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의 성패 결정은 '민심' / 역대 대통령 공과 되새겨 '군주민수' 시대정신 명심해야
“세상이 이렇게 쉽게 바뀔 수가 있네요” “너무 행복해요”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지 채 열흘이 되기도 전에 국민들의 감탄과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그동안 나라다운 나라, 대통령다운 대통령에 몹시도 목말라있던 우리 국민들에게 문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은 그야말로 신선한 충격이다. 사이다처럼 시원했던 문대통령의 취임 직후의 행동들을 보자.
취임식을 약식으로 마치자마자 문 대통령은 업무지시 1호로 일자리 위원회를 구성하라고 지시하고 인천공항으로 달려가 비정규직 1만 명을 연말까지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하였다.
이어서 국정 역사교과서를 폐기하고, 5·18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토록 하였다. 스승의 날을 맞아서는 세월호 참사 때 순직한 기간제 교사 두 명의 순직을 인정하도록 하였다. 이뿐이 아니다. 미세먼지 감축을 위해 30년이 넘은 석탄화력발전소를 6월 한 달간 가동 중단하도록 지시하였다.
청와대 내부도 확 달라졌다. 신임 총리와 비서실장 등을 국민들에게 직접 소개하고, 대통령 집무실도 청와대 본관에서 비서동으로 옮겼다. 아마도 국민들에게 가장 신선했던 장면은 수석들과 함께 재킷을 벗어들고 한 손에 커피를 들고 산책하면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었을 것이다. 그 다음날 많은 신문들의 1면 톱 사진으로 장식한 그 한 장의 사진은 정권이 교체되었음을 다시 확인시켜주었고, 동시에 앞으로 청와대 문화가 확 바뀔 것임을 예고하는 상징적인 사진이었다.
이제 문재인 정부의 마스코트가 되어버린 조국 교수의 민정수석 임명은 신의 한수라는 극찬을 받기도 하였다. 청와대 일반직원들과 함께 줄을 서서 직접 식판에 밥을 담고 식사하면서 담소를 나누는 모습, 당선되자마자 야당 당사를 직접 찾아가 야당 지도부와 연달아 회동을 한 장면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박근혜 정부의 이재만·안봉근·정호성 등 문고리 3인방처럼 문 대통령과 오랜 기간 동고동락했던 소위 3철을 비롯한 선거 일등공신들이 일제히 자리를 마다하고 떠난 것도 과거에 보지 못했던 훈훈한 미담이다.
지금까지 열거한 것들은 어쩌면 대통령이 해야 할 당연한 행동이다. 지난 9년간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자행되었던 비정상, 비상식이 문제였던 것이다. 이렇게 쉽게 바꿀 수 있는 것을 왜 그리도 멀리 돌아왔는지 참으로 안타깝다.
이번 선거에서 65%라는 전국 최고의 높은 지지율을 보여준 우리 전북도민들도 “내손으로 대통령을 제대로 뽑았다”고 기뻐들 한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이후 오랜만에 이기는 선거를 해냈다는 뿌듯한 성취감을 갖기도 한다. 필자가 잘 아는 전직 중견언론인은 원래가 열렬한 안철수 지지자였다. 그런데 투표일 전 6일 동안의 여론조사 공표금지기간에 보수 후보가 무섭게 치고 올라온다는 소문에 겁이 나서 문재인 후보를 찍을 수밖에 없었단다. 이번에는 무조건 정권교체를 이뤄야 한다는 간절함 때문에 전략적 투표를 했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호남인들이 문재인을 전폭적으로 선택한 이유는 딱 한가지다. 지난 10년 동안 쌓인 수많은 적폐들을 깨끗이 청산하고 제발 지역차별 없는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일단 시작은 좋다. 그러나 앞으로가 문제다. 통상적으로 용비어천가를 불러대는 허니문 기간이 지나면 야당과 언론은 문 대통령을 사정없이 흔들어댈 것이다.
문 대통령은 당장 여소야대에서의 통합과 협치, 헌법 개정, 일자리 창출 등 경제문제, 북한 핵, 사드배치를 둘러싼 난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정권의 성공과 실패를 결정하는 것은 역시 민심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성공과 실패,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실패를 잘 지켜본 문 대통령은 군주민수(君舟民水)를 깊이 새겨야 한다. 문 대통령을 열광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지금의 민심이 한순간 폭풍과 풍랑으로 돌변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전북도민이 문 대통령에게 간절히 바라는 것은 오직 하나, 최초로 성공한 대통령의 탄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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