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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의 가치 사회적 경제

정헌율 익산시장

 

최근 포용적 성장(inclusive growth)이 세계 경제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작년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인류의 공동목표 중 하나로 포용적 성장의 보장을 제안한 바 있고 중국은 이미 국가핵심발전 전략으로 포용적 성장 방침을 내세우고 있다.

 

신자유주의 체제 하에서 경제는 철저한 자본주의와 시장논리에 의해 움직여 왔다. 그 결과 단시간 내 외형적 성장을 이룩하는 것은 성공했으나 빈부격차, 계층 갈등, 환경파괴 등 많은 병폐와 부작용을 야기했다. 포용적 성장은 동반성장, 공유, 상생, 공동번영 등 ‘함께’또는 ‘같이’의 정신을 강조한다. 이 포용적 성장과 맥을 같이 하고 있는 것이 바로 사회적 경제다.

 

사회적 경제는 사람 중심의 경제다. 이윤, 수익, 생산성과 같은 경제적 가치보다 나눔, 배려, 분배 등 사회적 가치를 먼저 생각한다. 빵을 만들기 위해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하기 위해 빵을 만든다는 말은 사회적 경제가 추구하는 가치를 잘 함축하고 있다. 지역공동체의 구성원인 지역 주민의 참여 하에 일자리를 만들고 협력과 배려를 바탕으로 사람 냄새 나는 세상을 만들어 가는 것이 사회적 경제의 출발이다.

 

기업이나 공공 부문이 만드는 일자리는 제한적이고 비연속적이며 시장 경제상황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반면 사회적 경제는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자생적 결속과 구성원들의 자발적 참여가 전제되기 때문에 안정적이고 외부 환경 변화로부터 대체로 자유롭다.

 

마을 공동체의 성지라 불리는 서울 성미산마을 주민들은 육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동육아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같이’의 가치를 깨달은 주민들은 한 발 짝 더 나아가 음식점, 반찬가게, 중고품가게 등을 함께 운영하며 수익사업도 하면서 공동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있다. 3,500명의 작은 농촌마을인 홍성군 홍동면 주민들은 빵집, 떡 공장, 출판사, 원예조합, 공방 등 다양한 공동체 사업을 추진하면서 소득기반을 구축하고 안정적 일자리를 만들었다. 사회적 경제를 움직이는 것은 이윤이나 소득이 아닌 바로 신뢰와 협동이다.

 

사회적 경제조직의 가장 대표 격인 사회적 기업은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 사회서비스 제공 등 사회적 목적을 우선적으로 추구하면서 영업활동을 통해 이익을 남기는 영리와 비영리의 중간적 형태다. 1970년대 유럽, 미국 등 선진국에서 태동하여 현재 영국에만 5만 5000여개의 사회적기업이 전체 고용의 5%, GDP의 1% 비중을 차지할 만큼 국가경제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다.

 

2007년 사회적기업육성법 시행 이 후 10년을 바라보고 있는 지금 전국적으로 1,500개의 사회적 기업이 설립되었다. 전라북도에도 161개 사회적 기업이 활동하고 있고 익산시에도 예비사회적기업을 포함한 15개 기업이 운영 중에 있다.

 

하지만 몇몇 기업을 제외하고는 대다수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자생력, 지속가능성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시장원리에 의해 스스로 작동하는 기존 경제시스템과는 달리, 주민들의 내발적 역량과 아이디어, 그리고 지역사회의 관심과 참여가 뒷받침되어야 지속가능한 기업 활동이 가능하고 사회적 목적도 실현할 수 있다.

 

사회적기업이 대안적 모델로 성공하려면 사회적기업에 대한 시민들의 올바른 인식과 사회적 기업 생산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안정적 소비통로가 마련되어야 한다. 지역사회 관심과 참여가 절실한 부분이다. 익산시도 사회적 경제를 통해 따뜻한 성장을 이루고, ‘같이’의 가치, 공유의 가치가 실핏줄처럼 스며들어 모두가 차별 없이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게 될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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