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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대설] 한 겨울 알리는 절기…곳간 풍성

대설(大雪)은 양력 12월 7일경으로 24절기 가운데 스물한 번째 절기다. 오늘이 바로 대설이다. 소설과 동지 사이에 들어있으며 우주태양의 황경(黃經)이 255°일 때이다.

 

이 무렵은 눈이 많이 내린다는 뜻으로 대설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이것은 원래 재래역법의 발상지이며 기준지점인 중국 화북지방(華北地方)의 기후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의 경우는 눈이 많이 오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가 잦다. 그래서 당연히 한국과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동지가 지나고 난 뒤에야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된다. 12월보다 오히려 1~2월에 평균적으로 더 많은 눈이 내리기도 한다.

 

△곳간 쌓인 곡식…풍요로운 시기

 

세시기에 따르면 대설 입기일로부터 동지 절기까지 15일을 5일씩 3후(候)로 나누었다. 초 후에는 산 박쥐가 울지 않고, 중 후에는 범이 교미하여 새끼를 치며, 말 후에는 여지(박과에 속한 식물)가 돋아난다고 하였다. 이러한 내용은 열두 달에 대한 절기와 농사일 및 풍속을 19세기 중엽, 소당(嘯堂) 김형수(金逈洙)의 7언 고시(古詩) 형식으로 기록한 ‘농가십이월속시(農家十二月谷詩)’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에서는 음력 10월에 들어있는 입동과 소설, 11월에는 대설과 동지, 그리고 12월의 소한과 대한까지를 겨울로 쳤다. 서양에서는 추분 이후 대설까지를 가을이라 여긴다.

 

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속리산 정상에 대자재천왕사(大自在天王祠)라는 사당 신이 매년 10월의 인일(寅日)에 법주사로 내려온다고 하여, 산중에 사는 사람들이 음악을 베풀고 신을 맞이하여 제사를 지냈다. 신은 45일간 머물다가 사당으로 올라간다고 했다.

 

특히 24절기 중 대설이 있는 음력 11월은 동지와 함께 한겨울을 알리는 절기다. 농부들에게 있어서 일 년을 마무리하며 새해를 맞이할 준비를 하는 농한기(農閑期)이기도 하다. 대설 절기에는 한 겨울에 해당하며 농사일이 한가한 시기다. 가을에 수확한 피땀 어린 곡식들이 곳간에 가득 쌓여 있으므로, 당분간 끼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는 풍성한 계절이다.

 

△대설에 눈내리면 보리농사 풍년

 

대설 절기에 눈이 많이 오면 다음 해에 풍년이 들고,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다는 속설이 전해졌다. 실제로 이날 눈이 많이 오는 경우는 드물다. 또한 “눈은 보리의 이불이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눈이 많이 내리면 눈이 보리를 덮어 보온 역할을 함으로 동해(凍害)를 적게 입어 보리가 풍년이 든다고 여겼다.

 

대설 무렵에는 집집마다 콩을 삶아 정성을 다하여 메주를 쑨다. 어려운 시절이라 먹을거리가 많지 않았다. 그러므로 음식 맛을 좌우하는 원천은 간장이기 때문에, 간장 맛이 좋으면 그 집의 모든 반찬이 맛있어서 가족 건강의 지름길이기도 하다. 우리 조상의 슬기로운 지혜를 엿볼 수 있는 발효식품 된장 간장은 힘이 든다 하여도, 전통적으로 계속 이어 저야 한다는 간절한 바램이다.

 

△대설절기에 부르는 농가월령가

 

사람의 자식 되어 부모 은혜 모를소냐,/ 자식을 길러 보면 그제야 깨달으리./ 온갖 고생하며 길러 내어 결혼을 하게 되면, / 자기들만 생각하고 부모 봉양 잊을소냐. / 기운이 쇠약해지면 바라는 것이 젊음이니, / 옷 음식 잠자리를 각별히 살펴드려, / 행여나 병나실까 밤낮으로 잊지 마소. / 섭섭하신 마음으로 걱정을 하실 때에, / 삐죽거리며 대답 말고 부드럽게 대답하소. / 시집온 아내는 남편의 행동보아, 그대로 따라 하니 보는 데 조심하소.(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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