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편 어려울수록 온정 더 베풀어
살림살이가 빠듯해졌는데도 연말 온정의 아름다운 사연이 곳곳에서 들려온다. 국내의 대표적인 공식 모금기관인 전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는 최근 개인이 1억원을 은행계좌로 보내왔다. 익명으로 내놓은 거액의 후원이라서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 바람에 1억원 이상 고액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수가 도내에서는 10명으로 늘어났다. 물론 배려와 나눔이 이처럼 꼭 많이 내놓아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작은 정성으로도 우리 사회를 따뜻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형편이 어려울수록 동병상련(同病相憐)의 공감은 더해가는 듯하다. 전주시 우아동 김규정(35)·홍윤주씨(31) 부부는 기초생활 수급비와 장애수당에서 매년 꼬박꼬박 10여만원씩 모아 5년째 모금기관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전동 휠체어가 없으면 외출도 쉽지 않은 뇌병변 1급 장애와 지체장애 2급을 각각 앓고 있는 중증장애인이지만 기꺼이 더 어려운 이웃을 생각한다. 김씨는 “나보다 더 불편한 사람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나누고 싶다”고 말한다. 감동이 따로 없고, 천사 또한 이들을 두고 하는 말 아닌가.
이처럼 자신 보다 못한 처지를 챙기려는 보통 사람들이 늘고 있다. 개인 기부를 보면 2010년에 34억5700만원이었으나 지난해에는 51억7300만원으로 2년만에 17억1600만원이 증가했다. 개인 대 법인의 기부 비율도 53대 47에서 60대 40으로 벌어지면서 ‘작지만 숭고한 정신’이 가슴 뭉클하게 한다. 이런 가운데 공동모금회는 엊그제 도청 광장에서 ‘희망2014 나눔 캠페인’ 출범식을 갖고 연말연시 이웃돕기 모금활동에 들어갔다. 해마다 찾아오는 ‘사랑의 온도탑’도 전주 종합경기장 사거리에 어김없이 설치됐다.
본지가 보도한 ‘어려운 이웃에 사랑의 불씨를’ 시리즈는 지역의 현실이 얼마나 힘들고 열악한지 그 실상을 보여주고 있다. 전북은 가구당 평균소득과 자산규모도 통계청이 발표한 ‘2013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여전히 전국 최하위 수준을 맴돌고 있다. 현실적으로 나눔의 여유를 가진 곳이 그리 많지 않게 보인다. 그런데도 올해 목표액은 지난해 모금액 보다 오히려 3% 상향된 48억원. 사랑의 온도도 지금까지 14년 연속 초과라는 기록을 달성했다. 저성장 경제의 질곡에서 끌어올리는 나눔의 패러독스(역설)가 아닐 수 없다.
가뜩이나 힘겨운 환경에서 어떻게 이런 열정이 나올 수 있을까. 우리는 살맛나게 해주는 숭고한 나눔과 희생정신 덕분에 행복하다. 사회가 온통 약삭빠른 이기주의에 물든 듯해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는 증거다. 가진 사람들에게는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장면이다. 하지만 기부의 저변이 튼튼하지 않다는 건 문제다. 이웃을 내 몸같이 도우려는 나눔의 정신이 부족한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기부금을 투명하게 운용하지 않는 단체나 기관들의 일탈 행위도 나눔 의욕을 꺾는 요인이 된다.
나눌수록 아름답다는 믿음 퍼지길
나눔은 서로를 배려하고 고통을 감싸주는 마음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단지 내가 가진 것을 나누는 차원을 넘어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데 필요한 공동체 의식을 체득하게 해준다. 따라서 한해를 보내는 세밑을 맞아 내 안에 있는 욕망 덩어리를 조금 비우고 이웃을 살펴보는 배려의 마음으로 채워 보자. 특히 가진 사람은 못 가진 사람의 고충을 나눔을 통해 나눠야 한다. 나눌수록 아름답다는 믿음과 행동이 골고루 퍼지길 기대한다. 그래야만 우리 사회가 보다 훈훈해지고 건강해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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