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인재 의무채용, 20대 국회서 법제화…균형발전 도모해야
‘고용사회의 종말’이라는 진단이 스스럼없이 회자되는 시대다. 청년들은 대학을 졸업해도 갈 곳이 없다. 제조업 불황으로 파산 도시가 생겨날지도 모른다. 중앙과 지방의 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러한 시대를 예견이라도 한 듯 국가정책으로 진행된 사업이 있다. 바로 혁신도시 조성이다.
혁신도시 이전기관 135곳 가운데 121곳이 이전을 완료했다. 이전율 98%, 인구유입, 지역세수 등을 들어 정부는 혁신도시 조성이 성공적이라고 자평하지만 지역과는 온도 차이가 너무 크다. 기대했던 지역인재 채용률이 전국 평균 13%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인재 의무채용이 역차별이라는 항변도 있다. 하지만 본질을 들여다보자. 혁신도시는 왜 만들어졌는가? 혁신도시는 정부 운영의 효율성보다는 균형발전의 가치를 보고 조성된 것이다. “함께 잘 살아야 한다”는 것이 대전제이고, 그것이 혁신도시의 존재 이유다.
지난해 말 정부는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따른 혁신도시 건설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에 근거하여 “지역에 있는 지방대학 또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거나 졸업예정인 사람을 우선적으로 고용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그럼에도 공공기관 담당자들은 “역차별이다, 우수인재 채용이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고용을 기피하고 있다. 스펙보다는 직무 중심으로 채용 문화를 바꾸고, 지자체·지방대학과 협의하여 맞춤형 인재를 양성하는 등 체계적인 대안을 마련한다면 충분히 해결될 문제다. 공공기관>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인재 35% 채용을 의무조항으로 바꾸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야 기업과 기관이 움직이고 협업이 활발하게 진행될 수 있다. 지금처럼 자율에 맡겨둔다면 혁신도시를 통한 지역성장은 백년하청이다.
20대 국회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바로 혁신도시 지역인재 35% 채용 법제화다. 19대 국회에서 자동폐기 된 법안의 골자를 보면 “기준 근로자의 수를 300명에서 200명으로 낮추어서 대상범위를 확대하고, 지역인재 채용을 연간 신규채용 인원 중 대학을 졸업한 사람의 40%로 하라”고 되어 있다. 20대 국회에서는 이보다 더 진전된 법안이 나와야 한다. 대구의 김부겸, 광주의 박주선 의원이 이미 이러한 취지의 공약을 내세워 당선되었다. 이제 양 당이 약속을 지킬 때가 되었다. 당론으로 정하여 여소야대 국회에서 지역이 살길을 열어줘야 한다.
정치권과 공공기관, 지자체가 힘을 합하면 지역인재 35% 채용은 요원한 일이 아니다. 전북혁신도시 이전기관도 지역대학과 협약을 맺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혁신도시 기관이 지역인재를 35% 채용하면 대기업 3.7개를 유치한 효과가 있다는 분석도 나와 있다. 지역인재 35% 채용은 가장 손쉽게 지역경제를 살리고 청년실업을 해소할 수 있는 해결책이다. 궁극적으로는 50%까지 끌어올려야 지역이 희망을 가질 수 있다.
그간 국가는 성장했지만 국민은 성장하지 못했다. 국가의 행복총량은 늘어났을지 모르지만 지역민의 행복은 줄어들었다. 행복한 사람의 행복을 더 키워서 행복의 총량을 늘리기보다는 불행한 사람의 불행을 줄이는 것이 더 바람직한 방법이다. 다른 사람의 행복을 뺏어 자신의 행복총량을 늘리는 것은 비겁한 일이다. 그것을 그저 보고만 있는 것도 굴욕적인 일이다. 누구나 자신이 태어나고 살고 있는 고장을 사랑한다. 사랑한다면 싸워야 한다. 지역을 사랑하는 크기만큼 투쟁해야 한다. 그것이 혁신도시가 사는 길이고 지방이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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