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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선택적 무공천

▲ 총무국장 겸 논설위원
다시 지방선거철이다. 후보군들이 수면위로 떠오른다. 입지자들 저마다 벌써부터 메시아인양 목소리를 높인다. 한데 그들 비전은 흐리멍덩하고, 포부와 다짐들도 지상낙원을 만들 것처럼 난무하고 있다. 선거는 그 결과에 따라 지역을 괜한 잔병에 시달리게 하거나 미래희망을 갱신하는 환풍구가 되기도 했다. 이런 선거에서 정당 공천은 정치인과 유권자들을 옴짝달싹 못하게 하는 정치 메커니즘의 정수로서 빛을 발한다. 그런데 역대 공천은 여야를 막론하고 온갖 잡음과 물의가 끊이지 않았다.

 

정당공천 폐지, 사실상 물 건너간 듯

 

국회 정치개혁특위는 이달 말까지 정당공천 혁신에 나섰지만 이번에도 한계에 부딪쳐 있다. 기초단체장(시장 및 구청장) 예비후보 등록시작인 21일을 넘기면서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문제를 결론내지 못하고 있다. 물러서지 않는 여야의 입장이 좀처럼 누그러지지 않고 팽팽하다. 대선공약대로 정당공천을 폐지하자는 민주당과 폐지 대신 상향식으로 공천하겠다는 새누리당의 ‘게임 룰’ 싸움만 계속되는 상황이다. 그래서 이번 선거의 큰 변수였던 정당공천 폐지는 사실상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이 이처럼 백지화 방안을 바꿔 새로운 공천 카드를 꺼내 든 것은 야권의 ‘공약 파기’ 공세에 맞불을 놓겠다는 대응전략도 담긴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계획대로 온전히 실현될지는 미지수지만 독자적 방식을 만든 셈이다. 민주당도 무소속 안철수 의원과 대여 공동전선을 구축해 폐지 관철을 위한 연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여야 간 독자행보로 2월 국회에서 공천 폐지는 불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아무리 지적을 받아도 당리당략에 따른 갑론을박만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두드러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폐지를 당론으로 확정하고 적극 추진했던 민주당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 내부에선 공천 폐지가 무산된다면 ‘민주당도 공천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론이 우세한 가운데 ‘민주당만이라도 무공천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명분론이 여전해 어느 쪽도 선택할 할 수 없는 딜레마에 처해 있다. 다만 당 차원의 결론은 박근혜 대통령 취임 1주년인 25일 이후로 미뤄졌다. 안 의원 측도 정당공천 폐지가 불발될 경우 대응책에 대해서 논의된 바 없는 것으로 알려져 야권 공조 수위는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 바람에 민주당의 텃밭인 전북지역 출마 예정자들이 혼선과 혼란에 빠졌다. ‘안철수신당’인 새정치연합의 창당이 내달로 다가오면서 이런 현상은 가중될 것으로 관측된다. 그동안 도민들은 전북정치권의 활동에 허탈해 왔다. ‘민주당 공천= 당선’이란 중독성 높은 지지에도 불구하고 지역 실상은 만성질환을 벗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복된 실패가 지역의 어두운 그늘로 남아 있다. 그 분노와 낙담이 선거판에 떠다니고 있다. 그런 불만은 정당 비판으로 그대로 옮겨 간다. 민주당은 분노의 공유 창구를 마련해야 한다.

 

대선 패배 후 ‘회초리 투어’까지 보여주며 머리를 숙였던 민주당이 만일 새누리당을 지렛대 삼아 공천을 전면 실시하게 되면 그것은 개혁 저항에 동조하는 양상이다. 그렇다면 선택적 무공천을 하면 어떨까. 첫 단추는 임실군수 선거에서 끼웠으면 한다. 현행 공천제도 밖으로 튀어나가는 정치활동의 병리적 증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임실군은 1995년 민선이후 무소속 이철규·김진억과 이형로(새정치국민회의)·강완묵(민주당) 전 군수 4명 전원이 중도하차했다. 일련의 불명예로 지역이 후폭풍을 맞고 있다.

 

후보들 옥석 유권자가 선택하도록

 

사태가 이 지경까지 이른 상황에서 민주당은 자유롭지 않다. 인물을 제대로 뽑지 못한 당 차원의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더디고 힘들겠지만 그 길을 검토하길 바란다. 후보들의 옥석은 유권자가 가리면 된다. 민주당의 역량과 의지가 시험대에 선 것이다. 말로만 공천개혁을 외칠 게 아니라 현실적인 무대에서 실천해야 한다. 과정이 참신하면 유권자는 승패와 관계없이 박수를 쳐줄 것이다. 오직 승리라는 목표만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면 그게 무슨 개혁이고 쇄신인가. 새누리당도 이런 지적이 예외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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