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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지 않는 꽃

한국의 근현대 미술사 책에서만 보던 작품들 도립미술관 한자리에

▲ 선기현 전북예총회장
도립미술관 가는 길, 문정초등학교 지나 옛 길 따라 가면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은 빨리 달려왔다가 한숨 반만 쉬고 돌아간다.

 

이 계절 미술관 층계 끝에 올라서서 모악산 등지고 저수지 억새 구름 넘어 경각산 바라보면 눈 밑이 시리다. 곧 눈발이 보일 듯하다. 도립미술관이 자리 잡은 지 내일 모레면 10년이 된다.

 

미술협회 일을 보던 시기에 건립되었다. 행정에서, 정치에서, 그리고 많은 미술인 여러분들이 애를 쓰셨다. 예나 지금이나 예술문화판 경제사정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그 시절 미술관 건립을 위한 전시를 서울 공평아트홀에서 개최하는데 적지 않은 도움을 주신 분이 있었다.

 

그 분이 창단했던 우진문화재단이 최근에 목정문화상 미술부문에서 수상했다. 또 금번에 한국 메세나대상까지 수상한다 하니 10년 전 미술관 태동기를 생각해보니 더욱 더 기쁠 따름이다.

 

그 간 많은 기획 전시로 훌륭하고 볼만한 전시가 치러졌다. 가까운 2012년에는 세계미술거장전이 16만이 훌쩍 넘는 관객몰이와 함께 예술의 고장의 명성에 힘을 실어줬다.

 

그런데 이번에 열린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전시는 블록버스터전 전시 못지않게 대한민국에서 볼 수 있는 전시 중에 최고의 전시임을 알리고 싶다.

 

어린 학창 시절 미술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었던 그림에서부터 수도권이나 전자매체를 통해서 접할 수 있는 작품들이 전북도립미술관에 지난 8일부터 내년 1월 5일까지의 일정으로 대형으로 몰려 왔다. 어떠한 내용을 펼쳐놓았나 들여다보자.

 

평면분야로 전통산수 현대미술의 태동기를 경험한 대가 청전산수(靑田山水) ‘이상범’, 소정산수(小亭山水) ‘변관식’, 전북지역과 깊은 인연이 있는 국제무대의 대표작가 고암 ‘이응로’, 부부화가 운보 ‘김기창’, 우향 ‘박래현’의 작품이 걸려있다.

 

현란한 채색으로 한민족의 저변을 표현한 작가 ‘박생광’, ‘우리가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의 서정시인 화가 ‘김환기’, 태양의 빛을 중시하는 인상주의 풍의 호남의 대가 ‘오지호’와 치밀한 필치로 샘터표지에 자주 올라왔던 정물화의 상징작가 ‘도상봉’ 또한 나란히 두고 볼 수 있다.

 

오늘날 미술시장에서 최고의 대우를 받고 있는 담배은박지에 새겨 그린 물고기와 아이들의 국민작가 ‘이중섭’, 두꺼운 종이위에 겹겹이 찍어 그려낸 ‘빨래터 여인’의 ‘박수근’의 작품을 볼 수 있으며 작은 화폭에 단순한 절제미를 나무와 새를 통해 아동화 형태로 표현한 순수작가 ‘장욱진’, 굵은 선과 힘 있는 터치로 설악산을 주제로 그리는 산의 화가 ‘박고석’ 작품도 있다.

 

그밖에도 문자 추상화가 ‘남관’, 물방울작가 ‘김창열’, 평면과 입체분야를 넘나드는 20세기 세계최고의 스타 ‘백남준’ 작품은 미술관 입구에서 오토바이 시동을 걸어 놓은 채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다.

 

점에서 선으로 물성의 철학으로 접근시킨 대형작가 ‘이우환’, 조각부문에 슬픈 어깨와 세상을 같이 간 ‘권진규’, 좌우대칭 조각가 ‘문신’, 이 밖에도 한국미술의 축에 놓여있는 거장들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여기서 먼저 이번 전시를 대여해준 가나아트 이호재 회장께 깊은 감사를 드리고 기획에 앞장선 윤범모 교수님, 더 나아가 도립미술관 이흥재 관장님을 비롯한 관계자 분들께 미술인의 한사람으로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예술 하기에 좋은 이 계절에 전북 예술 문화를 사랑하는 도민들에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훌륭한 작품 감상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여겨진다.

 

작가는 가고 없어도 꽃은 흔들리지 않고 고고하게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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