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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과 지역주의, 그리고 언론

선거 때 기승부리는 고질병 / 무분별 보도로 키우지 말고 도민 판단 돕는 전도사 되길

▲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홍어’ ‘전라디언’ ‘전라좀비’ ‘개쌍도’ ‘흉노’ ‘과메기’

 

온라인에 자주 등장하는 호남과 영남을 비하하는 말들이다. 온라인의 익명성 뒤에 숨어 상대 지역민에 대한 불신과 적대시는 물론이고 때로는 폄훼, 배척, 공격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지역감정 문제는 현재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비극이자 국가발전과 사회통합을 위해서 반드시 해결해야할 과제이다. 지역감정은 선거 때 더욱 기승을 부리게 되는데, 선거가 바로 지역감정을 확대 재생산하는 중요한 기제로 작용하고 있다. 물론 지역감정은 애향심의 발로이며, 지역주민들을 하나로 통합해주는 정기능도 갖고 있다. 그러나 자기 지역출신에 대한 맹목적 지지와 타 지역 출신에 대한 무조건적 배타성이 문제이다. 정당이나 후보들은 정책보다는 지역감정을 이용하여 표를 획득하려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으며, 실제로 이러한 전략이 가장 손쉽고도 효과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정치현실이다.

 

분명 지역감정의 일차적 책임은 정치인들에게 있다. 그러나 지역 언론 역시 책임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지역 언론은 정치인들의 지역감정 발언을 여과 없이 보도하거나 때로는 지역주민의 감정에 편승하여 지역감정을 확대 재생산해왔던 게 사실이다. 지역 언론은 선거기간에는 물론이고 평소에도 인사 및 예산, 중앙정부의 정책 측면에서 ‘지역차별’ ‘지역소외’ ‘지역 역차별’ 등의 보도를 통해 지역주의를 심화시키고 있다.

 

김병선교수의 영호남 지역 언론의 지역주의 보도 분석에 따르면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서 영남지역 언론들은 ‘TK 차별, 소외론’을 주장한 반면, 호남지역 언론들은 ‘호남 역차별론’이 주류를 이루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이후로는 완전히 역전되어 영남지역 언론들은 ‘TK 역차별론’을, 호남지역 언론들은 ‘호남 차별, 소외론’을 줄기차게 보도하였다고 한다. 실제 2008년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이후에 한 대구지역 신문에 보도된 기사의 제목들만 보더라도 지역주의를 얼마나 많이 강조하였는지를 잘 알 수 있다. ‘영남편중인사 TK는 빼주소…15년째 푸대접’ ‘YS도 DJ도 盧도 홀대…고위공직 TK씨가 말랐다’ ‘대구경북 못 잡아먹어 안달 난 대한민국’ ‘호남홀대? 10년간 TK인사 숙청 잊었나’ ‘예산·국책사업·SOC 西高東低 심하다’ ‘우리가 남이가의 정신으로’

 

영남지역 언론만 이러는 게 아니다. 호남지역 언론 역시 다르지 않다. 이 같은 지역 언론의 보도태도는 대단히 무책임한 것이다. 이러한 비판에 대해 일부 지역 언론은 “지역주민의 편에 서서 지역의 인물을 키우고 지역의 이익을 강조하는 것이 무엇이 문제인가”라고 항변하기도 한다. 물론 지역주의는 지역 언론이 존재해야할 이유이자 핵심적인 가치라는 점을 인정한다. 그러나 지역민들을 지역감정에 눈멀게 하여 이성적 판단을 흐리게 만들고 타 지역에 대한 무조건적 배타성을 심어주는 것이 문제이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지역 언론은 정치인들이 의도적으로 내뱉는 지역감정 발언에 대한 무분별한 인용보도는 물론이고, 지역감정에 편승하거나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일체의 보도를 하지 말아야 한다. 또한 지역 문제의 핵심은 지방과 지방 사이가 아니라 중앙과 지방 사이의 문제이기 때문에 지역 언론은 더 이상 영호남지역 등의 편중, 홀대, 푸대접과 관련된 냉소적 보도 보다는 수도권과 지방과의 차별문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제 지역 언론이 지역주의의 확대 재생산자로서의 역할을 과감히 버리고 지역감정 해결을 위한 전도사가 되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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