아닌 발로 하려니 어색하기도 하고 어린아이마냥 신기했다.

 

스크린 둘레에는 군산의 유명 건축물의 미니어처가 자리했다. 미니어처는 정교하게 만들어져 건축물을 그대로 떠다 놓은 것 같다. 직접 방문해 본 건축물의 기억을 되짚어 가며 비교해 보니 그 섬세함이 더욱 놀랍다.

 

1층에는 모두 4개의 전시관이 있다. 1층을 둘러보면 주변의 벽과 다른 모습의 벽채를 볼 수 있다. 그곳은 의도적으로 리모델링을 하지 않고 조선은행의 본래 모습을 보여 주기 위해 공사를 하지 않았다. 빛바랜 벽 하나만으로 사뭇 그 시절 이 공간에서 일어났을 법한 일이 떠오른다.

 

△근대 건축관의 탄생기

 

이제 2층으로 올라가 본다. 조선은행이 지어질 당시 2층은 거의 기능을 하지 않았는데 2층을 올렸다고 설명이 돼 있다. 기능보다는 과시하려고 했던 의도가 강했기 때문이다. 2층은 정말로 가운데가 뚫려 있어서 기능적으로는 천장을 높게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었다. 현재 2층에는 조선은행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 근대건축관으로 재탄생 하게 됐는지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시기별로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주로 어떠한 공사를 하였는지 등을 보기 쉽게 전해주고 있다.

 

또한 군산에서 있었던 일을 음성으로 들을 수 있는 전화기도 부착돼 있다. 수화기를 귀에 대고 전화기 옆에 손잡이를 돌리면 음성안내가 나오는데 마치 한편의 연극을 보는 것 같이 설명해 주기 때문에 몰입할 수 있다. 2층에서 1층을 내려다 보면 1층에서 보았던 터치스크린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 터치 스크린은 전체적으로 군산을 보여 주고 있다. 자세히 보니 군산에서 있었던 신문기사를 한 곳에 모아 볼 수 있었다. 정말이지 본적이 없는 기발한 아이디어다.

 

2층 천장도 1층의 벽면과 같이 공사를 하지 않고 유리로 막아 놓은 부분이 있었다. 이 부분도 1층의 벽면과 마찬가지로 조선은행이 과거에 어떠 했는지 알려 주기 위해 남겨뒀다. 근대건축관 뒤편에는 넓은 뒤뜰과 큰 나무 한그루가 그늘을 제공해주고 있다. 공공 자전거 무인대여시스템이 설치돼 누구나 쉽게 군산시에서 제공하는 자전거도 이용 할 수 있다. 바퀴에 바람도 넣을 수 있게 설치돼 자전거 라이딩족에게 안성맞춤이다.

 

△잊지말아야 할 시대의 아픔이 살아있는 곳

 

근대건축관을 둘러보며 수탈의 역사의 중심에 있던 조선은행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생각해봤다. 그곳에는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우리 민족에 대한 수탈의 아픈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특별한 일처럼 꺼내보았던 역사의 아픔. 앞으로 근대건축관으로 탈바꿈한 조선은행 군산지점이 우리의 민족이 당했던 시련을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 장상도 전북도 블로그 기자단

 

※장상도씨는 전북대 행정학과를 졸업했으며, 현재 2013 도민블로그 단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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