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大寒)은 양력 1월 21일경으로, 24절기 가운데 스물네 번째로서 마지막 절후(節侯)이다. 소한과 입춘 사이에 들어 있으며 우주 태양의 황경(黃經)이 300°일 때이다.
원래 겨울철 추위는 입동(立冬)에서 시작하여 소한(小寒)으로 갈수록 추워지며, 대한에 이르러서 최고에 이른다. 이는 중국 화북 지방의 절후에 기준한 것으로서, 우리나라에서는 1년 중 가장 추운 시기가 1월 15일 경이므로 약간의 차이가 있다. 또한 “대한 끝에 양춘(陽春)이 있다”라는 속담은 “고생끝에 낙이 있다”는 말처럼 힘든 고비를 참고 견디면 성공할 수 있다는 뜻으로 쓰인다. 이는 계절적으로 대한을 지나면 추위가 물러간다는 절기상의 특징을 반영한 속담이다.
△ 입춘까지 차가운 기운 지속
세시기에 따르면 대한 입기일로부터 입춘 절기까지 15일을 5일씩 3후(候)로 나누었다. 초 후에는 닭이 알을 품으며, 중 후에는 매가 사나워지고, 말 후에는 연못의 가운데가 굳어 버린다고 했다. 그리하여 연못은 꽁꽁 얼어 있고, 닭은 알을 품고만 있다가 날씨가 풀리면 병아리를 부화시킨다. 또한 매는 살벌한 기운이 극에 달하여 매우 빠르고 공격을 잘 한다고 한다. 아직은 차가운 기운이 더 세기 때문이다.
옛 세시 풍속에는 대한의 마지막 날이자 입춘 전날인 절분(節分)은 콩을 방이나 마루에 뿌리면서, 마귀를 쫓고 새해를 맞이하는 풍속 ‘해넘이’가 있다. 실제 정월 초하루가 되려면 일주일정도 남았지만 입춘은 정월절(正月節)의 시작일 이므로, 이 날은 정월력(正月歷)의 연초가 된다는 것이다.
△ 섣달, 신에게 감사하는 납향제 올려
세시기에 의하면 음력 섣달에 납향제(臘享祭)를 지내는 풍속이 있다. 옛날 중국에서는 십이지(十二支)의 날을 각각 택하여 제를 올렸다. 우리나라에서는 백제 때는 음력 12월 8일, 통일 신라 때는 12월 호랑이날에 신성북문(神城北門)에서, 고려 때는 개의 날이나 용의 날로, 조선시대에는 동지 후 세 번째 양의 날로 납일 사제를 지냈다.
이처럼 납일(臘日)을 정하여 납향제를 지내는 것은 1년 동안에 지은 농사나 그 밖의 일어났던 모든 일을 신(神)에게 고하고 무사하게 잘 지내게 해준데 대하여 감사의 제사를 지내는 풍속이다. 또한 이 납일 무렵에 내의원(內醫院)에서는 청심환·소심환·안신환 등의 여러 가지 환약을 만들어 진상하였다. 이를 납약이라 했다. 일반 상공인들은 소화제나 비상약 구충제와 좀벌레 등의 약을 만들기도 했다.
또한 섣달에는 군사들의 몸을 단련시킬 목적으로 군사훈련을 실시하였으며 사냥을 하도록 했다. 조선시대 정조는 납일 고기로 꿩, 토끼, 노루, 사슴, 산돼지만을 잡도록 허락했다. 이 고기로 종묘에 제사를 지냈기 때문에 납향이란 이름이 생겼다. 민간에서도 위와 같은 고기로 제사를 지냈는데, 이를 납육천신(臘肉薦新)이라고 했다.
△ 영양많은 저장식품 활용
제주도에서는 대한 후 5일부터 입춘 전 3일 까지를 신구간(新舊間)이라 부른다. 약 1주일 기간인데, 이 때를 틈타 이사나 집수리를 비롯한 집안 손질을 한다. 이 기간에는 구년세관(舊年歲官) 신들이 신년세관의 신들과 임무를 교대하기 위하여 옥황상제에게 올라가는 때다. ‘신들이 부재하는 기간’이어서 여러 가지 일을 해도 동티가 나지 않기 때문이라 여기고 실행하는 풍속이다.
옛날부터 선조들은 겨울을 이기는 대한 음식으로 시래기 국에 찰밥, 녹두전, 백김치 등을 곁들여 먹었다. 대한절 대표 음식인 시래기는 각종 비타민 미네랄 간 해독 등 영양만점 저장식품이다. 선조들의 예지를 본받으려니 싶다.
대한 절기는 엄동설한이다. 주변에 연탄불도 제대로 피우지 못하고 먹지도 못하며 냉방에서 혹한을 견뎌야 하는 어려운 이들이 적지 않다. 남의 고통에 눈을 감는 이기심 보다는 어렵게 사는 이들과 고통을 나누는 미덕이야 말로, 우리 겨레문화의 정신이 아니겠는가…. <끝>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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