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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언론에게는 새로운 기회다

열악한 언론 환경 딛고 지역신문 난립 문제 등 해결할 수 있는 계기로

▲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공무원과 기자, 경찰관 셋이서 식당에서 식사 했는데 누가 밥값을 냈을까?” 정답은 식당주인이다. 우리 사회에 만연된 공직자들의 부패를 꼬집은 잘 알려진 풍자퀴즈이다. 그러나 지난 9월 28일 김영란법의 시행으로 인해 더 이상 식당주인이 밥값을 낼 수도 없게 되었으니 이제 이런 풍자는 역사 속의 유물로 자리 잡게 되었다.

 

두말할 필요 없이 우리 사회의 부정부패는 매우 심각하다. 필자가 지난 2012년 전북도민들을 대상으로 각 직업종사자들의 신뢰도를 조사한 적이 있다. 조사결과 교사가 가장 신뢰도가 높았으나 100점 만점에 겨우 61점에 지나지 않았다. 이어서 의사(59.2), 교수(55.0) 순으로 높았으며, 공무원은 51.9점으로 5위, 경찰은 51.2점으로 7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종교인, 언론인, 법조인, 정치인 등의 신뢰점수는 40점대 이하로 매우 낮았다. 모든 분야의 부정부패로 인해 각 사회기관에 대한 불신이 매우 팽배해 있음을 알 수 있다.

 

김영란법의 대상으로 언론이 포함되자 일부 언론은 강하게 반발했다. 자칭 최고의 신문이라고 하는 조선일보는 “한우의 한숨, 굴비의 비명”이라고 하였다. 국가기간통신사란 명목으로 매년 수백억 원(2015년은 약 350억 원)의 국민 세금을 지원받고 있는 연합뉴스는 “김영란법, 농수축산 브랜드 ‘남도미향’ 10년 명성 흔드나” 같은 감성적 기사를 들이댔다. 여기에 한술 더 떠 한국기자협회는 김영란법이 언론자유를 위축시킨다면서 헌법소원을 제기하기까지 하였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언론의 공정성을 유지하고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언론인에게도 공직자에 버금가는 높은 청렴성이 요구된다”면서 합헌으로 결정했다.

 

사실 언론이 김영란법에 포함된 것은 스스로 자초한 면이 크다. 모든 기자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부 기자들은 고급 음식점 향응, 골프 대접, 취재 빙자 해외여행, 명절 선물, 이권 및 인사 청탁에 이르기까지 온갖 공짜와 혜택은 다 받았다.

 

한 마디로 자기 지갑은 열지 않고 얻어먹는 데 익숙했다. 이것만이 아니다. 관공서와 기업들은 기자들의 무리한 협찬과 광고 요구 때문에 못살겠다고 한다.

 

언젠가 오랫동안 기관장을 지내다가 퇴임한 분과 대화를 나누다가 퇴임하고 나서 가장 좋은 점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니 그 분은 “매일같이 광고와 협찬해달라는 기자들의 등쌀로부터 해방된 것”이라고 서슴없이 대답했다.

 

이제 김영란법의 시행으로 과거와는 전혀 다른 취재환경을 맞이하게 된 언론과 언론인은 새롭게 달라져야 한다. 기자들은 더 이상 개인적 청탁은 물론이고 함부로 광고와 협찬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 사실 그동안 중앙지들은 소위 섹션지면을 광고형 기사로 도배질하였다. 평가 잘 받았다는 대학이나 기업 소개, 수술 잘한다는 병원, 알 수 없는 상 받았다는 공공기관 대표나 지자체 단체장, 가 볼만 한 여행지 소개 등은 모두 광고나 협찬을 받고서 써주는 홍보기사들이다. 그런데도 기사 속에는 협찬을 받았다는 단 한 줄의 고지도 없다. 자칭 정론지가 홍보지로 전락해도 되느냐고 지적하면 모두가 먹고살기 위해서라고 하니 할 말이 없다.

 

이제 언론인은 ‘사이비 기자’, ‘기레기’라는 불신과 조롱으로부터 졸업할 때가 되었다.

 

그런 면에서 김영란법은 언론과 언론인에게는 분명 새로운 기회이다. 김영란법은 언론인들로 하여금 비정상적인 업무수행을 정상으로 회복시킴으로써 떳떳하고 당당한 사회의 심판자와 목탁이라는 본연의 이미지를 되살릴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가 될 것이다. 김영란법은 가뜩이나 열악한 환경에 있는 지역언론에게 단기적으로는 큰 타격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지역신문의 난립문제 등을 풀어줄 해결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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