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샘 없는 새, 약점이자 강점
물에 사는 새들은 꽁지에 기름샘을 갖고 태어난다. 기름샘의 기름을 온몸에 골고루 바르면 깃털은 기름으로 막이 씌워져 물속에 들어가도 젖지 않고 체온도 일정하게 유지된다. 가마우지는 기름샘이 없다. 다른 새들보다 가난하게 태어난 가마우지는 물속에 들어가면 깃털이 젖어 체온이 떨어지기 때문에 젖은 깃털을 말려야 다시 사냥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약점은 강점도 되기 마련이다. 가마우지가 날개를 활짝 펴 말리느라 수면 위에 그늘이 생기면, 그늘 아래로 물고기들이 모여들고 가마우지는 그 물고기들을 재빨리 사냥하기도 한다. 날개를 말린 가마우지가 다시 잠수한다. 가마우지는 다른 새보다 고기를 잘 잡고 잠수 실력은 웬만한 새는 흉내도 내지 못할 정도로 잘한단다. 가마우지를 구경하던 우리들은 잠수한 가마우지가 물속에서 나오는 순간을 제일 먼저 발견하는 사람에게 저녁밥을 사주기로 내기를 했다. 맞춘 사람은 없다. 가마우지가 물속에서 나오는 순간은 번번이 놓치고 한참 떨어진 곳에서 유유히 헤엄쳐 가고 있는 가마우지의 뒤꽁무니만 보았다.
가마우지를 이용하여 고기잡이하는 사람들을 텔레비전에서 본 적이 있다. 그들은 가마우지가 잡은 고기를 삼킬 수 없게 가마우지 목에 넥타이 같은 줄을 감고 겨우 숨구멍만 열어준다. 기름샘이 없는 가마우지의 몸은 바다의 어둠 속을 뒤지는 동안 짠물에 젖고 얼간이 든다. 그러나 제가 잡은 물고기를 제가 먹지 못한다. 가마우지의 목에 줄을 감아 놓은 사람이 가마우지가 사냥한 물고기를 빼앗아 간다. 일을 열심히 해도 가마우지의 살림은 늘 달랑달랑하다.
가마우지가 둥지를 틀던 해안가에 이제는 사람들이 별장을 짓고 찻집을 낸다. 가마우지는 삶의 터전을 점점 잃어갔다. 사람들에게 제 집 자리를 뺏긴 가마우지는 도시의 어두운 구석에 마른 쑥과 삭은 나뭇가지로 둥지를 튼다. 그 둥지에서 알을 품고 새끼를 기른다. 아침마다 출근하는 가마우지는 종종 도시의 낯선 구조물에 부딪히기도 하고 회오리바람을 만나기도 한다.
우리들 일터에도 파란 하늘 내려오길
바다 속으로 잠수하는 가마우지를 응원했다. 그에게 목줄을 매놓은 사람이 없으므로 그가 잡은 고기는 온전히 제 것이다. 그가 고기를 잡아 제 목구멍으로 삼켰는데 내 허기가 든든하게 채워진다. 햇볕으로 달궈진 바위 위에서 젖은 날개를 말리는 가마우지를 응원한다. 날개 그늘 아래 물고기가 모여드는 것까지는 확인할 수 없었지만 아마 그랬으리라. 우리가 숙소에 들 시간이면 하루 종일 짠물 속을 들락거렸던 가마우지도 둥지에 들리라. 새끼를 품에 안은 그의 잠이 평안하리라. 내일도 가마우지는 바다로 출근하리라. 깊은 어둠을 헤치고 먹이를 구하리라. 그러나 가마우지의 일터에는 흰 구름 몽개몽개 피는 하늘도 내려와 가마우지와 함께 있으리라. 아침마다 넥타이 매고 출근하여 세상의 어둠속으로 자맥질하는 우리들의 일터에도 파란 하늘이 내려와 우리를 응원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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